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란 리본은 아픔이 아니라 기다림과 그리움의 기억이다. ⓒ 김춘만 기자
▲ 노란 리본은 아픔이 아니라 기다림과 그리움의 기억이다. ⓒ 김춘만 기자

세상에 어떤 사고든 가슴 저미고 쓰라린 아픔을 동반하지 않는 경우는 없다. 단순히 기사만 접한 사람들도 마음이 아픈데 가족들의 심정이야 오죽하겠는가.

지난 4일 당진~대전고속도로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피해자도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였다. 사고차량에는 청첩장이 다수 발견됐다고 한다.

예비신랑과 부모, 친구들의 무너지는 가슴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다. 남편과 3살 난 아들을 동시에 잃은 엄마의 마음은 또 어떻겠는가, 비록 가해자라도 말이다.

우리 일상에는 수많은 사고가 일어나고 누군가에게는 평생 씻지 못할 아픔이 되고 있다. 그런데 이보다 더 유가족을 가슴 아프게 하는 것은 보상 등에 관한 가짜뉴스다.

1994년 10월 24일 충주호에서 발생한 유람선(충주 제5호) 화재사고는 아직도 대형 선상 사고로 기억되고 있다.

승무원 3명을 포함해 132명을 태우고 충주호로 향하던 배가 구 단양철교에 이르렀을 때 화재에 휩싸이게 된다. 기관실에서 시작된 화재는 불과 한시간만에 배를 전소시킨다.

화재가 발생하자 승무원은 승객을 선실에 몰아넣고 구명조끼마저 지급하지 않았다. 결국 남자승객들이 유리창을 깨고 탈출을 시도했고 인근을 지나던 유람선과 어선에 의해 구조됐다.

이 사고로 29명이 사망하고 1명이 실종됐다. 이때 유가족의 가슴을 더욱 멍들인 것은 보상에 관한 소문이었다.

놀러 다니다 일어난 사고에 국가가 거액의 보상금을 지급한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었다. 언론도 각종 보상금 내역을 기사화하며 숫자놀음에 열을 올렸다.

불과 5년 전 세월호 희생자에 대한 보상금 가짜뉴스는 정도를 넘어섰다. 자유한국당 차명진 전 의원은 "해쳐먹어도 너무 해쳐먹는다"는 말로 공분을 샀다.

수억원의 보상금을 타내고 남은 자녀 대학입학특례까지 얻었다는 가짜뉴스가 사실처럼 굳어졌다. 물론 소문처럼 '엄청난' 보상금은 없었고, 대학입학 특례도 요구한 적이 없었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지난달 29일(한국시간 30일 오전 4시) 한국 관광객 33명이 탑승한 유람선이 침몰했다.

6일 현재 12명이 사망하고 실종자는 14명이다. 대부분 수십 ㎞이상 떨어진 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생존보다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는 것만으로도 위안을 삼아야하는 상황이다.

살아서 돌아오는 것만큼 반가울 수는 없겠지만, 시신이라도 품에 안고자하는 것이 가족의 마음이다.

▲ 김춘만 종합뉴스부장
▲ 김춘만 종합뉴스부장

그런데 많은 언론은 벌써부터 보상금에 대한 기사를 내보내 지탄을 받고 있다. 언론이라고 지칭하기도 민망할 지경이다. 이름만 대면 아는 보수언론과 일부 인터넷 언론이 가세했다.

아직 찾지 못한 사람들이 태반인데 사망 보험금이 1억원 이니 하는 기사부터 쏟아내고 있다. 아무리 언론이 클릭으로 먹고 산 다해도 이쯤 되면 스스로 언론이기를 포기한 행위다.

사고는 누군가에게는 흥미가 될 수 있지만 당사자에게는 삶의 전부가 될 수 있다. 그리고 당사자는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 누군가의 아픔이 곧 내 아픔이 될 수도 있다.

얼마전 사석에서 한 지인이 개탄스러워하며 한 말이 기억난다.

"내가 낸 세금을 엉뚱한 사람들 보상금으로 사용한다"

진심이라면 정말 개탄스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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