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 'SKY캐슬' ⓒ JTBC 홈페이지
▲ 드라마 'SKY캐슬' ⓒ JTBC 홈페이지

드라마 한 편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대단히 크다. 시나리오는 물론 배우의 모든 것이 특별한 화제가 된다. 착용한 액세서리, 음식, 장소, 심지어 말투까지 세인의 관심거리가 된다.

얼마 전 막을 내린 드라마 <스카이캐슬>은 이 모든 화제를 블랙홀 처럼 흡입했다.

하늘은 영어로 SKY. 공교롭게도 우리나라 명문대 영문 머리글자를 모아놓으면 'SKY'가 된다. 여기에 황제나 영주가 사는 성(CASTLE·城)을 접목해 드라마 제목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곳에서는 상위 0.1%의 입시전략이 펼쳐진다.

자신의 자녀를 원하는 대학과 학과에 합격시키는 '입시 코디'는 학부모에게 신적인 존재다. 입시 코디 김주영(김서형 분)은 딸의 서울대 의대 합격에 모든 것을 거는 예서 엄마 한서진(염정아 분)에게 말한다.

"앞으로는 전적으로 저를 믿으셔야 됩니다. 어머님."

예서 엄마가 답한다.

"네, 그럴게요. 믿고말고요."

마치 교주를 대하는 표정이다. 입시 코디는 자기 딸의 불행과 실패를 입시교육에 목매는 가정을 파멸시키며 보상받으려 한다. 그 속에서 벌어지는 불나방 같은 입시경쟁과 갈등이 이 드라마의 큰 줄거리다.

입시 코디는 드라마의 가상 직업이 아니다. 서울 강남 학군을 중심으로 소수가 활동하고 있다는 소리가 들린다. 물론 교수 방법은 드라마와는 거리가 있다.

해마다 60만명(2019학년도 59만4924명)에 달하는 학생이 수능에 응시한다. 입시제도는 최대한 공정성을 기하고자 하지만 현대의 입시는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아무래도 수많은 정보와 기회가 덤으로 얹히는 환경에서 자란 수험생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자본과 힘은 세상의 많은 것을 지배한다.

특히 그 위치에 있는 부모는 자녀에게 더욱 더 집착하게 된다. 그들 입장에서는 마냥 비난할 일만도 아니다.

▲ 김춘만 종합뉴스부장
▲ 김춘만 종합뉴스부장

그러나 인생을 길게 살다 보면 학벌이 인생의 질을 결정하는 절대적 기준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특히 지금처럼 학력 인플레가 넘쳐나는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

평소 자기 일을 꾸준히 했던 사람이 결국은 성공하는 예를 얼마든지 본다. 교과서적인 말이 아니다. 가만히 주변을 돌아보면 곳곳에서 발견하게 된다.

더불어 살다 보면 학벌과 재물은 상품의 껍데기 같은 존재임을 느끼게 된다. 그 두 가지 만으로 사람을 판단한다면 마치 '골판지 가진 노숙자가 신문지 가진 노숙자를 비웃는 격'이다.

세상에 사람이 저 혼자 있다면 이룰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목욕탕에서만 사람의 평등함이 느껴지는 건 아니다. 거대한 세상 속에서 우리는 모두 나체로 살고 있다. 서로 입혀주고 채워주기에도 부족한 세상이다.

드라마의 결말은 공식적인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아이들이 입시의 중압감과 부모의 과도한 관심에서 벗어나 모두 행복해지고 가정의 평화도 덤으로 주어진다. 막 판까지 회오리치는 긴장감으로 몰아넣다가 다소 맥 빠진 결말로 SNS는 난리가 났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끝까지 몰입하는 반전과 자극을 기대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드라마의 결말은 이것이 최선이다. 막판에 입시 코디가 다시 등장해 끝나지 않은 입시지옥을 예고했지만 말이다.

기성세대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경쟁과 극복의 대상이다. 그 정점이 바로 대학입시에서 나타난다. 입시 부작용에 대한 사회의 지탄에는 오히려 '세상 탓'을 한다. 그럴 땐 존스 버데트의 말을 상기해보자.

"세상이 불공평하다고 말하지 마라. 세상은 우리에게 빚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

빚은 사람들이 지고 있다. 더 이상 세상의 잣대만 들이대지 말자. 세상은 더불어 살아갈 때 살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다. 기성세대가 이루지 못한 세상, 그 시작과 미래를 만드는 건 지금의 아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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