2019년 기해년(己亥年). '황금돼지'를 품는 꿈과 더불어 가족과 이웃의 안녕을 기원하는 소망도 없지 않았다. 다사다난했다. 무사안일은 누군가에는 눈물로 점철돼 돌아왔다. 보이지 않는 미세먼지는 우리의 생명을 옥죄기도 했다. 국민의 안전을 위한 첨병, 소방관도 차디찬 곳에서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올 한 해도 손에 꼽기 힘들 정도 크고 작은 사고는 이어졌다. '안전강국'의 외침은 또다시 '도돌이표'가 될 정도로 무색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20년은 '흰 쥐'의 해로 불리는 경자년(庚子年)이다. 풍요와 희망, 기회의 해로 불리는 2020년에는 기분 좋은 '안전이슈'들이 풍만하기를 기대해 본다. <세이프타임즈>가 2019년에 발생한 '안전이슈' 10가지를 정리했다. [편집자주]  

▲ 2019년 1월부터 미세먼지 공포에 휩싸인 가운데 서울시 이촌역 하늘이 뿌옇게 보이고 있다. ⓒ 세이프타임즈 DB
▲ 2019년 1월부터 미세먼지 공포에 휩싸인 가운데 서울시 이촌역 하늘이 뿌옇게 보이고 있다. ⓒ 세이프타임즈 DB

미세먼지 재난이 되다 = 1월 7~15일 미세먼지로 전국 곳곳이 몸살을 앓았다. 주범은 미세먼지였다. 1월 12~15일 수도권에 비상저감조치가 내려졌다. 3월 13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미세먼지 대책 법안 8건이 통과했다. 미세먼지를 사회재난에 편입해 각종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조치였다. 여야가 정쟁 속에서도 속전속결로 처리했다. 그만큼 국민의 안전과 직결해 있는 민생 문제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에는 미세먼지가 '재난'이 될 것으로 상상하지 못했지만 현실이 됐다. 하지만 법안 통과 후 LG화학과 한화케미칼이 미세먼지 배출량을 조작한 사실이 들통나면서 공분을 샀다. LG화학은 배출량이 기준치의 15배 이상이었는데도 '이상 없다'고 관련 부처에 보고했다. 환경부는 12~3월 동안 '미세먼지 계절관리제'를 도입했다. 수도권에서 운행하는 5등급 차량도 단속에 포함됐다. 마스크 없이 자유롭게 외출할 수 있는 2020년을 기대한다. 

▲ 2019년 4월 5일 오전 강원도 동해시 망상동에 산불이 번지고 있다. ⓒ 세이프타임즈 DB
▲ 2019년 4월 5일 오전 강원도 동해시 망상동에 산불이 번지고 있다. ⓒ 세이프타임즈 DB

◇ '산림자원 초토화' 강원 산불 = 4월 4일 오후 7시 17분쯤. 강원도 고성군 도성면 원암리 주유소 인근 산에서 발생한 불은 말 그대로 '역대급'이었다. 4월 5일 국가재난사태가 선포됐다. 이어 6일 강원도 고성군, 속초시, 강릉시, 동해시, 인제군 등 5개 시군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다. 소방차 872대를 비롯해 소방관 3251명, 군헬기 23대를 포함한 110여대가 투입돼 진화에 나섰다. 소방과 군까지 동원됐다. 불이 난 지 17시간 만인 4월 6일 오후 6시 30분을 기준으로 화재 진압 인력이 철수했다. 그러나 화마가 낸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고 있다. 산림청은 피해면적을 2832㏊라고 발표했다. 이재민 1289명에 피해액은 1291억원에 달했다. 정부는 복구비에 1853억원을 투입했다. 추가경정예산 970억원, 국민 성금 470억원이 들어갔다. 화재는 진화됐지만 귀중한 산림자원이 회복되기까지의 상처는 아물지 않는다. 민둥산에 대한 피해도 쉽게 계산하기 어렵다.

