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병 '국제금융맨' 김철기씨 '생존수영' 전도사 활약
불과 몇시간 교육 이수땐 "바다에서 1~2시간 생존 가능"
4월 7일 필리핀 청소년 300명 시연 '대성공' … 호평 받아
'수난구조 골든타임 1시간' 구조 가능케 한 '신영법' 평가

▲ 지난 7일 필리핀 민도로섬 산타 크루즈 해변에서 필리핀 청소년 300여명이 잎새뜨기 생존 수영을 시연하고 있다. ⓒ 김철기 대한파킨슨병협회 체육이사
▲ 지난 7일 필리핀 민도로섬 산타 크루즈 해변에서 필리핀 청소년 300여명이 잎새뜨기 생존 수영을 시연하고 있다. ⓒ 김철기 대한파킨슨병협회 체육이사

지난 7일 필리핀 민도로섬 산타 크루즈 해변. 자력으로 바다위에 떠 있는 생존술 시범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필리핀 청소년 300여명이 모였다. 신기한 행사의 지휘자는 폴 안 생존술 코치(안치권·45)와 김철기 대한파킨슨병협회 체육이사(59).

이들은 불과 이틀전 세시간 남짓, 파도가 높은 해변에서 '잎새뜨기' 실전 생존술(Leaf Float) 교육을 받은 것이 전부였다. 인천예람교회(담임목사 우영균·58) 청소년들을 주축으로 한 자원봉사대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모든 준비는 완료됐다.

"익사로부터 어린이들을 구하자(Save children from drowning)."

구호를 외친 청소년들은 일제히 바다에 뛰어 들었다. 보조도구나 수영동작없이 신체의 부력만으로 물위에 떠있는 '잎새처럼' 가만히 떠 있는 놀라운 장면이 시연되는 순간이었다.

몇몇은 수심을 알 수 없는 깊은 바다라는 것을 깨닫고 공포감으로 허우적거렸지만 "숨을 들이 쉬세요", "누우세요”라는 진행자의 두마디에 모두 안정을 되찾았다. 이어 100여명의 청소년들과 보조요원들이 작은 배에 매단 두 가닥의 긴 줄을 잡고 누운 채로 바다 한복판으로 이동했다.

서로 손을 잡거나, 누운 채로 구조대를 기다리는 실전 생존술 시연. 대부분의 참가자들에게 깊은 바다는 처음이었다. 그리고 불과 몇시간 배운 '잎새뜨기' 실전 생존술로 무난히 구조에 성공했다.

▲ 지난 7일 필리핀 민도로섬 산타 크루즈 해변에서 필리핀 청소년 300여명이 잎새뜨기 생존 수영을 시연하고 있다. ⓒ 김철기 대한파킨슨병협회 체육이사
▲ 지난 7일 필리핀 민도로섬 산타 크루즈 해변에서 필리핀 청소년 300여명이 잎새뜨기 생존 수영을 시연하고 있다. ⓒ 김철기 대한파킨슨병협회 체육이사

필리핀에서 잎새뜨기 실전생존술이라는 대규모 시연을 성공적으로 끝낸 김철기 대한파킨슨병협회 체육이사를 24일 세이프타임즈(www.safetimes.co.kr)가 만났다.

국민안전처는 세월호 참사 이후 해양사고 구조에 대한  '골든타임'을 1시간으로 설정했다. 차디찬 바다에서 파도를 견디며 1시간만 버텨 준다면 헬기가 출동, 전원구조를 하겠다는 것이 국민안전처의 목표다. 수영을 못하는 사람이 몇시간 훈련으로 구조시간을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안전영법이기에 심층 취재했다.

'익사로부터 세상 사람들을 구하자 (Save people from drowning)'는 캠페인을 기획·총괄하고 있는 그는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환자다. 국제기구인 아시아개발은행 (ADB)에서 20년 가까이 일하며, 저개발국가들을 도와주면서 몸에 밴 인류사랑 정신에 기반해 재능기부로 캠페인을 추진하고 있다. 잎새뜨기 실전생존술의 전도사로 활약하고 있다.

'잎새뜨기 실전 생존술'은 다리와 팔을 움직여 헤엄쳐 나가는 일반적인 영법이 아니다. 실효성이 매우 높은 생존수영법이다. 양팔을 위로 뻗는 자세와 몸의 부력을 만드는 호흡을 통해 자연스럽게 물 위에 떠 있도록 하는 에너지 소모가 매우 적은 영법이다. 온몸의 긴장을 풀고 정확한 자세를 취한 뒤 마치 물위에 떠 있는 잎새 한 장처럼 물에 '누워서’ 자신을 내맡긴다. '잎새뜨기'라고 부른다. 실전 생존술은 그에게 수영 지도를 해주던 폴 안 코치가 개발했다. 비상시 자체 부력만으로 한 두시간 동안 떠서 아무런 보조장비 없이 맨몸으로, 심지어 바지와 신발을 신은 채 물속에서 구조대를 기다리는 기술이다.

