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문화유산 종묘 보호 위해 성숙한 시민의식 절실

서울 종묘광장 초입에 깔끔하게 정비된 배경으로 30일 동남아시아에서 온 한 관광객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 훈정동 종묘광장공원. 조선시대 왕과 왕비의 신주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종묘사당의 출입구가 되는 광장이다. 여의도 광장, 서울역 광장과 더불어 서울의 3대 광장으로 유명하다.

종묘광장공원이 유명했던 것은 내력이나 볼거리 때문이 아니었다.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관광코스임에도 불구하고 종묘광장은 사당 주변 답지않게 거친 거수목과 낡은 공원시설물, 악취가 나는 공원화장실 부터 떠올리게 한다. 노숙인의 천국, 도박, 윤락, 폭행 등 우범지역으로 더 알려진 곳이다. 오죽하면 사당역 10번 출구와 더불어 종묘광장은 전국 범죄자들의 '회합' 장소란 말이 나올 정도였다.

이런 오명을 벗기 위해 서울시가 2007년부터 칼을 빼 들었다. 서울시장은 특별정비를 지시하고 팔을 걷어 부쳤다. 국ㆍ시비 70억원을 투입해 훈정동 일원 1만2000평의 부지 정비에 착수했다. 

사당의 성격에 맞춰 대대적인 정비를 끝낸 서울 종묘공원에 꽃이 만개했다. .

오염된 정자(국악정)와 400여개의 노점상을 순차적으로 철거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문화재 발굴조사와 시공상 난관을 극복하고 시민의 품으로 돌아왔다. 유구(遺構)가 발굴되고 신성목(神聖木)도 심어졌다. 어정(御井), 전교(前橋) 등의 문화재가 원형으로 복원되고 공원시설물 전반에 대한 친환경 보수가 단행됐다.

4월의 마지막인 30일 종묘광장공원. 아담한 수목과 철죽 등 꽃이 만발했다. 환골탈태한 모습이었다. 거수목들이 사라진 광장은 촘촘한 화단으로 탈바꿈했다. 출입구에서 정문인 외대문까지 확트인 어도(御道)는 시원했다. 하마비, 전교, 어정 등의 복원도 눈에 들어왔다. 외대문 3층 층계 복원은 인상적이었다.

종묘광장을 관리하는 종로구 공원관리소 입구.

이홍우 종로구 공원관리소장 "그동안 종묘광장공원은 쉼터 편의성, 문화재보호 안전관리 차원의 상이한 개념이 혼재돼 있었다"면서 "시민공원으로 편한 활용성과 문화재보호구역이라는 엄중성을 감안해 효율적인 공원관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종연 단속반장은 "4명의 근무자들이 공원관리를 하고 있지만 여전히 인근 지역에 술집 등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가 많다"면서 "과거의 무질서로 회귀할 우려가 없지 않아 매일 매일 긴장속에 근무를 하고 있다"고 했다.

문제는 시민의식이다. 종묘는 1995년 인류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세계인의 것이다. 입구인 광장공원에도 여러 점의 문화재가 전시돼 있다. 인류문화유산은 우리민족만의 것이 아니다. 이미 세계인의 자산이고, 보호와 관리를 위한 혈세가 투입되는 만큼 국민 모두가 더 아끼고 사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시청과 구청 등 관계기관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 성숙한 시민의식과 문화재 사랑이 절실하다. 지금부터 다시 시작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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