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은 변호사의 판례 돋보기] '귀중품 도난' 병원 책임 없을까
[오지은 변호사의 판례 돋보기] '귀중품 도난' 병원 책임 없을까
  • 오지은 변호사
  • 승인 2019.09.25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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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 입원해야 하는데 지갑, 현금 등 귀중품은 어떻게 해야 할까. 혹시 도난을 당하면 병원에서 보상은 제대로 해 줄까.

입원하는 환자들은 한 번쯤은 이런 고민을 하게 된다. 사물함이 있기는 하지만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이다. 귀중품을 도난당했다면 책임소재는 어떻게 될까.

이 같은 사례를 담은 민사판결(대법원 2003.4.11.선고 2002다63275)이 있어 살펴봤다. 법원은 휴대품 도난방지에 대한 병원의 신의칙상 보호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신의칙상 보호 의무는 신의성실의 원칙으로부터 나오는 의무를 말한다. 

A씨는 2000년 3월 17일 B 증세로 C 병원 D 병실에 입원, 침대 옆의 시정 장치가 없는 사물함에 예금통장과 신용카드 등이 들어 있는 핸드백 등을 넣어 뒀다.

그리곤 2000년 3월 21일 새벽 검사를 받기 위해 입원실을 비웠다. 이 사이 E씨가 사물함에서 핸드백 등을 훔친 뒤 신용카드로 현금을 인출하거나 물품을 구매했다. 예금통장을 이용해 예금도 인출했다.

병원은 F사와 경비용역계약을 체결, 경비원이 순찰을 했지만 개인의 병실까지는 순찰활동이 미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면회시간은 낮 12시~오후 2시, 오후 6~8시로 정해져 있었지만, 면회시간 이외에도 면회객이 출입해 특별히 통제되지는 않고 있었다.

환자가 입원해 치료를 받는 경우 병원은 진료뿐만 아니라 환자에 대한 숙식의 제공을 비롯해 간호, 보호 등 입원에 따른 포괄적 채무를 진다고 할 수 있다.

환자는 입원 중 생활을 위해 필수용품 등을 휴대하지 않을 수 없다. 진료를 받기 위해 개인 용무를 위해 병실을 비울 경우에도 모든 휴대품을 소지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병실에는 여러 사람들이 비교적 자유롭게 출입하기에 병실에서 도난사고도 발생한다.

병원은 병실에 출입자를 통제·감독하든가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최소한 입원환자에게 휴대품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시정 장치가 있는 사물함을 제공해야 한다. 법원은 입원환자의 휴대품 등의 도난방지를 위해 필요한 적절한 조치를 강구해 줄 '신의칙상의 보호 의무가 있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이를 소홀히 해 환자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이 병실에 무단으로 출입, 휴대품 등을 절취했다면 병원은 그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면하지 못한다고 봤다.

병원이 경비 인력을 늘리거나 시정 장치가 있는 사물함을 비치하는 등 도난사고 방지를 위한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아니한 과실로 인해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법원은 손해배상책임이 있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원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이 정당하다는 것이다.

환자에게 보관 주의를 촉구하고 '도난 때 병원이 책임지지 않는다'는 설명이 있어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병원은 입원환자 안내문을 통해 귀중품과 현금을 지참하지 말고 은행을 이용해 달라고 공지했다. 병실을 비울 때 간호사실에 알려 문을 잠그되 '도난 때에도 병원에서 책임질 수 없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교부하기도 했다.

병원이 입원환자에게 귀중품 등의 물건 보관에 관한 주의를 촉구하면서 도난 때도 병원이 책임질 수 없다는 설명을 한 것이다. 하지만 법원은 병원의 과실에 의한 손해배상책임까지 면제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안내문은 병원의 과실이 없는 불가항력으로 말미암은 손해 발생에 대한 배상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는 것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다. 병원에서 과실이 인정되는 이상 병원이 면책될 수 없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원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하다고 본 것이다.

환자의 경우 본인이나 보호자들이 입원과 관련된 비용(입원 기간이 길어지는 경우 중간 정산 등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에 관해 정확히 예상하기 어렵거나, 환자의 상태 자체가 변하는 경우가 있다.

▲ 오지은 전문위원·변호사
▲ 오지은 전문위원·변호사

비용 지급 등을 위해 부득이 귀중품 등이 포함된 휴대품을 소지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거주지역 내의 병원이 아닌 경우 환자는 은행 업무를 보기 위해 예금통장, 신용카드 등을 소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환자가 귀중품 분실 등을 위한 대비도 중요하지만, 병원도 일단 과실이 인정되는 이상 면책될 수 없다. 진료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 주의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본 판결은 병원 입장에서 치료 목적이 아닌 귀중품 도난 책임까지 부담하는 것이 과도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병원에 입원할 정도의 환자라면 치료에만 집중해야 한다는 점을 볼 때, 경비인력 증원이나 시정장치가 있는 사물함 비치 등의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한 판결이라는데 의미가 있다.

■ 오지은 전문위원·변호사(법무법인 서호) △서울대 간호대 졸업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서울대병원 외과계중환자실(SICU)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심사관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조사관 △질병관리본부 예방접종 이상반응 피해보상 전문위원 △의료기관평가인증원 환자안전 전문가(자문)위원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 전문가 위원 △서울시간호사회 고문 △한국직업건강협회 고문 △대한의료법학회·한국의료법학회 회원 △의료문제를 생각하는 변호사모임 학술단 편집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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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명 2019-09-30 12:54:51
궁금했던건데.....명확한 설명 감사합니다.

NK 2019-09-26 12:21:59
안내 및 고지를 해도 손해배상책임을 면하지는 못하는 군요

용만이 2019-09-26 08:27:42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본인들도잘 챙겨야 합니다

바람 2019-09-26 07:09:36
양당사자 불필요한 소모적원인젝공을 최소화해야?

강변북로 2019-09-25 14:41:21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됬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