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청 신산업화기술 3년 연구끝에 성공
외국제품보다 '성능우수' 실험 결과 도출
친환경·무독성 초점 '지렁이도 살아 남아'
올해 특허내고 기술이전통해 상용화 전망

▲ 이창우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가 연구실에서 포소화 약제 연구 결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세이프타임즈
▲ 이창우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가 연구실에서 포소화 약제 연구 결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세이프타임즈

지난해 4월 5일 강원 고성과 강릉에서 산불이 났다. 두 지역은 건조주의보와 강풍주의보가 내려진 상태였다. 

큰 불길이 11시간여만에 잡힌 역대급 화재로 기록된 '초대형 사건'이었다. 긴급 대피령이 내려지고 전국의 소방관들도 산불 진압을 위해 전국에서 집결했다.

매년 동해안 주민은 물론 강원지역 시민들은 산불이 일어날까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지난해 강원지역에서 발생한 산불도 순간 풍속 35.6m를 타고 17시간 만에 운동장 735배가 되는 면적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산불이 많은 겨울이다. 시민과 관광객들도 지난해의 악몽이 되살아 날까 불안하다. 

이같은 시점에서 <세이프타임즈>가 3일 화재와 감식 전문가를 만났다. 화재 지연제와 포소화약제 특허를 앞둔 이창우 숭실사이버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다. 그를 통해 산불 화재를 잡을 수 있는 비책을 물었다.

이창우 교수는 대형화재가 날 때마다 정부 합동조사단으로 활동한 전문가. 그는 연구와 대학강의를 하면서도 화재가 발생하면 현장으로 달려간다. 그는 현장에서 해답을 찾는다. 그렇기에 그만큼 '방재'를 잘 아는 전문가도 드물다고 할 수 있다.

'자연재해라 어쩔 수 없다'며 노심초사하는 대신 산불을 막을 길은 없을까. 이창우 교수가 개발한 소화제품이 이같은 시점에서 이목이 집중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 화재 지연제와 산불화재용(A급) 포소화약제는 무엇인가

"화재 지연제와 산불화재용 포소화약제는 산림청 연구사업이다. '융복합기반 임산업의 신산업화 기술개발'이라는 사업명으로 지난해부터 3년 동안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다. 개발 제품은 '전천후 사용이 가능한 산불진화용 소화탄 및 소화약제 개발' 연구다.

수용성 지연제는 미리 뿌려두면 화재가 번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실험해보니 한 번을 살포하면 한 달가량 효과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은 지속성을 더 늘릴 수 있는지 시험을 계속하고 있다.

산림화재용 포소화약제는 1%형과 3%형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저발포형 약제라고 할 수 있다. 시험 결과 개발 제품은 25% 포환원시간이 기존 제품보다 5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25% 포환원시간은 소화력에 영향을 미치는 특성 가운데 하나다. 소화력도 물보다 6~18배 좋고, 미국산 포소화약제보다 2.5배 정도 높았다."

- 제품을 개발하게 된 계기는

"화재가 났을 때 선진국은 산불화재용 포소화약제를 활용한다. 국내에도 산불은 자주 발생하지만 지연제가 없어 소방헬기를 주로 사용한다. 수입제품은 독성이 있어서 사용하지 않는다. 그런데다 국내 연구도 활발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환경친화적이고 소화력이 좋은 산림화재용 포소화약제를 개발하고 싶었다. 

군 포사격 훈련을 하다 포탄이 떨어지면 산불이 날 수 있다. 이같은 지역에 지연제를 미리 뿌려 두면 산불을 방지할 수 있다. 산림화재 때도 산불의 진행방향에 미리 살포하면 진행 속도를 급격히 떨어뜨릴 수 있다."

- 어떤 과정을 거쳐 제품을 개발하게 됐나

"이 제품은 산림에 사용할 용도로 개발할 계획이었다. 지연제와 포소화약제는 처음부터 무독성·친환경성에 초점을 맞춰 원료를 선정하기 위해 노력했다.

