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의 이슬람 사원 2곳에 총격으로 50여명이 숨지는 등 테러가 잇따르자, 백인우월주의자와 종교인들의 희비는 엇갈렸다.

한 백인우월주의자는 "우리 사람(our guy)이 용감한 일을 해냈다"는 글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썼고, 숨진 사람의 수를 실시간으로 올리며 테러를 지지했다.

언제 발생할 지 모르는 테러에 뉴헴프셔의 한 회당 랍비 로빈은 해외 언론인 더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에서 금요일 예배를 드릴 때마다 '오늘이 세상을 떠날 날인가'라고 생각한다고 두려움을 털어놨다.

종교인들의 두려움은 하루이틀 만의 고민이 아니었다. 종교 사원은 세상에 소외되고 버림받은 약자를 위해 문이 활짝 열린 곳이지 사원을 '괜찮은 사람'이냐에 따라 수용하는 건 낯선 일이었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피부 색으로 사람의 생명을 앗아가는 백인우월주의자가 늘고 있다. 그동안 '종교인'은 자신의 '인권'보다는 타인에게 희생하는 존재로 여겨져왔지만, 그들도 엄연한 사람일 뿐만 아니라 누군가의 가족이다. 테러 안전지역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시대에 종교인의 신변을 보호할 장치가 필요하진 않을까?

미국의 이슬람, 기독교, 유대교 지도자들은 지난 27일(현지시간) 매기 하산 미국 상원의원의 주재로 법 집행을 위한 토의를 했다. 미국의 종교 지도자들은 "보안요원을 세우고, 문을 잠글 수 있게 해달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 세이프타임즈 김희리 기자
▲ 세이프타임즈 김희리 기자

전 세계에서 대규모 인원이 숨지는 테러 참사가 일어나는 가운데, 기본적인 보안과 총격 소지 제한이 안전하게 예배를 드리는 데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다. 미국 법 집행을 하기 전 좀 더 고민해 봐야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종교의 '개방성'과 '보안' 가운데 어느 하나가 치우쳐 지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오늘날 '여기가 바로 안전한 지역'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무엇보다 안전이 보장되는 데 힘을 써야지, 개방과 보안을 두고 폐쇄성을 문제로 삼을 일은 아니라는 게 종교인들의 생각이다. 안전한 곳에서 약자들을 더 열린 마음으로 섬길 수 있으니, 비판자들의 주장은 우려할 일이 아닌 것 같다.

인종과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무차별 테러가 일어나는 상황에서 종교 사원의 '보안법'은 마지막 자구책일 수밖에 없다. "약자를 섬겨야 한다"는 사명의식을 철저히 실천하되, 안전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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