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발생때 열·연기·불꽃 차단 핵심
부실한 제품에 시공한 방화문 위험
일원화된 소방피난·방화특별법 시급

▲ 방화문 시험기관에 성능 의뢰시험 중 실패 사례. ⓒ 조용선 논설위원
▲ 방화문 시험기관에 성능 의뢰시험 중 실패 사례. ⓒ 조용선 논설위원

화재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 저층에 있다면 건물 밖으로 피난이 가능하지만 고층에 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무엇보다도 화염이 확산되지 않는 곳에 피난한 뒤 구조를 기다려야 한다. 이럴 때 '생명의 문'과 같은 곳이 방화문(防火門)이다.

열과 연기는 물론 불꽃을 차단해 '인명안전'과 재산을 보호하는 첨병과도 같다. 이 때문에 건축 관계법은 규모에 따라 방화문의 성능을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주요 구조부가 내화구조나 불연재료로 된 건축물로 연면적이 1000㎡를 넘을 경우 내화구조로 된 바닥, 벽, 갑종방화문을 설치해야 한다.

10층 이하의 층은 바닥 면적 1000㎡이내 마다 적용해야 한다. 자동식 소화설비가 설치됐다면 바닥 면적은 3000㎡로 완화된다.

11층 이상은 바닥면적 200㎡마다, 3층 이상과 지하층은 층마다 방화구획을 하도록 하고 있다. 역시 자동식 소화설비가 있을 경우 600㎡마다 적용된다.

화재가 발생할 때마다 방화구획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전문가들의 끊임없는 요구의 결실로 엄격한 규정이 적용됐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이같은 규정에도 불구하고 승인된 제품이 제대로 시공되지 않았다면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생명을 위협하고 화마를 되레 키우는 '무늬만 방화문'이 될 수 있다.

▲ 여닫이의 성능에 의한 종류와 기호 (◎ 필수항목, ○은 선택성능항목). ⓒ 조용선 논설위원
▲ 여닫이의 성능에 의한 종류와 기호 (◎ 필수항목, ○은 선택성능항목). ⓒ 조용선 논설위원

2004년 1월 6일에 설치된 갑종방화문은 철판 두께가 1.5㎜ 이상이었다. 을종방화문은 0.8~1.5㎜ 적용을 받아 방화문 주변의 틈으로 연기가 유입되고 불꽃 확산도 차단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2004년 1월 6일부터 갑종·을종방화문은 비차열 1시간 이상과 비차열 30분 이상의 성능을 갖추도록 했다. 같은해 8월 27일부터는 '차연성능'도 확보토록 했다.

차연성능 기준은 면패드를 적용해 착화되지 않아야 한다. 문지방 부위를 제외하고 이면에 발생되는 모든 개구부에 6㎜ 균열 게이지를 적용해야 했다. 게이지가 시험체를 관통해 150㎜ 이상 수평 이동되지 않도록 했다.

시험중 이면에 발생되는 모든 개구부에 25㎜ 균열 게이지를 적용, 시험체를 관통하지 않도록 제한했다. 시험중 이면에 10초 이상 지속되는 화염 발생도 없도록 했다.

차연성 기준을 차압 25㎩에서 공기 누설량이 0.9㎥/min·㎡를 초과하지 않도록 했다. 차열성 기준은 방화문이 적용되는 장소가 복도, 통로, 계단 등 가연물이 없고, 머무르는 장소가 아니므로 적용하지 않도록 했다.

2014년 1월 6일 이후 방화문은 승인된 제품으로 납품되고 설치돼야 하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2008년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성적서와 부합하지 않은 방화문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실태를 조사한 결과, 설치된 대부분의 제품에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었다.

성적서에 미흡한 방화문으로 인해 아파트 입주민들이 줄소송을 제기하면서 파문은 확산됐다. 소송과정에서 설치된 방화문을 철거해 시험 한 결과 대부분 30분도 되지 않아 문제가 발생했다.

▲ 방화문 시험성적서 내용 중 일부. ⓒ 조용선 논설위원
▲ 방화문 시험성적서 내용 중 일부. ⓒ 조용선 논설위원

방화문 시험체가 성능을 인정 받으면 2년 동안은 별도 절차 없이 수량에 관계없이 제작해 공급할 수 있는 '안전사각지대'가 드러난 것이다.

성능 인정제품은 기존 제품보다 20만원 정도의 제조원가 상승을 가져 온다. 이 때문에 시공업체들이 성적서에 부합하지 않은 제품을 시공한 것으로 밝혀졌다.

건설현장에도 방화문 반입시 자재검수와 시공과정에서 방화문 주변부위 마감이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턱 시공을 누락하거나 도어클로저, 도어록, 가스켓 미흡 등의 문제가 잇따라 발생했다.

사용승인 후 관리과정에서도 관계인의 방화문에 대한 전문성이 낮다 보니 시험 성적서에 미흡한 방화문으로 교체하거나 신설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방화문 성능에 적합한 제품 설치를 위해서는 시험성적서대로 제작됐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개별검정제' 도입이 시급하다. 방화문 설치와 관리상태에 대해 허가 연도, 용도, 지역별 실태 파악이 필요하다.

기존 건축물의 미흡한 부분에 단기, 중기, 장기 계획 수립이 요구된다.

피난과 방화 관련 설치 근거는 건축법에 있고 관리는 소방에서 하고 있는 이원화된 구조도 시급히 손봐야 한다. 소방피난과 방화특별법을 마련, 설치와 관리의 일원화를 통해 실효성을 확보해야 한다.

방화문 건전성과 내구연한 확보 방안도 필요하다. 설계, 설치, 유지관리단계에 방화문과 주변부위 마감자재, 공사내역, 검수, 검측, 유지관리 방법, 내구연한 명시된 절차서를 마련해야 한다. 1년이나 2년에 1회 이상 절차서에 따라 객관적 검증이 이루어져야 한다.

저작권자 © 누구나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언론 세이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