산림청 연구 과제는 산림과학원이 주관하고 세부과제는 참여연구기관 3곳에서 맡고 있다. 숭실사이버대 재난관리연구원은 '산불화재용 지연제·소화약제 개발'에 대한 과제를 맡았다. 제품은 연구실을 비롯해 평택 실화재 시험장에서 평가했다. 최종 제품은 산림과학원의 포천 실화재 시험장에서 지연제 특성시험과 소화시험 등을 진행했다."

- 연구중에 힘들고 기억에 남는 일은

"제품 개발을 시작하고 가장 힘들었던 지점은 원료를 선정하는 문제였다. 첫 단추를 잘못 꿰면 다음 단추들도 모두 잘못되기 때문에 최고의 원료와 최적의 조합을 찾는 일이 어려웠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개발된 제품의 소화실험에서 외국제품에 비해 지연·소화성능이 우수하다고 평가를 받았을 때다. 친환경성이나 독성시험, 종자발아시험 결과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을 때 너무나 감격스러웠다."

▲ 이창우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가 연구실에서 연구 개발한 포소화약제 시연 영상을 보며 설명하고 있다. ⓒ 세이프타임즈
▲ 이창우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가 연구실에서 연구 개발한 포소화약제 시연 영상을 보며 설명하고 있다. ⓒ 세이프타임즈

- 환경에 나쁜 영향은 없는가

"포소화약제는 스톡홀름협약에 의해 국제적으로 사용을 금지하고 있는 잔류성오염물질(POPS)과 과불화화합물(PFOS) 등 9가지 물질을 배제했다. 또 생분해성 물질을 선택해 개발했기 때문에 친환경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지연제와 산불화재용 포소화약제에 대해 대표적인 수생 생물 가운데 가장 약한 개체인 물벼룩과 토양 생물인 지렁이 대해 급성독성 시험을 진행했다. 시험 결과 물벼룩과 지렁이도 살아남았다. 국립산림품종관리센터와 한국건설생활시험연구원,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에서 환경독성과 산림환경 영향성 등의 평가를 의뢰해 시험성적서를 받았다."

- 친환경이라면 가격이 비싸지 않나

"원료비는 가격이 비교적 저렴한 편이라고 할 있다. 제품에 짙은 농도로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가격 부담도 크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지연제는 2㎡ 면적에 1ℓ가 들어간다. 스프링클러 헤드에서 안개 분무처럼 떨어지기 때문에 적은 양을 가지고 넓은 영역에 뿌릴 수 있다."

- 연구 결과에 대한 앞으로 계획은 

"올 상반기에 특허 출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개발된 지연제와 포소화약제 2건은 소방업체에 기술이전을 통해 상용화할 예정이다. 계획대로라면 올해 시판되지 않을까 전망한다. 개발단계에서 이미 군부대, 산림청, 인천국제공항공사 등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인천국제공항공사는 1월중에 지연제에 대한 시연회 계획을 갖고 있다. 공항 출국게이트 안쪽 주변 갈대 등 초목에 시범적으로 적용할 예정이다.

군부대가 포사격 연습 전에 주변 초목에 지연제를 살포한다면 산림에 떨어진 포탄에 의해 산불화재가 일어나는 것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강원도 고성군 같은 산불화재가 발생하면 산림과 도시 인접지역에 인접한 펜션, 주택, 주유소 등 소방대상물로 연소 확대가 진행될 수 있다. 산불화재가 발생했을 때 지연제를 미리 살포하면 복사열과 화염이 직접 건물 주변으로 내려오지 못해 연소 확대를 방지할 수 있다. 이런 장소에 살포장치를 제작해 판매한다면 시장성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 이창우 숭실사이버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 △단국대 화학공학과 및 동 대학원 석·박사 △숭실사이버대학교 부설 재난관리 연구원 원장 △소방청 특수화재 외부전문가 △산업통상자원부 기술규제위원회 위원 △원전화재 특별조사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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