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보호 바람막이 철근지주 안전사고 주범
시공방법도 지자체 제각각 통일 시방서 필요

▲ 5일  서울 대방역앞 도로에 수목보호를 위한 바람막이 위로 철근이 노출돼 있다. ⓒ 서경원 기자
▲ 5일 서울 대방역앞 도로에 수목보호를 위한 바람막이 위로 철근이 노출돼 있다. ⓒ 서경원 기자

도심에 겨울에만 보이는 구조물이 있다. 화단에 두른 볏짚이다. 일명 '바람막이'다. 지자체마다 겨울철이면 녹지대에 있는 수목보호를 위해 이같이 바람막이를 설치하고 있다.

충북 청주시는 지난해 사업비 5억3000만원을 투입해 67개 노선 87㎞에 이같은 바람막이를 설치했다. 보도 띠녹지나 교통섬에 있는 수목을 보호하기 위한 월동대책의 하나다. 2014년부터 시작했다.

70㎝ 철근을 70㎝ 간격으로 박고, 45㎝ 높이의 왕골로 된 바람막이를 세우는 방식이다. 

한파로부터 가로수나 관목의 동해를 방지하고, 눈이 올 경우 도로변 제설작업에 사용하는 염화칼슘의 침해를 통한 2차 피해를 막기 위해서다. 염화칼슘이 녹지안의 수목에 침투하면 잎이 시든다. 흙에 흡수돼 고사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흙의 염분농도를 높이기 때문이다.

▲ 5일 충북 청주공항 앞 도로에  수목보호를 위한 바람막이가 설치돼 있다. ⓒ 박채원 기자
▲ 5일 충북 청주공항 앞 도로에 수목보호를 위한 바람막이가 설치돼 있다. ⓒ 박채원 기자

서울시를 비롯한 전국 지자체에서 이같은 방식을 채택·시행하고 있다. 바람막이 모양도 지자체마다 제각각이다.

하지만 이처럼 수목 보호용으로 설치한 바람막이 뒤에 숨겨진 철근에 되레 시민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청주시의 경우 지난해까지 바람막이 지주목으로 철근을 사용해 민원이 끊이질 않았다. "나무를 보호하려다, 사람을 잡을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철근은 고정하기 쉬운 장점이 있지만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철근이 바람막이 위로 노출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땅이 단단해 철근이 제대로 고정되지 않은 경우도 있다. 

철근 상부를 플라스틱 뚜껑으로 덮었는데도 넘어져 다친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5일 충북 청주시 청원구 도로에 설치한 바람막이가 훼손돼 지주목이 노출돼 있다. ⓒ 박채원 기자
▲5일 충북 청주시 청원구 도로에 설치한 바람막이가 훼손돼 지주목이 노출돼 있다. ⓒ 박채원 기자

훼손도 심하다. 왕골 바람막이가 유연하다보니 작은 충격에도 쉽게 넘어진다. 버스 정류장 근처나 횡단보도 주변은 훼손상태가 더 심각하다.

미관을 고려한 바람막이가 되레 미관을 해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무단횡단이 많은 곳에는 바람막이가 넘어진 경우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주취자가 무단횡단을 하다가 철근에 걸려 넘어져 다친 경우도 있다. 바람막이 고정을 위한 지주 철근이 안전사고의 주범인 셈이다.

아파트 앞 도로에 설치돼 있는 바람막이 훼손이 더 심하다. 유동인구가 많기 때문이다.

▲ 5일 울산 태화강 주변 자전거 도로옆에 쇠로 된 지주로 바람막이가 설치돼 있다. ⓒ 김덕호 기자
▲ 5일 울산 태화강 주변 자전거 도로옆에 쇠로 된 지주로 바람막이가 설치돼 있다. ⓒ 김덕호 기자

주부 최모(40)씨는 "아이들이 장난으로 바람막이를 발로 차고 다닌다"며 "장난을 치다가 지주목에 걸려 넘어지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이같은 문제점이 노출되자 청주시는 올해 바람막이 지주를 철근에서 목재로 바꿨다. 시민의 평가는 엇갈렸다.

횡단보도에서 만난 시민 김모(42)씨는 "철근으로 세워져 있을 때는 너무 위험했는데 그나마 나무라서 안전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찬성했다.

반면 또 다른 시민 이모(36)씨는 "지주목인 나무가 너무 밖으로 나온 곳도 있고 여전히 위험한 것은 마찬가지"라며 "지주목이 노출이 되지 않도록 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 5일 서울 혜화동 천주교 성당주변 도로에 날카로운 철근과 둥근철근이 혼합돼 설치돼 있다. ⓒ 원덕영 기자
▲ 5일 서울 혜화동 천주교 성당주변 도로에 날카로운 철근과 둥근철근이 혼합돼 설치돼 있다. ⓒ 원덕영 기자

세이프타임즈가 5일 청주지역 3곳을 비롯해 서울 3곳, 울산 1곳의 수목보호를 위한 바람막이 설치 실태를 집중 취재했다.

