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즈키컵 우승으로 베트남의 영웅이 된 박항서 감독. 말레이시아를 꺾고 우승컵을 들어올린 지 수 일이 지났지만 그를 향한 찬사는 끝이 없다. 

우승 축하금 10만 달러를 빈곤층과 베트남 축구발전을 위해 써 달라며 기부했고, 자신은 영웅이 아닌 평범한 지도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남겼다. 게다가 조국인 대한민국을 많이 아껴주고 사랑해주라는 부탁도 잊지 않았으니 이 정도면 9500만 베트남과 5200만 대한민국 양쪽으로부터 무한사랑을 받을 수밖에 없는 유일한 아저씨(?)가 된 셈이다.

내가 선생이나 감독의 호칭이 아닌 아저씨로 부르는 이유는 간단하다. 성실하고 겸손하며 소탈한 이미지에 아저씨라는 호칭만큼 더 잘 어울리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권위를 내세우고 우월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면 박항서는 베트남 축구 선수들과 베트남인들의 마음에 녹아들지 못했을 것이다.

베트남의 국민 영웅 호치민이 '호 아저씨'로 불리듯이 나는 박항서 감독도 앞으로 '항서 아저씨'로 불렸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베트남 축구 감독직에서 은퇴한 후에도 친근하고 소탈한 모습으로 언제나 베트남 국민들의 마음에 기억되고 사랑받을 수 있도록.

▲ 안상현 칼럼니스트.
▲ 안상현 칼럼니스트.

아무리 봐도 호치민과 박항서는 여러모로 닮았다. 화려함을 거부하고 권위를 내세우지 않으며 검소한 것이 첫 번째다. 세계 초강대국인 프랑스와 미국을 상대로 전쟁을 치르면서 베트남인들은 지치고 분열될 것 같았지만 호치민을 중심으로 포기하지 않고 오히려 애국심을 키워나갔다.

평생 독신으로 살며 책 몇 권과 폐타이어로 만든 슬리퍼와 안경만을 유품으로 남겼던 호치민은 하층민과 아이들을 유독 더 사랑했으며 이웃집 아저씨같은 푸근함과 친근함으로 어느 계층이든 쉬이 사로잡았다.

박항서 역시 돈을 밝히지 않고 아시아 축구에서도 변방인 베트남의 축구발전에 적으나마 기여해보고자 적은 연봉임에도 모험정신과 봉사심으로 계약서에 사인했고, 선호하는 옷차림은 언제나 편한 트레이닝복이다. (심지어 기자회견과 베트남 정부에서 마련해 준 공식 환영행사에서도. 선수들에게는 카리스마보다는 친아버지 같은 살갑고 다정한 스타일로 지도하고 훈련시킨다.)

긍정의 확신을 심어주는 것이 두 번째다. 전쟁에서 패배할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아질 때 그는 "적에게는 없는 것이 우리에게는 있습니다. 바로 애국심입니다. 애국심으로 포기하지 않고 하나로 뭉친다면 우리는 승리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기회 있을 때마다 호치민은 기자회견과 외신 인터뷰 자리를 만들어 베트남 국민들에게 긍정의 확신을 심어주는 데 최선을 다했다. 

박항서 감독도 부임 후 가장 먼저 선수들에게 긍정론을 심어준 것으로 유명하다. 

"여러분 뒤에는 열렬히 응원해주고 사랑해주는 베트남 국민들이 있다. 패배에 익숙했던 지난 과거는 잊고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도록 하자."

마지막은 겸양의 리더십이다. 호치민은  전투에서 승리를 거둘 때마다 공을 아래 사람에게 돌렸다. 또 회의 석상에서는 참석한 이들의 의견을 끝까지 경청했고 충분한 토론 없이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승리할 때마다 선수들을 먼저 치켜세우고 부상 선수를 위해서는 자신의 항공 비즈니스석을 기꺼이 양보하는 박항서 감독 역시 실력과 더불어 타인을 위한 깊은 배려심이 있었기에 지금의 업적이 가능했다.

앞서 말했듯이 나는 앞으로 박항서 감독을 '항서 아저씨'로 부를 것이다. 그리고 베트남에 가서는 박항서 감독을 '항서 아저씨'로 부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제의해 볼 참이다. 선생(thay)이라는 극존칭을 쓰는 베트남인들도 많지만 우리 '항서 아저씨'는 자신을 높이는  것보다 만인에게 가깝고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호칭을 더 좋아할 것이기에. 

성실히 노력하고 겸손하며 배려한다면 꼭 좋은 결과가 주어진다는 것을 '항서 아저씨'는 전 세계에 보여주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지도자들이 꼭 '호 아저씨'와 '항서 아저씨'를 본받고 따르면 좋겠다. 

■ 안상현·자유기고가 = 법무부 법사랑위원 전주지역연합회 보호관찰분과 위원이다. 시간 날 때마다 청소년 선도와 범죄예방을 위한 봉사를 하고 있다. 하루하루 즐겁게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맑은 의식으로 깨어 있는 사람이 되는 것에 더 큰 뜻을 두고 있는 평범한 소시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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