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에 설치된 CCTV가 주민들의 활동을 감시하고 있다. 전대웅 사진팀장

현대인이라면 무엇보다도 익숙한 존재가 있다. 아침에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저녁에 집에 들어갈때까지 나를 지켜보고 있는 존재, 나의 일거수일투족(一擧手一投足)을 항상 바라보고 있는 감시자, 바로 CCTV(Closed Circuit Television)다.

'폐쇄회로 카메라'라고 불리는 CCTV의 정식용어로는 영상정보처리기기. 특정 수신자를 대상으로 화상을 전송하는 텔레비젼 방식으로 산업ㆍ교육ㆍ의료ㆍ방범ㆍ교통관제용 등 용도도 다양하다.

9ㆍ11 테러 이후 미국은 테러방지와 범죄예방 목적으로 CCTV 설치를 대폭 늘리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중국 등 세계 각국은 동일한 목적으로 CCTV 설치를 늘리고 있다. CCTV가 범죄예방과 추적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사생활 노출이라는 부정적인 측면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한 전문기관의 통계를 보면 경기도 구리에 사는 김안전(가명)씨는 아침에 집을 나와 서울 구의동, 명동, 잠실 쇼핑몰을 방문한 뒤 오후 11시 20분쯤 귀가했다. 외출한 14시간 동안 민간CCTV에 노출컷이 무려 112회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주부 박진단(가명)씨는 삼성 코엑스 쇼핑몰에서 오전 10시 43분부터 오후 2시 12분까지 3시간30분 가량 카메라에 찍혔다. 얼굴을 확인할 수 있는 경우가 무려 110회에 달했다.

직장인 이대상(가명)씨는 서울 지하철 2호선 낙성대역에서 집까지 3분간 511m를 걷는 동안 20회나 CCTV에 촬영됐다. 9초에 한번 꼴로 얼굴이 찍힘 셈이다.

엘리베이터 안에 설치된 CCTV가 이용객을 찍고 있다. 전대웅 사진팀장

이 사례는 블랙박스(차량용 감시카메라)에 노출된 경우를 제외한 것이므로 실제는 이보다 훨씬 많은 횟수로 노출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와는 별도로 2013년에 실시된 한 전문기관의 설문조사를 보면 ‘좀 도둑을 잡는 것과 사생활 침해 중에 어느 것을 선택 하겠는가’라는 질문에 70%가 사생활이 다소 침해받더라도 CCTV를 달아 좀 도둑을 잡는 쪽을 선호한다는 결과가 있다. CCTV를 이용한 범죄예방을 국민들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밝음'과 '어둠'이 공존하듯이 유치원, 학교, 공공장소, 건물 내부 등 모든 장소에 CCTV 설치가 확대될수록 국민에 대한 감시기능도 증가하고 있다. 사생활 침해 가능성이 대두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충분한 검토와 의견수렴, 사생활침해 가능성 최소화를 위한 방안 마련이 동행되지 않고 범죄예방이라는 기능에만 충실해 CCTV가 늘어간다면 우리의 생활은 어찌될 것인지 자명하다.

무엇보다도 잊지 말아야 하는 사실이 있다. 본인이 원하던 원하지 않던 항상 누군가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 말이다. 내가 어디를 가고 무엇을 먹고 누구를 만나는지 말이다.

키워드

#N
저작권자 © 누구나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언론 세이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