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4년간 1만3천건 조작 확인
기준치 173배 초과한 뒤 '이상없다'
해당기업 공식사과 "관련시설 폐쇄"

▲ 배출업체 직원과 대기업 직원이 배출기준 조작에 대해 의견을 나눈 카톡 메시지(왼쪽)와 이메일. ⓒ 환경부
▲ 배출업체 직원과 대기업 직원이 배출기준 조작에 대해 의견을 나눈 카톡 메시지(왼쪽)와 이메일. ⓒ 환경부

LG화학과 한화케미칼이 업체와 짜고 미세먼지 배출 수치를 조작한 것으로 밝혀졌다. 기준치를 무려 173배나 초과했지만 '이상이 없다'는 서류를 만들어 관계 당국에 보고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국민들이 1군 발암물질인 미세먼지 '공포'에 떨고 있을 때 굴지의 대기업이 버젓이 불법을 저지른 것이다.

환경부와 영산강유역환경청은 17일 미세먼지 원인물질인 먼지, 황산화물 등의 배출량을 조작한 측정대행업체 4곳과 측정을 의뢰한 사업장 235곳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측정대행업체는 △지구환경공사 △정우엔텍연구소 △동부그린환경 △에어릭스 등 4곳이다.

영산강유역환경청은 지난해 3월부터 최근까지 광주·전남지역의 대기오염 물질 측정대행업체들을 조사한 결과, 여수산업단지 4곳의 조작 사실을 확인했다.

이들 업체는 2015년부터 4년간 대기오염 물질 측정값을 축소·조작했다. 심지어 측정조차 하지 않고 가짜 성적서를 발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과 공모한 기업은 △LG화학 여수화치공장 △한화케미칼 여수 1·2·3공장 △에스엔엔씨 △대한시멘트 광양태인공장 △남해환경 △쌍우아스콘 등 6곳을 비롯해 235곳이다.

영산강유역환경청은 "대행업체 4곳과 기업 6곳을 기소의견으로 광주지검 순천지청에 송치했다"며 "나머지 배출업체는 보강수사를 마친 뒤 추가로 검찰에 송치한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235곳의 사업장으로부터 측정을 의뢰받은 대행업체는 2015년부터 4년간 1만3096건의 대기오염도 측정기록부를 조작하거나 허위로 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직원 1명이 같은 시간대에 여러 장소에서 측정한 것으로 기록한 8843건은 실제는 측정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4253건은 대기오염 물질 배출 농도의 33.6% 수준으로 조작됐다.

심지어 LG화학은 염화비닐 배출 기준치를 173배 이상 초과했지만 '이상이 없다'고 조작했다. 먼지와 황산화물 측정값도 법적기준의 30% 미만으로 조작해 '대기기본배출 부과금'까지 면제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회사측과 대행업체가 나눈 카톡 메시지와 이메일 내용은 충격적이다.

대행업체 직원이 카톡으로 "메일로 보내주신 날짜와 농도로 만들어 보내드리면 되나요"라고 묻자 대기업 직원은 "탄화수소 성적서 발행은 50언더로 다 맞춰달라"고 답했다. 대기업 직원은 "죄송하다"며 특정기간의 수치도 조작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측정대행업체 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에는 특정 날짜와 굴뚝, 항목을 언급하면서 '수치를 얼마로 바꿔달라'고 요청한 내용도 있었다.

최종원 영산강유역환경청장은 "측정대행업체는 배출업체로부터 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배출업체의 요구를 충족해줘야 하는 측면이 있다"며 "차제에 이런 '갑을관계'를 차단할 수 있는 근본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측정값을 조작하거나 가짜 서류를 만든 사실이 드러나면서 해당 기업은 공식 사과했다.

LG화학은 신학철 대표이사가 사과문을 발표했다. 신 대표는 "참담한 심정으로 막중한 책임을 통감하고 머리 숙여 깊이 사죄 드린다"며 "LG화학의 경영이념, 경영철학과도 정면으로 반하는 것으로 어떤 논리로도 설명할 수 없고, 어떤 경우에도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해당 사안을 인지한 즉시 모든 저감조치를 취해 현재는 법적 기준치와 지역사회와 약속한 배출량을 지키고 있다"며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 관련 생산시설을 폐쇄키로 했다"고 밝혔다.

또 "지역주민과 관계자의 걱정을 해소하기 위해 공신력있는 기관의 위해성·건강영향 평가를 지역사회와 투명하게 진행하고 결과에 따라 보상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화케미칼은 "이번 사건이 당사 사업장에서도 발생한 부분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며 "다만 적시된 공모부분에 대해 담당자가 일관되게 부인하고 있고 공모에 대한 어떤 증거도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어 검찰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소명하겠다"고 말했다.

또 "이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더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환경부는 "광주·전남 지역의 적발 사례는 빙산의 일각일 것으로 본다"며 "지난 2월부터 실시중인 감사원의 '대기분야 측정대행업체 관리실태' 감사 결과와 전국 일제 점검 등을 통해 불법행위를 근절할 수 있는 종합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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