김철기 이사는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10시간 내외 훈련을 받으면 완벽하게 습득할 수 있다"며 "예기치 않은 갑작스런 수난 사고 등 비상상황시에 매우 유용하다"고 확신했다.

그는 파킨슨병을 다년간 앓고 있는 5급 장애인(뇌병변 장애)이다. 거동이 불편해 매일같이 해 오던 수영을 못하고 아동 풀에서 누워 뜬 채로 스트레칭을 하는 시간이 늘어 났다. 지난해 9월에는 실전 생존술의 근간 기술인 '잎새뜨기'를 사용해 장애우들을 위한 '요가수영'을 부부가 개발했다. 일본 도쿄에서 열린 아시아 파킨슨병 포럼에서 시연해 호평을 받기도 했다.

▲ 김철기 대한파킨슨병원협회 체육이사가 서울 종암동 노블레스 타워 수영장에서 부인 민경인 코치와 잎새쓰기 생존수영을 가르치고 있다. ⓒ 세이프타임즈
▲ 김철기 대한파킨슨병원협회 체육이사가 서울 종암동 노블레스 타워 수영장에서 부인 민경인 코치와 잎새쓰기 생존수영을 가르치고 있다. ⓒ 세이프타임즈

지난 1월에는 폴 안 코치와 필리핀 민도로섬 주민들에게 실전생존술을 지도한 결과 자신감을 얻고, 민도로섬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생존술 교육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했다.

거동이 불편한 김 이사가 재능기부를 통해 봉사활동을 할 수 있었던 것은 타고난 긍정 마인드 때문. 불치병으로 알려진 파킨슨병을 확진 받은 순간 활짝 웃으며 "그러면 앞으로 남은 하루 하루를 세배씩 더 행복하게 살아 가겠다"고 의사에게 약속한 일화는 SNS를 통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해가 거듭되면서 병이 진행돼 거동은 점차 힘들어 지고 있지만 한 번도 그때 다짐을 어겨본 적이 없다고 했다. 오히려 열심히 수영훈련을 받아 올해 초 부부가 수영코치와 생존술 코치 자격을 동시에 따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수영과 생존술을 통해 '행복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다.

김 이사는 "파킨슨병 확진을 받은 뒤 곧바로 체력 회복을 위해 수영을 배우기 시작, 아침 저녁으로 매일같이 수영을 해 누적 거리가 바다수영을 포함해 2000km가 넘는다"고 했다. 그는 "익사 사고로부터 사람들을 구하고, '물에 뜨는 인류'가 되는 과정을 돕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저희들이 지금껏 지도해 준 수천명 중 거의 대부분이 짧게는 한시간, 길어야 10시간 안팎의 실효성 높은 훈련을 통해 물에서 자력으로 잎새처럼 떠 있게 됐습니다."

김이사는 "앞으로 수만명, 수십만명의 사람들이 '물에 뜨는 인류' 대열에 참여하는 것이 시간문제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노약자와 어린이들이 실전 생존술을 배워서 익사 위험이 없어진다면 제2의 세월호 참사와 같은 사고는 일어 나지 않을 것"이라며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일에 비록 거동이 불편한 몸이지만 즐겁게 바치고 싶다"고 밝혔다.

[다음은 대한파킨슨병협회 김철기 체육이사와의 인터뷰 전문]

- 잎새뜨기 실전 생존술이 다른 영법과 다른가.

"제 수영 스승이신 폴 안 코치가 창안하고 개발한 새로운 개념의 배우기 쉽고 실효성이 매우 높은 영법이다. '잎새뜨기 실전생존술'은 세계 최초로 사람이 가지고 있는 자체 부력으로 마치 나뭇잎새처럼 가볍게 물에 장시간 떠서 체력 소모를 최소화한 채 구조대가 도착할 때 까지 생존하는 방법이다. 수영 동작을 거의 하지 않기 때문에 입고 있는 옷과 신발을 착용한 채로 물에 들어 갈 수 있어 보온효과가 탁월한 장점도 있다. 이동이 필요하면 함께 배우게 되는 잎새뜨기 생존수영으로 누워 뜬 채로 손발을 저어 움직이면 된다. 동양인 체형이면 짧게는 한시간만 배워도 뜰 수도 있다. 길게는 16시간의 정규 수업을 받고 나면, 평생 강이나 바다에서 요긴하게 써먹을 수 있다. 수상 사고때 생명을 살리는 가장 적절한 방법이라고 확신한다."

▲ 김창영 세이프타임즈 발행인 겸 대표기자가 '잎새뜨기 생존수영' 전도사 김철기 이사를 인터뷰 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세이프타임즈
▲ 김창영 세이프타임즈 발행인 겸 대표기자가 '잎새뜨기 생존수영' 전도사 김철기 이사를 인터뷰 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세이프타임즈

- 필리핀 민도로섬에서 교육은 어떻게 진행됐나.

