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세먼지가 날아간 3월의 하늘이 공활하다. ⓒ 김춘만 기자
▲ 미세먼지가 날아간 3월의 하늘이 공활하다. ⓒ 김춘만 기자

최소한 1980년대에 고교시절을 보냈다면 이장호 감독의 <바람불어 좋은날>이라는 영화를 기억할 것이다.

서울 변두리 재개발지역에서 벌어지는 세 청년의 이야기가 주된 줄거리다. 시골 청년들의 상경기를 통해 당시 서슬퍼런 구시대의 질곡을 통렬하게 날려버린 작품이다.

암울했던 시대의 청춘을 치유했던 바람이 요즘은 미세먼지를 날려버리는 귀한 손님으로 대접받고 있다.

바람은 기온이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이동하는 공기의 흐름이다. 기온과 기압차이가 클수록 바람의 세기는 커진다. 고위도 지방과 저위도 지방간의 기온차이가 적으면 대기가 정체된다. 지구온난화가 만들어낸 또 다른 부작용이다.

대기가 정체되면 지상에서 생성된 미세먼지가 분산되지 못하고 갇히게 된다. 마치 문을 막아놓고 숯불을 피우는 것과 같다. 지난 2~3월에 겪은 심각한 대기오염은 바로 이같은 현상 때문이었다.

바람이 중국발 미세먼지를 실어온다고 한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우리나라 미세먼지 40~60%는 '메이드인 차이나'라고 한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중국은 최근 자국 미세먼지를 40%까지 절감했고 미세먼지가 서해를 건너오는 동안 많이 희석된다고 했다. 특히 지상으로 내려오지 않고 상층부를 그대로 통과하는 미세먼지도 적지 않다고 한다.

심각한 문제는 국내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인데 많은 사람들이 검증되지 않은 뉴스에 편승해 오로지 중국 탓만 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계한다.

최근 팟캐스트 '알릴레오'에 출연한 환경운동연합대표 장재연 교수는 "과거 수돗물 불소화 문제, 백신문제는 제한된 인원에게 잘못된 정보가 전해졌지만 요즘은 미세먼지에 대한 가짜뉴스가 무차별적으로 뿌려진다"고 우려했다.

김법정 환경부 대기환경정책관도 "앞으로 주무부처가 충분히 검증된 자료를 가지고 과도한 공포심을 조장하는 것을 경계하겠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예가 마스크 쓰기와 환기다. 마스크는 오히려 호흡을 곤란하게 해 폐에 심각한 부담을 준다. 나쁜 공기보다 더 건강에 좋지 않다는 말이다.

▲ 김춘만 종합뉴스부장
▲ 김춘만 종합뉴스부장

요리할 때 실내 미세먼지농도는 수백㎍/㎥을 넘나들 수 있어 아무리 공기가 나빠도 반드시 환기를 시키는 게 좋다고 한다.

바람을 타고 날아온 중국발 미세먼지가 없던 1980년대 우리나라는 청정지역이었을까. 환경부 자료를 보면 1984~1985년 서울의 미세먼지는 210㎍/㎥을 넘었다.

88서울올림픽을 앞두고 IOC의 요구에 따라 조사된 수치는 현재 평균의 3배를 상회했다. 다만 당시에는 대기정체일이 지금의 절반 수준이었고 시민들조차 심각성을 느끼지 못했을 뿐이다.

투명한 햇살이 찬바람에 실려 다닌다. 하늘은 금방이라도 푸른 물을 떨어뜨릴 것 같고, 봄을 맞이하는 생강나무의 노란빛은 멀리서도 선명하게 보인다.

모두가 신선하고 투명한 공기가 주는 선물이다. 이 선물을 실어다준 것은 바로 바람이다.

바람불어 좋은 3월 미세먼지에 대한 공포심도 바람에 실려 보내자. 미세먼지보다 심각한 건강의 적은 스트레스와 공포심이다.

바람불어 좋은날, 몸과 마음이 청춘의 꿈을 꾸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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