서울시는 3곳 모두 철근으로 지주를 세웠다. 일부는 지주 철근 상단을 구부려 시공했다. 그러나 철근에 뚜껑을 씌우지 않아 날카로운 상태가 그대로 노출돼 있었다.

왕골 바람막이 뒤쪽의 고정끈도 제각각이었다. 한 곳은 끈으로, 다른 한 곳은 플라스틱 끈을 사용했다.

시민 오모(51)씨는 "조경 시설물이 지역마다 이렇게 다른 것이 이해가 안간다"며 "고정시키는 끈도 플라스틱이나 철사가 아닌 친환경제품으로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5일 서울 양천공원 주변도로 화단 바람막이 뒤에 날카로운 철근이 가려진 채 설치돼 있다. ⓒ 김향미 기자
▲ 5일 서울 양천공원 주변도로 화단 바람막이 뒤에 날카로운 철근이 가려진 채 설치돼 있다. ⓒ 김향미 기자

서울 천주교 혜화동 성당 주변에는 끝이 둥근 철근과 날카로운 철근이 동시에 설치돼 있었다.

서울 도봉구에 사는 임모(46)씨는 "같은 곳에 시공된 지주 철근이 하나는 둥글고 하나는 날카롭다"며 "서울시가 정책발표 때마다 시민안전을 앞세우고 있지만 사소한 것부터 신경을 써야 하지 않겠느냐"고 꼬집었다.

서울 양천구에 사는 김모(53)씨는 "'설마 사고가 나겠어'라는 안이한 방심이 항상 대형 사고를 불러왔다"며 "왜 이렇게 날카로운 철근을 사용한 것인지, 모양은 왜 제각각 다른 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동작구 대방역앞에도 철근 지주를 했다. 지주 철근 상단은 둥글게 처리했다. 그러나 바람막이 대부분이 철근으로 노출돼 있었다.

이곳을 지나는 운전자 서모(54)씨는 "철근이 노출돼 운전할 때 이곳을 지날 때마다 괜한 위압감을 느낀다"며 "조금만 더 박아서 시공하든지 다른 자재를 쓰든지 해야지 너무 위험해 보인다"고 말했다.

▲ 5일 서울 양천공원 주변도로 화단 바람막이 뒤에 날카로운 철근이 가려진 채 설치돼 있다. ⓒ 김향미 기자
▲ 5일 서울 양천공원 주변도로 화단 바람막이 뒤에 날카로운 철근이 가려진 채 설치돼 있다. ⓒ 김향미 기자

서울 양천공원 주변에는 날카로운 철근이 바람막이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시민 김모씨는 "만약에 지나던 아이들이나, 주취자가 실수로 철근쪽으로 넘어지면 어쩌겠느나"며 "위험을 가려놓은 것 같아 더 화가 난다"고 말했다. 

충북 청주 LG화학 근처의 화단도 날카로운 철근으로 지주를 사용했다. 시민 박모(53)씨는 "다른 곳은 나무인데 이곳만 철근으로 지주목을 설치해 위험하기도 하고 튀어 나와 있어 섬짓하다"고 말했다.

충북 청주 청원구 성모병원 주변에도 지주로 설치한 나무가 노출돼 있다.

취재결과 서울지역 3곳은 시공 방법이 조금씩 달랐다. 철근 끝처리도 달랐다. 뒷쪽 바람막이를 고정한 끈도 제각각이었다.

서울 지역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날카로운 철근에 뚜껑이 씌워 있지 않았다. 지난해 청주시는 철근으로 지주를 세운 후 플라스틱 뚜껑을 씌웠다. 

▲ 5일 충북 청주 성모병원앞 도로에 바람막이 지주로 세운 나무가 노출돼 있다. ⓒ 오선이 기자
▲ 5일 충북 청주 성모병원앞 도로에 바람막이 지주로 세운 나무가 노출돼 있다. ⓒ 오선이 기자

이처럼 지자체마다 바람막이 설치가 서로 다른 이유는 통일된 '시방서'가 없기 때문이다.

조경기술자 석모(46)씨는 "나무만 보호할 게 아니라, 시민도 보호할 수 있는 통일된 시방서를 만들어 예산도 줄이고, 안전한 시공방법을 시급히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겨울에 눈이 많이 오지 않아 염화칼슘 사용도 적었다. 당연히 바람막이의 역할이 적었다는 의미다. 지자체마다 사정은 비슷하다. 기상청에 따르면 서울의 1~2월 강설일은 3일이다. 3일 모두 1.5㎝ 이하였다.

이제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모색해야 할 때다. 통일된 자재와 나무보다는 시민안전을 생각하는 공법이 필요하다.

☞ 세이프타임즈는 행정기관이 수목보호 바람막이에 대해 관심을 갖고 나무도 보호하고, 사람이 우선인 안전한 시방기준이 만들어질 때까지 취재를 계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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