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사망원인 42% 유독가스 흡입
'배연창' 차단하는 커텐·블라인드 문제

▲ 서울지역 한 건물에 배연창이 설치돼 있다. ⓒ 조용선 논설위원
▲ 서울지역 한 건물에 배연창이 설치돼 있다. ⓒ 조용선 논설위원

화재가 발생하면 신속한 대피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

하지만 닫혀 있어야 할 방화문이 열려 있거나, 피난 대피로가 장애물로 막혀 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피난을 방해하기에 인명피해 규모가 커질 수 밖에 없다.

소방청과 국립재난안전연구원 등 전문가로 구성된 재난원인조사반이 2014~2018년 공동주택에서 발생한 화재 2만4084건을 조사했더니 이같은 명제가 사실로 드러났다.

사망자 285명 가운데 무려 42%. 이들은 연기나 유독가스를 흡입한 것이 직접적인 사망 원인으로 밝혀졌다.

건축물에서 발생한 화재는 연기를 동반한다. 화재 그 자체보다도 연기가 사람들의 대피에 더 큰 영향을 준다.

검은 연기는 대피자의 시야를 가려 대피로를 찾지 못하게 한다. 유독가스로 인해 정신을 잃으면 대피도 불가능해 진다.

배연설비의 중요성 때문에 <건축시행법령>은 6층 이상인 건축물로서 제2종 근린생활시설 가운데 공연장, 종교집회장, 다중생활시설, 문화·집회시설, 종교시설, 판매시설, 운수시설, 의료시설, 교육연구시설 가운데 연구소, 노유자시설 가운데 아동 관련 시설, 노인복지시설, 수련시설 가운데 유스호스텔, 운동시설, 업무시설, 숙박시설, 위락시설, 관광휴게시설, 장례식장 등의 하나에 해당하는 용도로 쓰는 건축물에는 배연설비를 설치해야한다.

요양·정신병원, 노인요양·장애인 거주·장애인 의료재활시설 등의 하나에 해당하는 용도로 쓰는 건축물도 마찬가지다.

▲ 배연창에 블라인드를 설치하면 연기 배출이 어렵다. ⓒ 조용선 논설위원
▲ 배연창에 블라인드를 설치하면 연기 배출이 어렵다. ⓒ 조용선 논설위원

배연설비는 연기를 외부로 배출해 플래시 오버(Flash Over) 발생을 지연시켜는 효과를 낸다.

플래시 오버는 실내 온도가 가연성 혼합기체의 착화점보다 높아지는 순간 폭발적으로 실내의 가연물에 착화돼 층 전체가 화염으로 휩싸이는 현상을 말한다.

실내에서 불이 날 경우 플래시 오버 현상이 생기면 재실자의 생존 가능성은 희박해 진다고 할 수 있다.

거실에서 발생한 불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3~5분이 지나면 가연성 증기의 농도가 짙어져 가연성 혼합기체가 되고, 실내의 온도가 점점 높아진다.

건축법은 플래시 오버 발생을 늦추기 위해서 실내 마감재를 불연화하거나 열과 연기를 배출시키는 배연설비를 적용토록 하고 있다.

인명안전의 중요 요소인 배연설비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전문가들이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미흡한 것이 현실이다.

거실에 설치해야 하는 대상인 배연설비를 복도에 설치하는 경우에는 설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업무시설인 오피스텔은 20분의 1 이상을 환기창으로 설치할 경우 배연설비를 제외할 수 있으므로 대부분 거실이 아닌 복도에 배연창을 설치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사용자들은 햇볕을 가리기 위해 배연창 앞에 블라인드, 커텐 등을 설치하기 때문에 화재가 발생한 경우 열과 연기 배출이 어려울 수 있다.

또한 건축법상 제연설비 설치 대상이 아닌 건축물의 지하층에 배연설비를 적용해야 하는데 적용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인명보호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배연설비 실태에 대한 허가 연도와 용도·지역별 파악이 시급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건축물의 미흡한 부분을 개선하기 위한 단기·중기·장기 계획 수립도 뒤따라야 한다.

건전성 확보 방안과 시공, 관리에 대한 절차서를 마련하고 1~2년에 1회 이상 객관적 검증이 이뤄져야만 인명안전을 담보할 수 있다.

저작권자 © 누구나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언론 세이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