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파산하고 사장도 폐암으로 사망
연초박 2000여톤 태우다 발암물질 발생
암 2.05배, 피부암 21배 등 발병 연관 추정

▲ 장점마을이 있는 전북 익산시 함라면 신등리 ⓒ 환경부
▲ 장점마을이 있는 전북 익산시 함라면 신등리 ⓒ 환경부

발암물질을 퍼뜨린 비료공장의 노동자들이 암에 걸린 것으로 드러났다. 공장 인근 전북 익산시 장점마을에 사는 주민 20여명도 암에 걸렸다.

국립환경과학원은 20일 장점마을 주민건강 영향조사 설명회를 익산시 국가무형문화재통합전수교육관에서 열었다. 2017년 4월 피해가 속출하자 장점마을 주민들이 정부에 청원하고, 국립환경과학원이 환경안전건강연구소에 의뢰하면서 만들어졌다.

앞서 전북도 환경보건연구원은 2016년 마을과 공장 사이 저수지에서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한 것은 공장과 무관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환경과학원은 "주민 20여명의 암 집단 발병이 인근 비료공장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비료공장 노동자 5명도 암에 걸린 사실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공장이 설립된 2001년 이후 마을주민 99명 가운데 22명이 암에 걸렸다. 22명 가운데 14명은 투병 중 숨졌다. 하지만 공장이 파산하고 사장도 폐암으로 숨져 어디서 보상을 받아야 될지 깜깜한 상황이다.

환경과학원은 그 근거로 비료공장인 금강농산 사업장 내부와 장점마을에서 발암물질로 알려진 다환방향족탄화수소류(PAHs)와 '담배 특이 니트로사민(TSNAs)'이 검출된 점을 들었다.

담배 특이 니트로사민은 담뱃잎을 건조할 때 생긴다. 니트로사민에 있는 NNN(Nicotine-nitrosamine nitrosonornicotine)과 NNK(N-nitrosamine ketone)는 국제암연구소가 지정한 1군 발암물질이다. 1군 발암물질은 인체 암 발생에 충분한 근거가 있을 때 지정된다.

다환방향족탄화수소류도 공장에서 500여m 떨어진 주택 옥상에서 1g 당 680.5㎍이 검출됐다. 1 마이크로그램은 100만분의 1g이다.

담배 특이 니트로사민은 장점마을에서 검출됐으나 대조지역에서는 전혀 나오지 않았다.

환경과학원은 "금강농산에서 300도 고온으로 최대 2242톤의 연초박을 건조하는 가운데 TSNAs가 마을까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초박은 담뱃잎 찌꺼기다.

마을에서 집단 발병한 암, 피부질환 등은 평균치를 크게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을 암 발생률을 분석한 결과, 다른 지역 대비 모든 암은 2.05배, 피부암은 21배, 담낭·담도암은 16배로 높았다.

피부질환 발생 비율 역시 타 지역보다 3배가량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비료공장 상시 노동자 30명 가운데 암에 걸린 5명도 산업재해 평균을 뛰어넘는다.

환경과학원 관계자는 "비료공장이 이미 파산해 당시 발암물질 배출량과 주민·근로자의 노출량을 파악하기 어려워 암과의 인과관계를 해석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익산시에 주민 건강을 관리하는 사후 관찰을 요청하고, '환경오염피해 배상책임 및 구제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주민 피해 구제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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