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종로고시원화재 '사후약방문'
지난해 11월 종로 국일 고시원 화재. 생계형 일용직 노동자 7명은 미로 같은 복도를 빠져 나오지 못했다.
스프링클러가 없어 초기진압에도 실패했다. 삽시간에 고시원에 번진 불은 노동자를 삼켰다.
참사후 서울시가 고시원 5곳을 무작위로 뽑아 실태를 조사했다. 고시원 5곳 모두 방 한 칸의 실면적이 4㎡~9㎡(1~3평)이었다. 통계적으로 방 10칸 가운데 8곳은 창문도 없는 '암실'로 밝혀졌다.
고시원 1만1892곳 가운데 절반인 5840곳이 서울에 밀집된 상황에서 서울시가 사후약방문을 내놨다. 국내 최초로 마련한 '노후고시원 거주자 주거안정 종합대책'이다.
20일 시에 따르면 앞으로 고시원 방 1개의 최소 실면적을 7㎡이상, 화장실까지 포함될 경우 10㎡는 돼야 허가를 해 주기로 했다. 모든 방에 창문도 반드시 있어야 한다. 간이 스프링클러 예산도 2.4배 늘려 75곳 고시원에 전액 지원한다. 외부 피난계단과 비상사다리도 설치해 주기로 했다.
2013년 주택법 시행령을 보면 개인이 사람답게 살려면 주거 면적은 최소 14㎡에 전용부엌과 화장실이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고시원은 다중생활시설로 분류돼 주택법 적용은 커녕 주거기준 조차 없었다. 복도폭이 1.2m이거나 1.5m 이상이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서울시는 저소득가구에 임대료 일부를 지원하는 '서울형 주택 바우처'를 고시원 거주자에게도 적용, 1만가구에 1인 월 5만원 지원하는 정책을 오는 6월부터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고시원 밀집 지역에 빨래방, 샤워실, 운동방이 있는 '리빙라운지'도 설치한다. '각자도생'을 했던 거주자들이 모두 사용할 수 있는 거실같은 공간이다. 서울시는 노후 고시원 등 다중생활시설을 '셰어하우스'로 만들어 1인 가구 시세 80%의 임대료를 받게 한다.
서울시 고시원 5840곳 가운데 1061곳은 2009년 7월 간이 스프링클러 의무화 전부터 운영돼 왔다. 서울시는 지자체 가운데 유일하게 2012년부터 34억여원을 들여 222곳의 고시원에 간이 스프링클러를 설치했다. 앞으로 2년 내로 서울시는 모든 고시원에 간이 스프링클러를 설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