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출판 문사철·190쪽·1만2000원

하나님은 예레미야 선지자에게 아나돗에 있는 밭을 사라고 하셨다.

아나돗은 고대 이스라엘을 뜻하는 히브리어로 하나님은 그 밭을 '회복의 상징'으로 사라고 하신 것이다.

하나님이 이 같은 말씀을 하신 때는 예루살렘이 바빌로니아에 포위돼 함락하기 직전. 예레미야 역시 유다 왕궁의 근위대 뜰에 갇혀 있었다.

한마디로 아나돗에 있는 밭은 비전도 없을 뿐 아니라 믿음이 없으면 살 수 없는 땅이었다.

세이프타임즈(www.safetimes.co.kr) 논설실장으로 <아나돗 편지>를 연재해 온 정이신 아나돗공동체 위임목사가 그 동안 썼던 칼럼을 책으로 펴냈다.

부제인 '같이 비를 맞고 걸어야 평화가 보입니다'는 저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한 마디로 함축하고 있다.

북한에 대한 경제·인도적 지원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먼저 가슴으로 북향민을 이해할 줄 알아야 한다는 저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다.

그 사람이 있는 낮은 곳에 같이 있어 주는 것. '같이'는 차별의 반댓말이다.

▲ 아나돗 공동체 위임목사·세이프타임즈 논설위원
▲ 아나돗 공동체 위임목사·세이프타임즈 논설위원

작가는 기독교상담을 하면서 신앙과 사회의 경계에서 자신을 돌아봤다. 

온지서원(溫知書院)에서 논어를 배운 작가는 북향민에게 한자를 가르치고 있다.

작가는 북향민이 국내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가운데 이들이 겪는 완충기가 대한민국에서 자라고 난 사람들의 상황과 꽤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각자도생이 만연하는 오늘날에도 아나돗에 있는 밭은 남다른 비전이 없으면 살 수 없는 땅이다. 저자는 '같이'가 동원될 때 비로소 삶의 퍼즐이 맞춰질 수 있다고 말한다.

마치 숨을 고르듯 한 두 장마다 펼쳐진 글은 책장을 계속 넘기게 한다. 한 장 한 장 읽다보면 헛헛한 마음에 따뜻한 공기가 채워지는 기분이 든다. 

성과를 이루기 위해 한 곳에만 질주하던 이에겐 주변을 살펴보는 용기를, 이룬 것이 없는 것 같아 우울한 이에겐 세심한 다독임을 선물한다. 

<아나돗편지>는 22일부터 교보문고(www.kyobobook.co.kr)에서 구매할 수 있다. 도서출판 문사철, 190쪽,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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