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문 밖에만 나가도 전쟁터"라는 말이 있다.

농경사회에서는 잘해야 집에서 사방 10리가 생활권이었다. 언덕만 넘어가도 새로운 세상이 존재하는 줄 알았다. 그러나 생활권역이 없어진 현대에는 사는 게 곧 전쟁터가 돼 버렸다. 문명이 전해준 산물이다.

교통수단 하나만 가지고도 사람들은 이미 전쟁을 치르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8년 교통사고 사망자는 3781명이다. 자살, 위암과 더불어 OECD 국가 가운데 최상위권에 오르는 부끄러운 수치다.

전쟁은 일상적인 생활이나 길거리에서도 일어난다. 어디서 간판이 떨어질지 모르고 어느 맨홀 뚜껑이 열려있을지 모른다. 흉기처럼 달리는 자동차가 인도로 돌진할지도 모른다. 기형적으로 아파트가 많은 우리나라 주거형태도 한몫 한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승강기 사고로 3명이 죽고 21명이 다쳤다 한다. 올 상반기에만 사상자가 25명으로 지난해 기록을 이미 넘어섰다.

아무것도 안 해도 위험은 시시각각 우리를 노리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미세먼지다. 미세먼지는 좀 더 깊숙이 우리의 장기를 위협한다. 보이지 않는 공포가 더 무섭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폭염과 한파, 그리고 홍수도 끊임없이 지구촌을 괴롭힌다. 밤이라고 달라질 건 없다. 빛 공해도 심각한 수준이다. 사람들은 숙면을 취하기 어렵고 곤충들은 낮과 밤을 착각해 돌연변이까지 생긴다.

현대 문명의 총아로 여겨지는 스마트폰은 여파가 더욱 크다. 중독에 가까운 사람들은 시력이 저하되고 보행과 운전 중 사고 위험도 높다. 더욱이 인체에 주는 부작용도 무시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사람의 머리는 5~6kg이다. 우리가 고개를 숙이면 경추 추간판(디스크)이 짓눌리게 되는데 고개를 1㎝ 숙일 때마다 목뼈에 최대 3kg의 하중이 실린다. 30도를 기준으로 해도 목에 4배 이상의 하중이 가해져 결국 목 디스크로 이어진다. 목 디스크는 하반신마비나 전신마비까지 일으키는 무서운 질환이다.

▲ 김춘만 종합뉴스부장
▲ 김춘만 종합뉴스부장

문명은 과연 이기(利器)인가. 문명이 주는 또 다른 이면을 우리는 얼마나 심각하게 보고 있는가. 무궁화호 기차나 ITX(구 새마을호)를 이용해도 충분한데 사람들은 KTX나 SRT로 몰리고 있다. 도착해서 할 일 없이 시간을 보내도 일단 빨리 가자는 심산이다. 여행 중에 느끼는 차창 밖의 풍경에는 관심이 없다.

문명의 발전은 아이러니하게도 우리에게 만족이 아닌 결핍을 주고 있다. 더 빠르고 더 편리하고 더 완벽해야 이용자들은 만족감을 느낀다. 그래서 항상 결핍하고 조급하다.

내 것이 남의 것보다 못하면 참지 못한다. 무엇이든 최신형이어야 마음이 놓인다. 그 속에서 우리가 놓치는 것이 얼마나 많은 지는 둘째 문제다.

문명이 주는 편리와 완벽함만이 우리에게 만족을 주는 것이 아니다. 홀로 언덕길을 걸어보고 스마트폰 없이 가벼운 산책을 즐겨보자. 더 깊은 풍요로움이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문명이란 좋은 것이다. 그러나 서두르거나 조급한 마음은 우리에게 독이 될 수도 있다. 좀 느리게 살면 어떤가. 문명의 편리함이 우리의 생명보다 우선할 수는 없는 것이다.
사고의 대부분은 무엇이든 빠르고 신속해야 한다는 우리의 조급증에서 유발한다.

우리가 가진 것의 70%는 없어도 되는 것이라는 통계가 있다. 내려놓는 것은 산사에서 도를 닦는 분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여름도 지나고 있다. 올가을에는 좀 더 느리게, 좀 더 비우고 사는 연습을 해보는 것도 좋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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