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장환경주의(카트린 하르트만 지음·이미옥 옮김·에코리브르·260쪽·1만7000원) = 환경을 교묘하게 이용해 탐욕을 채우는 다국적 기업과 일부 NGO의 실체를 파헤친다. 저자는 독일 언론인 출신 작가로 일간지 '프랑크푸르터 룬트샤우'과 월간지 '네온'에서 기자로 일했다. 책은 세계 최대 식품기업 스위스 네슬레의 캡슐커피 이야기로 시작한다. 이 회사는 전 세계 400개 매장에서 네스프레소라는 브랜드로 매년 100억개 캡슐커피를 파는데, 캡슐을 제조하는 데 드는 알루미늄이 연간 8000톤에 달한다. 알루미늄 1톤을 생산하려면 2인 가구가 5년 이상 사용할 전기가 필요하고, 이로부터 8t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알루미늄 생산에 쓰이는 전기는 전 세계 전기 소비량 3%를 차지한다. 하지만 네슬레는 알루미늄을 회수해 재활용하는 데는 관심을 보이지 않고 오직 생산을 늘리는 데만 집중한다. 그런데도 네스프레소 홈페이지에는 "네스프레소 커피 한 잔은 이를 향유하는 순간만 준비하는 게 아니라, 환경과 공동체의 행복을 위해 좋은 일을 할 수 있다고 우리는 확신한다"고 씌어있다. 네슬레만이 아니다. 메이저 석유회사 셸은 자사를 풍력발전회사로 광고하고, 코카콜라는 가난한 나라에서 모든 샘물이 마를 때까지 물을 퍼 쓰면서 자사를 비축된 세계 지하수를 보호하는 주인공으로 표현한다. 몬산토는 유전자를 조작한 씨앗과 독성 살충제를 판매하면서도 기아와 싸우는 데 기여한다고 말한다. 화학회사 헨켈은 핵발전소와 석탄 화력발전소 유지를 도우면서도 터빈에다 재생에너지에 중요한 기여를 한다는 스티커를 붙인다. 이처럼 환경 파괴의 주범이면서도 마치 환경을 보호하는 데 앞장서는 것처럼 위장하는 대기업들의 태도를 '그린워싱(Greenwashing)'이라 부른다. 저자는 이를 통해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전 지구적으로 펼치는 다각적인 노력이 번번이 실패하는 원인을 드러내 보인다.

■ 플라이룸(김우재 지음·김영사·308쪽·1만4800원) = 유전학의 대표적인 모델생물인 초파리를 매개로 진화생물학과 분자생물학의 흥미로운 역사를 풀어낸다. 썩어가는 음식 냄새가 나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초파리는 해충 취급을 하지만, 생물학자들에게는 그 학명의 뜻(이슬을 사랑하는 동물)처럼 아름다운 존재다. 초파리는 진화생물학과 분자생물학의 중계자 역할을 해오며 두 생물학의 전통을 모두 잉태하고 성숙시켜 다양한 생물학의 시대를 열어젖히는 역할을 했다. 초파리 유전학자인 저자는 현재 캐나다 오타와대학교에서 사회적 행동의 분자적 기제와 신경회로를 연구한다. 저자는 책을 통해 자신이 하는 연구와 그 역사를 소개하고, 과학과 사회의 공명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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