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는 일단 발생하면 한 가정의 일상까지도 파괴할 수 있기에 절대적으로 피하고 싶은 일상 속의 공포다.

의료사고를 당했을 때 환자 측은 민사상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이때 의료인이 무엇을 잘못했는지(과실), 그 잘못으로 인해(인과관계) 어떤 손해가 발생했는지(손해)를 환자 측이 증명해야 한다.

그런데 의료법에 따라 진료기록부는 의료인이 작성할 의무가 있기에 기재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경우 환자는 피해를 구제받을 수 없다.

현실적으로 많은 경우에 의료사고가 있었던 의료행위에 관한 진료기록부 등의 작성 자체가 문제 된다. 사실과 다르게 기재돼 있거나, 부실 기재돼 있거나, 아예 기재돼 있지 않은 경우 등이다.

대장 내시경을 하러 갔던 환자의 대장이 천공된 경우가 있다. 그로 인해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의료사고에 관한 최근 판결(서울북부지방법원 2018. 5. 31. 선고 2016가합20743)은 의료진의 진료기록 작성 의무 관련 대법원 판례 법리를 인용해 진료기록 부실기재로 인한 점을 지적했다.

의료인에게 진료기록부 등을 작성하도록 한 취지는 진료를 담당하는 의사 자신이 환자의 상태와 치료의 경과에 관한 정보를 빠뜨리지 않고 정확하게 기록, 환자에 대한 지속적인 치료에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 오지은 전문위원·변호사
▲ 오지은 전문위원·변호사

환자가 다른 병원으로 전원 되는 경우, 병원 간의 종사자들에게도 자세한 정보를 제공해 환자가 적정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이 사건과 같이 의료사고 등으로 해당 의료진의 행위가 종료된 이후에는 그 의료행위의 적정성을 판단하는 자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사건에서 검사·전원 시각 등을 소홀히 기재한 점을 과실 책임의 근거로 판단했는데, 병원 측이 관행이었다는 취지로 주장하자 진료기록 부실기재는 명백히 '잘못된 관행'이라고 지적했다.

부실기재로 인해 진료경과가 불분명하게 된 데 따른 불이익을 환자 측에게 부담시키고 진료기록부 부실기재 상황을 초래한 의사 측이 유리한 취급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의료사고 피해자들을 상담하다 보면 가장 많이 주장하는 것이 '진료기록이 부실하게 기재돼 있으니 병원 잘못이 확실하다'고 주장한다.

법원은 진료기록부가 상세하지 않다 하더라도 그 자체만으로 환자 측의 주장을 모두 맞다고 판단해주지는 않는다.

다만 이 사건 의사에게 불리하게 판단할 수 있는 자료가 된다고 할 뿐이다.

의료사고를 당한 경우 특히 진료기록부 등의 기재 내용 등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는 경우,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등을 구체적으로 주장, 입증할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이는 법원에서의 소송을 위한 것이든, 한국의료분쟁 조정중재원 내지 소비자원에서의 조정 합의 등을 위한 것이든, 아니면 병원과의 사적 합의를 하기 위한 전제로서도 가장 기본이다.

의료기관에서의 잘못된 관행은 개선의 대상이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항변이 될 수 없다. 엄청난 사고를 유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사고에 관한 법적 해결을 매우 어렵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판결은 의료기관의 잘못된 관행에 대한 책임을 명백히 했다는 점에서 다행스럽게 여겨진다.

■오지은 변호사(법무법인 서호) △서울대 간호대 졸업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서울대병원 외과계중환자실(SICU)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심사관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조사관 △질병관리본부 예방접종 이상반응 피해보상 전문위원 △의료기관평가인증원 환자안전 전문가(자문)위원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 전문가 위원 △서울시간호사회 고문 △한국직업건강협회 고문 △대한의료법학회·한국의료법학회 회원 △의료문제를 생각하는 변호사모임 학술단 편집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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