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베레스트 정상을 오르려다 목숨을 잃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있다. 올해만 해도 숨진 산악인이 무려 11명에 달할 정도다.

최근 미국 유타주에서 온 영업 팀장과 콜로라도주에서 온 아마추어 산악인도 결국 목숨을 잃었다. 이들은 세계에서 험난한 산 7곳 가운데 에베레스트만 남겨두고 정상에 올랐다.

네팔 정부가 일반인을 에베레스트에 허용한 것은 50년 전부터다. 그 이전에는 검증된 전문 산악인만이 에베레스트에 오를 수 있었다.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한 외국인 유치를 위해 입산 허가 자격을 낮추고 입장비도 저렴하게 했다.

이로 인해 1만1000달러(1314만6100원)와 건강진단서만 있으면 누구나 에베레스트에 오를 수 있다.

▲ 세이프타임즈 김희리 기자
▲ 세이프타임즈 김희리 기자

네팔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가운데 한 곳이다. 주요 생계수단은 에베레스트를 통한 관광업이다. 연간 3억달러를 벌어 들인다.

입산을 쉽게 허가하면서 관광산업은 활기를 띠고 있지만, 산악 속도나 등산 시간에 대한 안전기준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네팔 정부는 "산악 기준은 우리 소관이 아니다"고 항변하고 있다. 관광객을 끌어 모은 뒤 안전 책임은 모두 가이드에게 떠 맡기고 있다.

하지만 정작 가이드는 관광객에게 그날의 날씨만 간단히 설명한 뒤 곧장 정상으로 인도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에베레스트 정상은 고도가 높아 몇 시간밖에 버틸 수 없다. 산악 가이드 에릭 머피는 "그야말로 1분 1초가 급하다"며 "준비 안 된 관광객이 동행하는 경우 최소 5시간 이상이 지체된다"고 말했다.

사망자 대부분은 고지대에 오래 있다가 산소부족으로 고산증에 걸려 목숨을 잃었다. 고산증에 걸린 산악인은 두통, 구토, 호흡곤란, 기억상실증을 겪는다. 시간을 초과해 고지에 머무는 산악인은 폐에 물이 차는 치명적인 병에 걸릴 수 있다.

마지막 캠프에서 정상까지 914m는 '죽음의 구간'으로 불린다. 이 구간에서 고산증, 폐에 물이 차는 증상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에베레스트는 입장비와 건강진단서를 내면 오를 수 있다. 네팔 정부는 안전은 무시한 채 에베레스트 등반에서 오는 '명예와 성취감'만을 내세워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데만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에베레스트에 맞먹는 명예와 성취감은 아무에게나 오지 않는다.

험난한 산에 오를 만큼 준비된 단단한 체력이 필요하다. 네팔 정부는 돈 때문에 관광객을 무조건 허가해서는 안된다.

버킷리스트를 채우려 가벼운 마음으로 안전에 대한 담보없이 에베레스트를 오르려다 또 누군가 목숨을 잃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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