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정차금지표지 있는 곳만 과태료 부과 가능
경기지역 '보행자안전' 위해 있는 것도 '제거'
행안부 '4대불법 주정차 신고' 탁상행정 지적

▲ 경기 부천시 오정구 주택가 소방도로에 트럭이 소화전 5m 이내에 불법주차를 하고 있다. ⓒ 독자 제공
▲ 경기 부천시 오정구 주택가 소방도로에 트럭이 소화전 5m 이내에 불법주차를 하고 있다. ⓒ 독자 제공

지난달 17일부터 4대 불법 주정차 '주민신고제'가 본격 시행됐다.

행정안전부는 한달 동안 무려 5만6000여건이 접수돼 반응이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자료까지 냈다.

이 제도는 주정차 금지구역으로 지정된 4곳의 사진을 찍어 '안전신문고 앱'을 통해 쉽게 신고할 수 있는 제도다. 위법사실이 확인되면 과태료가 부과된다.

신고대상은 주정차가 금지된 소화전 주변과 교차로 모퉁이 5m 이내다. 버스정류소 10m 이내와 횡단보도 역시 신고대상이다.

행안부가 적극적인 홍보를 벌이면서 하루 평균 1900여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안전신문고 앱에 접속해 4대 불법주정차 신고 폴더에 글을 남기고 발견 당시와 1분이 지난 뒤 사진을 추가로 업로드하면 신고가 끝난다.

그렇다면 신고후 과태료 부과와 사후관리가 잘 되고 있는 것일까. <세이프타임즈>가 독자 제보를 통해 취재했다.

지난 22일 문모(50)씨는 경기 부천시 오정구의 한 주택가 소방도로 소화전 주변에 세워 둔 차량의 사진을 찍어 업로드했다. 5m 이내에 주차돼 신고 대상이었다.

하지만 해당 지자체는 '주민신고제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황당한 답변을 했다. 부천시 관계자는 "소화전 주변에 반드시 주정차금지 교통안전표시가 설치돼 있는 사진이 있어야 접수할 수 있다"며 "증빙 불충분으로 과태료를 부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주정차 금지 교통안전표시 설치 주체는 어디일까. 바로 지자체인 부천시다. 시가 표시판을 제대로 설치하지 않고 주민 신고도 거부한 셈이다.

<세이프타임즈>가 다른 지역을 확인한 결과 '소화전 5m 이내 주정차 금지' 표시가 설치된 곳은 없었다. 일반도로에 실선으로 '주정차금지 표시'를 알리는 표시를 한 경우만 드물게 발견됐다.

경기도는 소화전 주변 주정차 금지 표지판을 아예 설치하지 않고 있다. 20년전부터 표지판을 아예 제거했다. 설치된 표지판이 되레 안전사고 위험이 있다는 이유였다.

소화전 표지판은 원형으로 120㎝ 이상의 높이로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이 표지판이 취객 등 보행자의 부상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씨는 "화재가 발생했을 때 소화전 앞에 불법 주차된 차량으로 진화에 어려움을 겪으면 많은 인명피해가 날 수 있다"며 "보행자 편의를 위해 표시판을 없앴다고 하는데, 공무원의 전형적인 무사안일"이라고 꼬집었다.

행안부가 4대 불법주정차 금지구역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현실은 따로 놀고 있는 셈이다.

문씨는 "위법사실이 분명하지만 과태료조차 부과하지 못하는 황당한 정책"이라며 "4대 불법 주정차 신고 가운데 소화전 관련 과태료 처분 내역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25일 기준 경기도의 안전신문고 교통 관련 신고는 1만3735건에 달한다. 이 가운데 1만2507건(90.9%)에 대한 답변은 완료됐지만, 과태료 부과는 언급이 없다.

행안부가 역점을 두고 시행하는 4대 절대 주정차 금지구역이 현실을 모르는 탁상행정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세이프타임즈 독자가 안전신문고에 경기 부천시 오정구 주택가 소방도로에 트럭이 소화전 5m 이내 불법 주차됐다고 올렸다. ⓒ 독자 제공
▲ 세이프타임즈 독자가 안전신문고에 경기 부천시 오정구 주택가 소방도로에 트럭이 소화전 5m 이내 불법 주차됐다고 올렸다. ⓒ 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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