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 원인모를 화재 20건 '집중'
관련업계 '올스톱' 피해 눈덩이
산자부 '생태계 육성방안' 관심

▲지난달 21일 울산 남구 대성산업가스 울산공장 ESS 건물 2층에서 불이 났다. ⓒ 울산소방본부
▲지난달 21일 울산 남구 대성산업가스 울산공장 ESS 건물 2층에서 불이 났다. ⓒ 울산소방본부

에너지저장장치(ESS·Energy Storage System)산업. 미래 성장동력이라고 했다. 모두가 자화자찬 엄지를 치켜 세웠지만 '계륵'이 되고 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도깨비불'이 주범이다.

원인불명이 잇따른 화재가 산업자체를 집어 삼키며 생존의 기로에 놓였다. 2일 산업통상자원부가 업계의 우려가 확산되자 ESS 화재사고 원인조사 상황을 공개하고 진화에 나섰다.

피해가 급증하고 있지만 뾰족한 묘책도 없다. 산업부가 다음달 내놓을 안전대책, ESS 산업 생태계 육성방안도 속빈강정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빛바랜' 세계 3위 비상구가 없다 = 2016년 말 기준으로 세계 ESS 설치용량은 미국이 452.6MWh로 가장 많다. 한국은 142.4MWh로 세번째로 많다.

ESS는 생산된 전기를 배터리에 담아 뒀다가 필요할 때 내보내는 장치를 말한다. 밤이나 바람이 없는 날은 태양광과 풍력으로 전기를 생산할 수 없다. ESS는 이같은 상황에서 전력을 공급할 수 있어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상반기 국내 ESS 설치량은 1.8GWh로 전년 동기(89MWh)에 비해 무려 20배 이상 늘었다. 2018년 기준 세계 ESS 시장에서 국내업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80%에 달한다.

세계시장 확대,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던 업계의 요구가 부합하면서 급성장한 산업이다. 하지만 ESS 산업에 제동을 건 것은 원인모를 화재다.

2017년 8월 전북 고창변전소, 지난해 5월 경북 경산, 7월 경남 거창, 11월 경북 문경, 12월 강원 삼척시 등의 ESS 시설이 차례로 습격을 당했다. 지난해 5월부터 지난 1월까지 20건에 달한다. 9개월 동안 한 달에 약 두 번꼴로 화재가 일어난 셈이다.  '바이러스'처럼 급속하게 번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창우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리튬배터리를 사용하는 모든 제품의 화재원인은 충·방전 시스템으로 제품불량과 제품의 충격에 화재가 발생한다"며 "ESS 복잡한 구성 등 고유의 문제가 있을 수 있어, 전기 전문가들의 분석과 대책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ESS화재는 온도 급상승 등 화재 징후를 빨리 인지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면서 ESS내부 화재는 냉각과 질식작용을 동시에 할 수 없어 소화할 수가 없다"며 "외부 화재원인은 일부 설비업체에서 할로겐화합물과 고체에어로졸 설비로 진화가 가능하다고 하나 고비용 측면과 실효성 등이 검증되지 못한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 업계 '초토화'에 산자부 "가동 중단" = 산자부는 지난해 11월 1300개 사업장에 대한 안점점검을 시작했다. 다중이용시설에는 가동중단도 요청했다. 지난 1월에는 별도의 전용 건물이 설치되지 않은 민간사업장도 가동을 중단해달라고 권고했다. 전기, 배터리, 소방 등 분야별 전문가 19명으로 구성된 '민관합동 ESS 화재사고 원인조사위원회'를 꾸렸다.

조사위는 사고현장 조사 등을 토대로 21건의 사고를 유형화했다. 업계의견을 반영해 ESS 구성품과 시스템에 대한 실증 시험도 벌이고 있다. 산업부는 화재 원인을 모사한 고창·정읍 실증시험장에서 실제 화재사고와 유사한 상황이 관측돼 정밀 조사·분석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가능성만 있을 뿐 실체는 오리무중이다. 전기적 충격에 의한 구성품과 시스템 고장, 설계·운영상의 문제점, 결로나 먼지 등 열악한 운영환경 등에 의한 화재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을 뿐이다.

산자부 관계자는 "ESS는 화재때 전소하는 특성이 있고 다수의 기업과 제품이 관련돼 사고원인을 과학적이고 투명하며 공정하게 규명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한국전기안전공사 관계자는 "지난 1월 산자부로부터 리튬·나트륨·흐르는 전해질을 이용한 배터리 20kWH 이상과 납산·니켈 카드뮴을 이용한 배터리 20kWH 이상 적용하는 ESS 사용전검사 추가항목을 각각 9개항목을 받았다"며 "추가검사 항목을 통과하는 업체는 없다"고 말했다.

◇ 신규설치 없고 기업실적 '추풍낙엽' = 성장 가능성을 보고 투자를 확대했던 기업은 직격탄을 맞았다. ESS 시설 1490곳 가운데 35%인 522개는 가동을 멈췄다. 지난 3월에는 제조사의 자체 가동중단 조치로 765개 사업장도 가동을 중단했다. 신규 설치는 단 한 건도 없다.

관련 기업의 실적도 반토막났다. 삼성SDI는 올 1분기 실적에서 영업이익이 1299억원. 전분기보다 52.2% 감소했다. LG화학 역시 1분기 전지사업 부문에서 적자를 냈다. 설비 점검과 가동손실 보상 등에 따른 충당금 800억원과 국내 출하 전면 중단으로 손실이 400억원에 달했다. 1분기 기회 손실이 12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전망된다. 1분기 영업이익이 287억원으로 LS산전도 ESS 신규 수주 실적 부진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중소기업은 생존위협에 직면해 있다. 정확한 화재 원인과 안전대책이 나오기 전에는 공장을 재가동하는 것을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장기간 산업 자체가 혼수상태에 빠지고 있지만, 정부가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자부 관계자는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으로 꾸준히 발전해 나가는 계기가 되도록 사고원인에 대한 조사를 조속히 완료하겠다"며 "공급과 수요측면에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 울산소방대원들이 지난 3월 18일 ESS 화재대비 소방출동훈련을 하고 있다. ⓒ 울산소방본부
▲ 울산소방대원들이 지난 3월 18일 ESS 화재대비 소방출동훈련을 하고 있다. ⓒ 울산소방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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