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균 1주기 추모위가 지난 4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세이프타임즈 DB
▲ 김용균 1주기 추모위가 지난 4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세이프타임즈 DB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던 비정규직 김용균씨는 작업용 랜턴도 없이 혼자 점검하다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숨졌다.

김용균씨가 사망한지 1년이 지났다. 김용균씨의 사망으로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 일명 '김용균법'은 과연 제대로 시행되고 있을까.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2일부터 지난 10월 31일까지 523명이 산업현장 사고로 사망했다.

523명 가운데 추락사는 221명(42.3%), 끼임으로 인한 사망은 70명(13.4%), 깔림과 부딪힘으로 인한 사망이 각각 43명, 40명이었다. 사망사고의 53.7%는 건설업에서 발생했고, 제조업이 25%로 뒤를 이었다. 도급과 하도급이 만연한 산업현장에서 여전히 많은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었다.

개정 산안법은 고 김용균사태를 막기 위해 '위험의 외주화 방지'를 비롯해 산업현장의 안전 규제를 대폭 강화하는 방안으로 지난해 12월 27일 국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개정 산안법이 도급을 금지한 것은 도금이나 수은·납 등의 제련·가열·주입 작업, 허가대상물질의 제조 작업등으로 한정됐다.

이 외의 위험한 작업을 하려면 고용노동부장관의 승인을 받아야하는데, 그 대상조차 '1% 이상의 염산·황산·불산·질산을 취급하는 설비를 개조·분해·해체하는 작업'으로 한정했다.

실제로는 도급을 거의 금지하지 않은 것과 다를 바 없다. 여전히 위험한 작업들이 도급업체에 떠넘겨지고 있고, 노동자들은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위험한 현장에 나가고 있다.

지난 9월 20일 현대중공업 도급업체 박모(61)씨가 탱크 절단 작업을 하다 절단된 철판에 끼어 사망했다. 같은 달 26일 거제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지모(35)씨가 신호수 업무를 하다 10톤 블록에 깔려 숨졌다.

원청업체는 산안법에 따라 미리 작성해야하는 추락·낙하 등의 위험을 방지할 안전대책이 포함된 사전작업계획서를 작성하지 않았다.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 관계자는 "박씨의 사망은 최소한의 안전조치 없이 무리하게 작업을 진행한 결과"라며 "사고가 나도 똑같은 작업 외에는 작업중지 명령조차 없고 근본대책 마련이 불가능한 대한민국에서 노동자들은 계속 죽어간다"고 말했다.

산재 위험이 높아 하청이 만연한 조선업에서 최근 5년 동안 사고로 사망한 10명 가운데 8명이 하청 노동자였다. 다쳐도 병원조차 맘놓고 가지 못하는 업계의 분위기도 문제다. 원청 업체가 산재처리를 달가워하지 않기 때문에 하청 업체는 원청의 눈치를 보느라 사고를 당해도 조용히 처리하려고 한다.

산안법 위반에 따른 처벌이 약한 것도 '위험의 외주화'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다. 신창현 의원(더불어민주당·경기 의왕·과천)이 지난 6월 고용노동부에서 받은 '산안법 위반 사건 판결 분석 연구'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노동자가 숨진 사건은 1138건이었지만, 피고인이 징역,금고형을 받은 경우는 전체 산안법 위반 사건에서 2.9%뿐이었다. 피고인의 평균 징역 기간은 10.9개월, 금고기간은 9.9개월이었다.

다음해 1월 16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산안법은 안전·보건조치를 하지 않아 노동자가 사망했을 때 사업주에게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고 5년 내에 같은 죄를 저지를 경우 그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 처벌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하한선이 아니라 '징역 10년 이하'라는 상한선을 뒀다는 점에서 노동계는 여전히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비판한다.

이용득 의원은 "법정형을 높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법원이 양형기준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고 김용균 사망사고 재발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조사위원회'가 지난 8월 진상 조사 후 22개의 권고안을 내놨다. 연료·환경설비 운전 업무의 민영·외주화 철회, 산업재해 관련 감점지표 개선 등이다.

하지만 특조위는 22개 가운데 17개는 이행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나마 이행되는 5개 권고안도 일부만 지켜지고 있다고 했다.

특조위 관계자는 "원·하청 구조는 업무의 외주화뿐만 아니라 위험 관리의 공백을 만들었다"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여전히 생명을 담보로 위험의 외주화로 내몰린 채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꽃다운 24살 청년이 위험한 작업현장에서 숨진 지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죽지않고 일할 권리'는 주어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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