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고귀하듯 죽음도 고귀한 것"

"살아간다는 건 죽어간다는 말과 다르지 않고, 어떻게 죽을 것인가는 어떻게 살 것인가와 다르지 않습니다."

불교계 최초로 호스피스 전문 병원인 정토마을 자재요양병원을 설립하고 20년간 수많은 죽음을 배웅해 온 비구니 능행 스님이 세 번째 책 '숨'(마음의 숲)을 펴냈다.

26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만난 스님은 "죽음의 질이 곧 삶의 질"이라며 이 책을 통해 "삶이 고귀하듯 죽음도 정말 중요하고 고귀하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는 삶에 너무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죽음에는 너무 작은 공간만 할애합니다. 죽음이 금기의 대상이자 두려운 것이 되어버려 내가 원하는 나의 죽음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살아가다 덜컥 죽음을 맞게 되죠. 이러니 죽음 앞에서 집착하고 후회하고 억울해할 수밖에 없고 죽음은 그저 고통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이 되어버리죠.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해야 어떻게 살지도 알게 되지 않을까요."

스님은 "30-40년 전을 돌아봤을 때 죽음은 잔치였지만 지금은 너무 상반된 모습"이라며 "과거의 죽음 문화를 되살리고 싶어 절박한 심정으로 쓴 책"이라고 했다.

"70-80년대만 해도 죽음 문화는 아름답고 치유적인 부분이 있었어요. 병실이 아닌 방에서 편안하게 임종을 맞으면서 남아 있는 자들은 충분히 애도하고, 떠나가는 사람은 안정적으로 떠날 수 있었죠. 하지만 지금은 대부분 병원 중환자실에서 외롭게 죽어가고 숨을 거둔 뒤에는 바로 영안실로 옮겨져 가족들이 제대로 임종하지도 못한 채 충분히 애도할 시간도 갖지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그래서 스님이 운영하는 병원에서는 70년대 죽음 문화를 최대한 되살리려 하고 있다.

"죽어가는 모습을 가족들이 지켜보고 환자가 죽으면 가족들이 10-15시간 정도 병실에 머물면서 서로 화해·용서하고 사랑을 전하게 합니다. 이런 과정을 경험하면 불안해하거나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치유를 받고 죄책감이나 미안했던 마음에서도 많이 벗어나게 돼요. 형제들과도 잘 화합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집니다."

스님은 죽음을 앞둔 환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심신의 고통을 줄여주는 완화 의료"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스님이 운영하는 병원에서는 의사들이 육체적 통증을 줄이는 치료를 할 뿐 아니라 스님들이 환자와 가족들의 정신적 고통을 완화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를 위해 병원 내에 명상심리대학원을 두고 여기서 배출되는 학생들이 보호자와 환자를 상담하면서 여러 측면에서 도움을 주도록 하고 있다.

이번에 발간된 책에는 20년간 죽음의 현장에서 일해 온 스님이 온몸으로 죽음을 맞닥뜨리며 보고 듣고 느낀 삶과 죽음에 대한 에피소드와 성찰이 담겨 있다.

수많은 환자들의 마지막 순간을 지켜본 스님에게 죽음을 앞둔 이들이 가장 많이 후회하는 것은 무엇인지 물었다.

"'좀 쉬어주면서 살 걸, 좀 더 천천히 살걸'하는 후회를 가장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자녀들과 좀 더 소통하면서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도 많이 후회하고 미안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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