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계획대로 설치 안 해 … "사고 전날 붕괴조짐, 적절한 조치 없어"

▲ 소방대원이 건물이 무너진 서울 잠원동 한 도로에서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TV
▲ 소방대원이 건물이 무너진 서울 잠원동 한 도로에서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TV

4명의 사상자를 낸 서울 잠원동 건물 붕괴사고는 결국 인재였다.  철거 현장에서 안전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현장소장 A씨와 감리보조 B씨 등 2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고 9일 밝혔다. 건축주 2명과 건축주 업무대행, 감리, 굴착기 기사, 철거업체 대표 등 6명을 불구속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사고는 지난 7월 4일 오후 2시 23분쯤 서초구 잠원동 지하 1층·지상 5층짜리 건물이 철거 도중 붕괴하며 발생했다.

건물 잔해가 인접 도로에서 신호 대기 중이던 차량 3대를 덮치며 1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사상자 가운데는 결혼반지를 찾으러 가던 예비부부도 있었다.

건물 붕괴는 철거 계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등 현장 안전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철거 작업계획서에는 현장에 잭 서포트(지지대)가 60여개 설치돼야 했지만 공사기일 단축과 비용 등 이유로 40여개만 설치됐다.  그마저도 모두 해체됐다가 이후 27개가량만 추가로 설치된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 전날 붕괴 조짐이 나타나자 철거업체는 사고 당일 오전 잭 서포트를 20개가량 급하게 추가로 설치한 뒤 작업을 계속했지만 오후에 건물이 무너졌다.

철거업체는 건물 상층부를 완전히 철거한 채 아래층을 철거해야 했지만 4·5층을 남겨둔 채 지상층을 철거했다. 폐기물도 즉시 반출하지 않는 등 안전 규정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붕괴 전날 3층 슬래브가 무너졌지만 철거 작업이 계속됐다. 쌓인 폐기물이 2층 바닥 슬래브에 집중돼 건물이 붕괴했다.

경찰 관계자는 "굴착기 기사가 슬래브가 내려앉는 상황을 확인, 현장 책임자에게 보고했지만 관련 내용을 함구하라고 한 상황이 발견됐다"고 말했다.

건축주 역시 철거가 완료될 때까지 유지·관리할 의무가 있음에도 주의 의무를 소홀히 한 점이 인정됐다.

경찰은 관할 자치단체인 서초구의 책임 소재도 수사했으나 위법 사항이나 규정 위반이 확인되지 않아 관련 공무원들은 불기소(혐의없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지난달 3월부터 서울시에서 시행하는 '중소형 민간건축 공사장 안전점검 계획'에 따르면 철거 현장 점검 등 관리·감독 의무는 건축주와 업체, 감리 담당자에게 부과돼 있을 뿐 공무원의 현장 점검 등 의무규정은 없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 소장, 감리, 굴착기, 철거업체 대표가 조금만 더 주의를 기울였다면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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