▲ 정문호 소방청장이 스포츠 안전을 위해 배치된 소방관을 격려하고 있다. ⓒ 소방청
▲ 정문호 소방청장이 스포츠 안전을 위해 배치된 소방관을 격려하고 있다. ⓒ 소방청

◇ '46년 만에' 소방직 국가직 전환 = 11월 19일 소방관 국가직 관련 6개 법안이 우여곡절 끝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1973년 2월 국가·지방직으로 이원화됐다가 46년 만에 일원화됐다. 소방공무원 5만4875명 가운데 국가직은 단 1.2%에 불과했다. 현장에서 안전업무를 하는 소방관 98.8%는 지방직이다. 소방관 국가직은 2020년 3월말 하위법령에 대한 입법 절차를 마무리한 후 4월 전환될 예정이다. 정부는 담배개별소비세에서 소방안전교부세율을 기존 20%에서 45%로 늘려 재원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국가직화로 인해 소방청장은 전국적인 재난이 발생했을 때 지휘권을 발동할 수 있게 됐다. 재난에 더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됐다. 지역별 '빈익빈 부익부'에 따라 발생하는 119 안전서비스의 격차도 해소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 의약품 안전에 경종을 울린 세포유전자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 ⓒ 코오롱생명과학
▲ 의약품 안전에 경종을 울린 세포유전자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 ⓒ 코오롱생명과학

◇ '의약품 안전 경종' 인보사 사태 = 인보사케이주는 주사 1회당 600~700만원에 달하는 관절염 치료제다. 코오롱생명과학이 개발해 3700명이 구입했다. 하지만 주성분이 연골세포가 아닌 악성종양을 유발할 수 있는 '신장세포'인 것으로 밝혀져 파문이 일었다. 허가가 취소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식약처의 추가조사를 통해 기업의 심각한 '모럴헤저드'도 밝혀졌다. 코오롱이 의약품 성분이 바뀐 사실을 알고도 은폐한 것으로 드러났기 대문이다. 식약처는 급기야 5월 28일 품목허가를 취소하고, 코오롱을 형사고발하게 된다. 이로써 인보사케이주는 1년 동안 성분을 변경해도 재승인 신청이 불가능해졌다. 관절염 환자들의 '절실함'을 악용한 '상술'이 의약품 안전에 대한 경종을 울린 사건으로 기록됐다.

▲ 한국인 33명이 탑승한 유람선 후미를 들이 받아 침목시킨 '바이킹 시긴'호. ⓒ 로이터통신
▲ 한국인 33명이 탑승한 유람선 후미를 들이 받아 침목시킨 '바이킹 시긴'호. ⓒ 로이터통신

◇ '세월호 사고 같은' 헝가리 유람선 침몰 = 5월 29일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한국인 승객 33명이 탄 유람선이 침몰했다. 우리 국민 27명과 헝가리 승무원 2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됐다. 선박의 일반 탑승객들 전부가 한국인이었다. 헝가리 이름으로 '인어'로 불리는 유람선은 세월호 악몽을 깨우기에 충분했다. 유람선은 선령이 무려 70년이 됐다. 구명조끼조차 입을 여력도 없이 크루즈선이 들이 박으면서 수장됐다. 62일간의 헌신적인 구조활동에도 불구, 끝내 1명의 실종자는 발견하지 못했다. 정부가 헝가리 당국에게 가해 선박인 '바이킹 시긴호'에 대한 가압류 요청을 했지만 타국에서 숨진 영령을 위로할 수는 없었다.

▲ 에티오피아 아디스 아바바 지역에 보잉 737 맥스 비행기 파편이 떨어졌다. ⓒ AP 홈페이지
▲ 에티오피아 아디스 아바바 지역에 보잉 737 맥스 비행기 파편이 떨어졌다. ⓒ AP 홈페이지

◇ '비행 공포' 보잉 737 맥스 추락 = 3월 10일 케냐 나이로로 가던  보잉 737기가 에티오피아에서 추락했다. 33개 국적을 가진 승객 157명이 목숨을 잃었다. 보잉사의 737 맥스 여객기가 2018년 인도네시아에서도 추락한 뒤 비행기 추락에 대한 공포가 몰아쳤다. 이륙 13분 만에 자카르타 인근 해상에 떨어져 탑승자 189명 전원이 사망했다. 같은 기종으로 2년 새 346명이 숨진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40여개국에서 해당 기종의 운항을 정지하는 파문이 일었다. 외신은 "보잉사의 비용 절감과 경쟁 부담이 무리한 설계 변경과 잘못된 초기 대응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참사로 뮐렌버그 CEO가 교체되고 737맥스 기종의 생산이 중단됐지만 비행기 추락에 대한 여행객의 공포는 계속되고 있다.