"실전생존술의 안전성과 견고성을 확인한 우리는 10대 청소년 300명을 대상으로 교육을 했다. 첫날은 한시간 남짓 비교적 안전한 해변가에서 적응훈련을 거쳤는데, 수십명이 물에 뜨기 시작했다. 둘째날에는 파도가 거친 상태에 두시간 훈련을 시켰다. 놀랍게도 대부분이 자력으로 떠서 높은 파도를 견뎌 내고 잎새뜨기에 성공했다. 마지막 날은 파도가 안정을 되찾은 여건에서 더 많은 청소년들이 잎새뜨기에 성공했다. 자원한 청소년들과 보조요원들이 작은 배에 매단 두개의 100m 길이의 로프를 잡고 잎새뜨기 자세로 천천히 이동한 후에 바다 한가운데에서 서로 손을 잡고 정지상태로 떠서 완벽하게 전원 구조됐다."

- 시연 장소를 필리핀 민도로섬으로 정한 이유는.

"20년 가까이 아시아개발은행(ADB) 본부가 있는 마닐라에 살았기에 필리핀이 제2인생 고향인 셈이다. 마침 민도로섬에서 선교활동을 하고 있는 열방선교회 최용기 선교사가 청소년집회 (2016 Vision Philippine Youth Conference) 기간 중 생존술 지도를 요청을 했다. 민도로섬은 파도가 높은 날이 많아 익사 사고가 많은 곳으로 시연에 안성맞춤이었다. 게다가 동료코치인 인천예람교회 우영균 담임목사가 자원봉사를 해 줄 청년대원들을 보내줘 아무런 사고없이 시연을 끝낼 수 있었다."

- 필리핀 청소년들의 반응은 어땠나.

"교육대상자들은 우리나라 기준으로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학생이었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이렇게 쉽고 즐거운 잎새뜨기법이 신기하다는 반응이었다. 섬 아이들이기 때문에 물에는  웬만큼 익숙해 있었지만 익사사고가 잦아 파도가 조금만 심해도 바다에 들어갈 생각을 못했다. 그들은 물에 대한 두려움이 사라져 물놀이를 자주하게 될 수 있게 됐다고 좋아했다. 내년 이맘 때 모임에는 얼마나 많은 친구들에게 잎새뜨기를 가르쳐 주었는지 자랑하고 싶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불과 두 세시간 연습한 잎새뜨기에 자신이 생긴 아이들이 마지막으로 해변에서 수백미터를 이동, 수심이 수십미터나 되는 바다에서 한시간 가까이 떠서 구조를 기다린 잎새뜨기 생존술의 우수함을 웅변으로 말해준다고 생각한다."

-생존술을 장애우들을 대상으로 교육시킬 방안은 있나.

"생존술 잎새뜨기는 장애우들과 환우들께 매우 유익하다. 물에서 떠서 균형감각을 키울 수 있다는 자체로 좋은 운동이 된다. 일단 물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지고, 물이 친숙해지면 물속에서 할 수 있는 동작이나 운동을 생각하게 된다. 저 역시 약효가 떨어져 몸이 굳어지면서 정상적으로 수영을 할 수 없게 되면 아동 풀에서 장시간 누워 떠서 제가 개발한 요가수영 스트레칭을 사실상 매일 하고 있다. 그러다가 다시 수영을 한다. 올해 폴 안 코치와 장애우들을 위한 쉬운 영법을 개발해 보급하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있다."

- 불편한 몸으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지 놀랍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가 '회복탄력성'이다. 예상치 못한 난관에 봉착했을 때 이전보다 몇배나 높은 비전과 정신력을 가지고 많은 사람들에게 유익한 일을 추진해 가도록 도와주는 마음의 근력이다. 제가 난치병을 확진 받은 그 순간에 제 속에 감춰져 있던 회복탄력성이 발동한 것 같다. 파킨슨병이 진행되고 있어서 하루의 절반가량은 약효가 떨어져 몸과 팔다리가 굳어서 거동이 불편하다. 하지만 전혀 개의치 않는다. 제 몸이 이만큼이라도 움직일 수 있는 것을 감사하며 앞으로 실전 생존술을 널리 보급해서 익사로부터 세상사람들을 구하는 일에 제 몸과 마음을 바치겠다."

■ 김철기(cheolghee@gmail.com) △경북 김천(1957) △김천고(1975) △고려대 경영학과(1982) △서울대 국제경영학 석사(1985) △미 와튼스쿨 MBA Finance (1994) △한국은행 (1982~1995) △아시아개발은행(ADB·1995~2014) △파킨슨병 진단(2011. 1) △잎새뜨기 생존술(Leaf Float) 수영 입문 (2014) △코치 자격 획득(2016) △대한파킨슨병협회 체육이사 (2015~현재)

▲ 안치권 폴 안 생존술 코치(왼쪽)와 김철기 대한파킨슨병협회 체육이사가 24일 서울 성북구 종암동 노블레스타워 수영장에서 인터뷰를 마친뒤 환하게 웃고 있다. ⓒ 세이프타임즈
▲ 안치권 폴 안 생존술 코치(왼쪽)와 김철기 대한파킨슨병협회 체육이사가 24일 서울 성북구 종암동 노블레스타워 수영장에서 인터뷰를 마친뒤 환하게 웃고 있다. ⓒ 세이프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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