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자재 쓴 확산저지 방화구획 '불쏘시게' 돌변
차급수·배전관 '굴뚝' 내화충전성능 '무용지물'
대형참사 예방위해 소방피난·방화특별법 시급

▲ 부산 우신골드스위트 오피스텔(왼쪽)과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가 급속도로 확산된데는 방화구획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세이프타임즈 DB
▲ 부산 우신골드스위트 오피스텔(왼쪽)과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가 급속도로 확산된데는 방화구획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세이프타임즈 DB

▶ 부산 마린시티 오피스텔 우신골든스위트 화재(2010년 10월 1일) = 오전 11시 45분쯤 4층에 있는 미화원 작업실 전기 콘센트에서 스파크가 발화됐다. 불길은 외벽을 타고 위로 확산돼 38층을 태웠다. 불길이 최상층까지 확산되면서 KBS가 정규편성을 중단하고 '재난특보체제'로 변경할 정도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다. 다행히 사망자는 없었다. 
▶ 경기 의정부 대봉그린 아파트 화재(2015년 1월 10일)  = 오전 9시 27분쯤 아파트 1층에서 발생한 화재는 삽시간에 강풍을 타고 윗층으로 번졌다. 휴일 이른 시간에 발생했기에 인명피해가 컸다. 지상 1층 주차장에 발화된 불은 강풍을 타고 건물 외벽을 타고 옆 건물로 번졌다. 유독가스와 연기가 복도와 계단을 타고 위쪽으로 번졌다. 4명이 숨지고 124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2017년 12월 21일) = 오후 3시 53쯤 '노블 휘트니스 &스파'에서 참사가 발생했다. 1층 주차장에서 시작된 화재는 순식간에 8층 건물을 뒤덮었다. 29명이 사망했다. 건물을 리모델링하면서 사용한 페인트와 장식재 때문에 불이 빠르고 크게 번졌다. 심지어 콘크리트 내장재에도 불이 붙었다. 외장재는 드라이비트가 사용됐다. 비상구에 적치물을 쌓아두지 않았는지 점검했다면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는 뼈아픈 교훈을 준 화재였다.

▲ 화재확산을 방지하는 방화구획이 부실하게 시공돼 있다. 왼쪽부터 반자상부, 피트와 층사이, 피트 층간의 방화구획이 부실하게 시공돼 불과 연기가 이동할 수 있게 시공돼 있다. ⓒ 조용선 논설위원
▲ 화재확산을 방지하는 방화구획이 부실하게 시공돼 있다. 왼쪽부터 반자상부, 피트와 층사이, 피트 층간의 방화구획이 부실하게 시공돼 불과 연기가 이동할 수 있게 시공돼 있다. ⓒ 조용선 논설위원

화재에 취약한 건물구조, 부실한 소방장비, 무리한 건물 증축 등 '안전불감증'의 전형을 드러낸 대표적인 사례다. 불행한 사건으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화재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삽시간'이다. 왜 그토록 불이 빨리 '확산' 된 것일까.

화재확산 저지선으로 불리는 '방화구획'은 순식간에 뜛리고 무너졌다. 여기에는 구조적인 문제가 숨어 있다고 할 수 있다.

<건축관계법>은 화재확산과 예방을 위해 주요 구조부를 '내화구조(耐火構造·Fireproof construction)'로 설계·시공토록 하고 있다. 이는 철근콘크리트·벽돌·석조 ·콘크리트 블록구조 등과 같이 화재에 가장 '안전한 건축구조'를 말한다. 연소 우려가 적고, 내부에서 화재가 발생해도 벽·기둥·들보 등 주요 구조부는 지장이 없어 간단한 수리로 건축물을 다시 사용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건축관계법>은 연면적 1000㎡이 넘을 경우 10층 이하의 층은 바닥면적 1000㎡(자동식 소화설비 설치한때 3000㎡)이내마다, 11층 이상의 층은 바닥면적 200㎡(자동식 소화설비 설치한때 600㎡)이내마다 방화구획을 설치해야 한다. 3층과 지하층은 층마다 방화구획을 하도록 하고 있다.

방화구획(防火區劃·Fire partition)은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화재가 건축 전체에 번지지 않도록 내화구조로 바닥·벽, 방화문, 방화셔터 등을 '구획'하는 것을 말한다. 방화구획은 화재확산을 차단하는 '생명의 저지선'이 되는 셈이다.

건물사용을 위해 방화구획에 설치하는 출입구는 '갑종방화문'으로서 언제나 닫힌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화재로 인한 연기·온도· 불꽃 등을 신속하게 감지해 자동적으로 닫히는 구조로 해야 한다.

▲ 대형화재 화재확산을 막아주는 방화구획이 부실하게 관리되고 있다. 왼쪽부터 고정된 방화문과 내화충전성능이 훼손된 건축물. ⓒ 조용선 논설위원
▲ 대형화재 화재확산을 막아주는 방화구획이 부실하게 관리되고 있다. 왼쪽부터 고정된 방화문과 내화충전성능이 훼손된 건축물. ⓒ 조용선 논설위원

방화구획을 관통하는 급수·배전관 등으로 틈은 '내화충전성능'을 인정받은 방식으로 시공해야 한다. 환기·난방·냉방시설 등의 풍도 등의 관통부분이나 이에 근접한 부분에 연기를 차단하는 '댐퍼(Damper)'도 설치해야 한다. 방화구획에 적합한 제품을 사용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내화충전성능'이 인정되는 자재와 공사내역, 검수와 검측방법 등이 제대로 제시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방화구획이 처음부터 부실하게 시공되는 경우가 많다. 화재가 발생해도 확산방지 기능을 발휘할 수 없게 된다.

건축물 시공은 설비·전기·통신·소방 등의 복합공정에 따라 진행된다. 하지만 방화구획 시공에 대한 확인시스템이 미흡해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건축물 완공후에도 내화충전성능에 대한 전문지식이 부족한 관리자가 많아 유지관리가 형식적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내화충전구조 세부운영지침은 2008년 7월 1일 시행됐다. 이에 따라 내화충전성능을 인정한 구조에 대한 적용시점을 2008년 7월 1일이나 2012년 9월 20일 등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적용일 이후도 설계·설치·유지관리 단계에서 문제점이 속속 나오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적용일 이전에 허가된 건축물은 더 심각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방화구획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피난과 방화시설의 설치와 관리상태에 대한 허가연도·용도·지역별 실태파악이 시급하다. 기존 건축물의 미흡한 부분에 대한 단기·중기·장기계획을 수립해 개선치 않으면 방화구획은 불쏘시개로 돌변해 굴뚝이 될 수 있다.

피난과 방화관련 설치 근거는 건축법에 있지만 관리는 소방에서 하고 있는 이원화된 구조도 문제다. 소방피난과 방화특별법이 시급하다. 피난·방화, 소방, 안전시설의 건전성과 내구연한 확보방안도 마련돼야 한다.

내화충전성능을 인정한 구조에 대한 성능확인과 내구연한이 명시된 절차서도 시급하다. 1년이나 2년에 1회 이상 절차서에 따라 객관적 검증이 선행돼야 대형참사를 예방할 수 있다.

▲ 대형화재시 화재확산을 방지해 주는 방화구혁의 내화충전성능(왼쪽)과 설계도. ⓒ 조용선 논설위원
▲ 대형화재시 화재확산을 방지해 주는 방화구혁의 내화충전성능(왼쪽)과 설계도. ⓒ 조용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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