▲ 독도 인근 해상에서 추락한 소방헬기가 해군 청해진함에 의해 인양되고 있다. ⓒ 동해지방해양경찰청
▲ 독도 인근 해상에서 추락한 소방헬기가 해군 청해진함에 의해 인양되고 있다. ⓒ 동해지방해양경찰청

◇ 독도 소방 헬기 추락 '영웅을 잃다'  = 10월 31일 오후 9시 5분. 독도 남쪽 부근에서 선원이 작업 중에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를 당해 시급히 봉합 수술을 받아야 했다. 중앙 119 구조본부가 소방헬기로 환자 이송을 위해 출동했다. 응급환자를 태운 중앙119구조본부 헬기는 이륙 2분여 만에 독도 인근 해역에 떨어졌다. 결국 시민 2명 등 7명이 숨졌다. 정부는 항선 667척과 항공기 172대, 잠수사 3300여명을 투입해 수색을 벌였다. 12월 8일 실종자 유가족의 뜻에 따라 사고 39일 만에 실종자 집중 수색이 종료됐다. 끝내 우리 곁으로 돌아오지 못한 소방관들에게 1계급 특진과 훈장이 추서됐지만 위로가 되지 않는다. 영웅으로 불리는 소방관을 또 잃었다.

▲ 한국119소년단 어린이들이 손을 들고 신호등을 건너는 체험을 하고 있다. ⓒ 부산남부소방서
▲ 한국119소년단 어린이들이 손을 들고 신호등을 건너는 체험을 하고 있다. ⓒ 부산남부소방서

◇ '민식이법' 어린이 안전 시발점 돼야 = 일명 '민식이법'이 11월 1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민식이법은 김민식(9)군이 9월 충남 아산 어린이보호구역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숨지면서 발의됐다. '도로교통법'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어린이보호구역에 신호등과 과속단속 카메라를 설치토록 했다. 안전운전 의무 부주의로 사망이나 상해 사고를 일으킬 경우 가중 처벌한다는 내용이다. 안전운전 의무 부주의는 '스쿨존' 규정 속도인 시속 30㎞를 초과하거나 전방 주시를 소홀히 했을 때다. 13세 미만이 피해자일 때 해당한다. 피해자가 숨지면 가해자는 3년 이상에서 무기징역을 받는다. 상해 사고일 경우 1~15년의 징역이나 500만~3000만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2020년 어린이가 안전해야 진정한 안전강국이 된다.

▲ 경기 김포물류단지 편도 2차선 불법주정차 구역에 관광버스가 번호판을 뗀 채 주차돼 있다. ⓒ 세이프타임즈 DB
▲ 경기 김포물류단지 편도 2차선 불법주정차 구역에 관광버스가 번호판을 뗀 채 주차돼 있다. ⓒ 세이프타임즈 DB

◇ 2020년, 4대 불법 주정차 근절해요 = 4대 불법 주정차 금지구역. '안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곳이다. 소화전 5m, 교차로 모퉁이 5m,  버스정류장 10m 이내를 비롯해 횡단보도 위가 포함된다. 위반할 경우 과태료가 부과된다. 행정안전부는 4월부터 4대 불법 주정차 주민신고제를 시행했다. 4대 불법 주정차를 발견할 경우 '안전신문고' 앱을 통해 신고할 수 있다. 위반 차량은 4~5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특히 소화전 등 소방시설 근처 불법 주정차는 승용차는 8만원, 승합차는 9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세이프타임즈>가 이들 4대 불법 주정차 금지구역에 대한 집중기획을 통해 실태를 취재했지만 '양심불량'은 여전했다. 지자체들도 탁상행정으로 일관하거나 우왕좌왕하는 모습이었다. 2020년에는 안전을 위해 꼭 지켜야 하는 약속이어야 한다.  

▲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휩쓸고 있는 가운데 포획장에 잡힌 멧돼지. ⓒ 환경부
▲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휩쓸고 있는 가운데 포획장에 잡힌 멧돼지. ⓒ 환경부

◇ '먹거리 공포' 아프리카돼지열병 = 9월 17일 경기도 파주시 양돈농장에서 돼지 5마리가 폐사했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으로 불리는 바이러스성 출혈 돼지 전염병이다. 치사율이 거의 100%에 달하기 때문에 한번 발생하면 양돈 산업에 엄청난 피해를 끼친다. 이후 인천 강화도, 경기 김포·파주·연천, 강원 철원 등으로 확산되면서 돼지 38만마리를 살처분하고 6만마리를 긴급 수매했다. 전염 원인이 야생 멧돼지 폐사체로 지목되면서 환경부가 발생지점에서 반경 1㎞에 1차 울타리, 반경 5㎞에 2차 울타리를 두르고 방어에 나섰지만 확실한 대책이 되지 못했다. 북한에서 넘어온 야생 멧되지가 주범이라는 설도 나돌았다. 2019년 한국은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국이라는 오명과 함께  거리 안전에 대한 공포가 휩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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