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강원산불] 주민들 "멀리서 와 준 소방관 감사합니다"
[르포][강원산불] 주민들 "멀리서 와 준 소방관 감사합니다"
  • 글·사진 서경원·김덕호 기자
  • 승인 2019.04.16 09:51
  • 댓글 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지난 4일 인제 남전약수터휴게소에서 불똥이 강풍을 타고 44번 국도변까지 날아와 도로변 숲과 나무를 초토화시켰다. ⓒ 서경원 기자
▲ 지난 4일 인제 남전약수터휴게소에서 불똥이 강풍을 타고 44번 국도변까지 날아와 도로변 숲과 나무를 초토화시켰다. ⓒ 서경원 기자

소방관과 국민, 공무원과 주민이 하나가 됐다. 그리고 강풍에 미친듯이 날뛰는 화마를 잡았다.

지난 4일 강원도 인제, 고성, 속초, 옥계 등에서 약속이나 한 듯 동시 다발로 발생한 화재. 특별한 사람에게 임무가 부여되지 않았지만 '금수강산'을 사수하려는 한마음이었다.

<세이프타임즈>가 화마가 집어 삼킨 '상처의 땅'을 밟고 당시의 상황을 되돌려 봤다.

당일 화마는 불어오는 강풍에 대한민국을 삼킬 듯이 주위를 덮치고 순식간에 불바다를 만들었다. 전국에서 동원된 소방관 뿐만 아니라 군인, 공무원, 주민은 '결사항전'의 자세로 화재를 저지했다.

쉴새 없이 물을 뿌리며 산골 마을로 쳐들어오는 화마와 대응했다. 지난 13일 돌아 본 화재 피해지역은 말 그대로 끔찍했다.

그렇게 푸른 산은 초토화됐다. 산불화재 근처에 있는 건재했던 보금자리들은 처참한 몰골로 변신해 있었다.

주민들은 "이름도 성도 모르는 지원자들이 물을 뿌리고 발 빠른 진압으로 인해 그나마 피해가 최소화됐다"고 회고했다. 

인제휴게소서 만난 주민 A씨(57)는 "불어닥친 강풍에 산불이 막 날아다녔다"며 "순식간에 여기저기 산이 벌겋게 변했다"고 말했다.

의용소방대원 전모씨는 "5일 오전 2시 30분쯤에는 강풍에 불똥이 집 방향으로 날아왔다"며 "모르는 많은 사람들이 물을 뿌리면서 집을 지켜줬다"고 말했다.

내 일처럼 몰려와 고생한 친구들에게도 고마웠다는 인사를 전했다. 그는 "소나무가 있는 곳은 바닥에 마른 낙엽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고, 대부분 참나무가 같이 있어서 화재진압이 힘들었다"고 했다.

전씨는 "타고 남은 재는 강풍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남아있는 큰 나무들도 대부분 하부가 타 죽을 것이라며 잘라내야 한다"고 말했다.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는 당국은 강원도 인제 남전리 화재를 남전약수터 휴게소 뒤쪽 약수터 옆을 발화지점으로 의심하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 출입금지 테이프가 설치돼 있었다.

약수터 오른쪽 산기슭에는 무속인들이 관리하는 작은 신당도 있었다. 전씨는 "소방차가 도착했을 당시까지도 신당에 불이 켜져 있었다고 경찰서 수사과장이 말했다"며 "그 신당이 발화지점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타다가 남은 스티로폼을 가리키며 "계속 바람에 날아다니는 이것이 화재를 일으켰을 가능성도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44번 국도에서 남전약수 휴게소를 운영하는 전씨는 이번 화재로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부평초등학교 42회 졸업생인 그는 아버지(94)가 조사를 받는 것에 대해 큰 걱정하고 있었다.

소각하면서 불을 낸 것으로 의심받고 있는 전씨 아버지는 "화재를 일으키지 않았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아들은 "건설회사 직원이 휴게소에 세워둔 차량의 블랙박스에 우연히 찍힌 증거 영상도 있다"고 했다. 그는 7남매 가운데 막내로 아버지를 모시고 살고 있었다.

남전농장으로 가는길에 있는 송이, 능이 작목반 등 숲과 나무는 모두 전소됐다. 남전농장은 남전약수터와 인제대교 사이에 있다.

일성 설악콘도로 들어가는 도로변, 주차장 옆 정원과 숲도 화재로 까맣게 변해 있었다. 건물이 없어 큰 피해는 없어 보였다.

한화 설악콘도 주위에 있는 크고 작은 정원 나무와 숲은 모두 탔다. 많이 탄 일부 건물들은 중장비들이 철거작업을 하고 있었다. 알 수 없는 기념장소들도 전소돼 출입금지 테이프가 설치돼 있다.

옥계로 나가는 톨게이트에서 바라본 산은 온통 검은 잿더미로 변해 있었다. 톨게이트 통행료를 받고 있는 직원은 "강풍은 손 쓸 틈도 없이 모든 산에 불을 옮겼다"며 "아직도 믿겨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는 "다행히 전국에 있는 소방관과 군인, 공무원들이 신속히 와서 불을 끄고 집에 물을 뿌려 많은 주민이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옥계 마을은 적막했다. 복구하는 포크레인 등 중장비만이 바쁘게 움직였다. 전소된 한 집에는 살아남은 개 한 마리와 검은 염소 한 마리만이 집터를 지키고 있었다.

한 주민은 "여기는 소방대원이 거의 없는데 멀리서 와 준 소방관들이 고맙다"며 "둘러싸인 검은 산들이 살아 날려면 오랜 세월이 흘러야 한다"고 걱정했다

▲ 지난 4일 발생한 옥계 화재현장에 한 가옥이 불에 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 서경원 기자
▲ 지난 4일 발생한 옥계 화재현장에 한 가옥이 불에 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 서경원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4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제노비아 2019-04-16 17:51:40
안전하게복구되었으면합니다

Ksy1146 2019-04-16 13:17:06
곳곳에 화재가남기고 간겄은 쟀더미 참담합니다
물과불은 없어선 안되는 중요한것인대 주변 기도터도 문재가 있다 우리 소방관들이 노력 모든 주변 주민들 많은 역활도 있었다

메카 2019-04-16 12:55:44
함께하는 사회가되었으면합니다

peter 2019-04-16 11:57:42
끔찍한 그날의 불바다가 느껴집니다. 애써주신 소방관 국군장병 관계기관 공무원 주민 등 모든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