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록 장치로 개발된 블랙박스는 사고의 원인을 파악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블랙박스는 찾기 쉽도록 야광 오렌지색으로 칠해져있으나 어떤 사건이 일어날지 몰라 '블랙'이라는 명칭을 달았다.
1973년 9월부터 모든 대형항공기 탑재가 의무화됐다. 분석기술도 까다로워 미국, 일본, 러시아 등 5개국만 분석이 가능한 정밀장비다.

이처럼 항공기나 선박 등 대형사고의 원인을 밝히는 목적으로 개발된 블랙박스가 수준 차이는 있지만 이제는 거의 모든 차량에 장착된 대중화 장비가 됐다. 차량용 블랙박스는 자기차량의 사고원인을 확인하는 게 주된 목적이다. 그러나 이제는 그 쓰임새가 다변화됐다.

최근 차량 블랙박스를 이용한 공익신고는 급증하는 추세다. 2017년 기준 100만 건을 돌파한 신고건수는 해마다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무엇보다 블랙박스 신고의 뜨거운 감자는 교통위반신고다. 경찰인력만으로는 부족한 상황을 대체해 교통질서를 개선하는데도 이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우리나라 도로 기능은 급증하는 차량을 따라가지 못한다. 차선도 부정확하고 유도기능이 불안한 곳도 많다.
서해안고속도로 서서울나들목은 목포, 인천방면만 게이트가 18개다. 진입 전 일산방면에서 오는 차량과의 합류 구간이 있어 다소 위험하다. 때문에 미리 차로를 바꾸는 차량이 많은데 여기에 실선구간이 많다. 운이 없으면 블랙박스가 발급하는 고지서를 받게 된다.

시내에서도 애매한 도로표시로 골탕 먹는 운전자가 많다. 1차로 직진표시가 갑자기 좌회전 전용구간으로 바뀌어 버린다. 엉겁결에 우측으로 끼어들다간 블랙박스 고지서에 노출된다.
만약 경찰이 있었다면 판단착오로 봐줄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러나 블랙박스에 찍히면 어림없다. 일단 신고가 되었으니 무조건 과태료 고지서를 발급해야 한다는 게 경찰입장이다. 물론 이의제기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증거'가 명백한데 통할 리 없다. 실제로 블랙박스에 찍힌 운전자가 항의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한다. 증거만 있고 상황에 따라 봐줄 수도 있는 인정은 없는 현상이 반복된다.

▲ 김춘만 종합뉴스부장
▲ 김춘만 종합뉴스부장

물론 교통법규는 지켜야한다. 두 말할 필요도 없다. 특히 신호위반, 중앙선 침범 등 중대과실은 마땅히 처벌받아야한다. 그러나 사소한 실수까지 굳이 감시하듯 신고하는 건 본인에게도 낭비일 수 있다. 실제로 스마트 신고도 복잡하기 짝이 없다.

교차로에 주차된 차량을 몇 번 신고하려다 포기한 적이 있다. 주로 운행 중 발견하는데 1분 간격으로 사진을 찍어 올려야한다. 사진도 앱을 실행한 상태에서 찍어야한다. 모른 체 하는 게 정신건강에 좋다. 교차로 불법정차는 4대 교통법규위반중 하나다.

우리나라 사람들 중 운전을 하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다. 안하는 게 신기할 정도다. 도로에는 차들이 넘쳐나고 사방이 주차난으로 아우성이다. 어디에나 위반차량이 넘쳐나고 얌체족도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그렇다고 블랙박스신고가 근본적인 개선책이 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서로 감시하고 불신만 쌓인다. 내가 당했으니 너희도 당해보라고 블랙박스를 최신으로 바꾸는 사람도 봤다.
블랙박스 신고의 순기능과 함께 역기능도 함께 봐야 한다. 자칫 예상치 않은 엉뚱한 사회적 갈등을 일으킬 수도 있다.

경찰도 신고된 것이니 매뉴얼대로 고지서만 발급한다는 방식은 개선해야 한다. 중과실이 아닌 운전 중 단순한 실수로 판단되면 담당 경찰관의 재량도 인정해야 한다.
물론 신고자가 '법대로'를 고집하면 경찰도 난감할 수 있다. 그렇다면 블랙박스를 이용한 제보 및 처벌에 관한 사항도 한 번 재고해보아야 한다.

우리에게는 광장이나 거리에서 세대결하는 것보다 블랙박스 제보하나가 더 큰 관심사 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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