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자기결정권 과도한 침해
국회 내년말까지 법 개정해야

▲ 헌법재판소는 11일 66년만에 '임신초기 낙태금지'가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 헌법재판소
▲ 헌법재판소는 11일 66년만에 '임신초기 낙태금지'가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 헌법재판소

임신 초기의 낙태를 전면 금지하고 이를 위반했을 때 처벌하는 현행법은 임산부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1953년 제정된 '낙태죄' 규정을 66년만에 손질하는 작업이 불가피해졌다.

헌법재판소는 11일 산부인과 의사 A씨가 자기낙태죄와 동의낙태죄를 규정한 형법이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자기낙태죄'로 불리는 형법 269조는 임신한 여성이 낙태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는 내용이다.

270조는 의사가 임신한 여성의 동의를 받아 낙태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하는 '동의낙태죄' 조항이다. 자기낙태죄에 종속돼 처벌되는 범죄다.

동의낙태죄로 기소된 산부인과 의사 A씨는 "자기낙태죄와 동의낙태죄 규정이 임산부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해 위헌"이라며 2017년 2월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 심판에서는 태아의 발달단계나 독자적 생존능력과 무관하게 낙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임산부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지가 쟁점이 됐다.

헌재는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하고 있어 침해의 최소성을 갖추지 못했고 태아의 생명보호라는 공익에 대해서만 일방적이고 절대적인 우위를 부여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임신한 여성의 촉탁이나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의사를 처벌하는 동의낙태죄 조항도 같은 이유에서 위헌"이라고 밝혔다.

헌재는 다만 낙태죄 규정을 곧바로 폐지해 낙태를 전면 허용할 수는 없다는 판단에 따라 2020년 12월 31일까지 낙태죄 관련 법조항을 개정하라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 기한까지 법이 개정되지 않을 경우 낙태죄 규정은 폐지된다.

헌재가 법 개정 기한을 제시했지만, 낙태죄 조항 자체에는 사실상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사건의 당사자인 A씨는 물론 낙태죄로 기소돼 재판중인 피고인들에게 공소기각에 따른 무죄가 선고될 것으로 예상된다.

2012년 헌재의 합헌 결정 이후 기소돼 처벌된 사람들의 재심청구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누구나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언론 세이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