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돗 편지] 뒷모습이 전해주는 이야기
[아나돗 편지] 뒷모습이 전해주는 이야기
  • 정이신 논설위원
  • 승인 2018.12.14 15:0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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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해동포주의는 세상의 모든 사람이 한겨레라고 불릴 정도로 서로 얽혀 있다는 생각입니다. 넷으로 상징되는 세상의 모든 방면에 있는 사람이 피부색이나 종교, 언어가 달라도 하나의 민족이라고 합니다. 이는 인간 세상의 이면에 대한 고찰이 없으면 나올 수 없는 사상입니다.

자수성가한 사람들은 대개 자신들은 부모나 친지, 가족에 대한 복이 없어서 혼자 일어섰다고 자랑스럽게 말하곤 합니다. 그러나 동양학의 사유방식에 따르면 모든 인간은 이면을 통해 서로 얽혀 있습니다. 자수성가한 사람의 경우 혼자서 비빌 언덕 없이도 사회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아이로 태어난 것입니다. 이 때문에 역으로 그의 부모가 일찍 요절했거나, 그가 어릴 적에 핍절하게 살게 된 것입니다.

▲정이신 아나돗학교 대표간사ㆍ아나돗공동체 위임목사
▲정이신 아나돗학교 대표간사ㆍ아나돗공동체 위임목사

동양학은 가족을 나무로 보고, 때로 나무가 한 방향으로 잘 자랄 수 있도록 가지치기를 해주는 것과 같은 이치로 그들의 삶을 해석합니다. 그래서 아이의 관점에서가 아니라 부모나 가족의 입장에서 보면 한 사람의 생애에 대해 다른 설명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이는 자수성가한 사람들을 영웅처럼 칭송하고, 사회의 역할모델로 생각하는 분위기와 약간 다른 생각입니다.

인간 세상에 패자부활전이 꼭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를 보장하려고 애쓰는 삶의 태도를 가진 이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승자독식주의를 지향하는 역사적 질서와 늘 대립하며 반대의 시각을 제공합니다. 그런데 이 둘은 단지 대립만 하는 것이 아니라 때로 시너지 효과도 일으킵니다. 즉 승자독식주의와 패자부활전은 현실에서 별개의 영역을 따로 차지하고 있지 않고, 합쳐서 하나로 완성되는 한 영역 속에 있습니다.

승자독식주의를 지향하는 역사의식이 투철한 사람일수록 그 이면에 있는 패자부활전의 사유방식인 종교적 질서를 생각할 수 있어야 삶이 윤택해 집니다. 세상은 1등만을 위해 존재하지 않습니다. 2, 3등을 차지한 사람들의 노력과 아픔을 기억하지 못하면, 승리자에서 갑질이나 해대는 바람에 주변에 아무도 승리를 축하해 주는 사람이 없는 초라한 일인자로 전락합니다.

종교적 사유구조를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자리를 통괄하는 질서체계로 받아들인 사람은 역사의식을 갖춰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몰지각한 사이비·이단처럼 몽환적인 맹신이나 맹종에 빠져 현실 감각이 둔해집니다. 종교와 역사는 같이, 그러면서도 다른 길을 가야 하는 친구이기에 종교는 반드시 역사의식을 벗 삼아서 자신의 길을 가야 합니다.

어떤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내가 한 일 때문에 네가 이런 환경 속에서 자라게 될 줄 알았다면 다르게 살았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후손을 생각하는, 오래된 미래인 후손의 평가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회는 올바른 사회가 아닙니다. 오히려 '내가 했던 조그마한 일 때문에 너에게 이렇게 좋은 기회가 올 줄 몰랐다'는 말이 회자되는, 나눔의 효용가치가 제대로 인정받는 사회가 더 나은 사회입니다.

역사가 종교를 포기하거나 종교가 역사를 포기하면 그때부터는 둘이 이데올로기가 돼 모두 절름발이가 됩니다. 이는 자수성가한 사람이 스스로의 힘으로만 성공했다고 착각하는 것과 같습니다. 부모나 친인척의 도움이 없었다고 해도, 서로 얽혀 있는 생의 이면으로 인해 어떤 사람이 자수성가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인연의 끈들이 인간 사회에서 그를 도왔겠습니까.

역사가 발전할수록 종교적인 삶의 태도와 사유방식이 꼭 필요합니다. 이것이 있어야 역사의식만 투철한 이들이 절름발이가 되지 않도록 도울 수 있습니다. 또 같이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에게 역사가 주지 못하는 다른 기쁨의 호흡을 심어 줄 수 있습니다. 우리가 역사와 종교를 더불어 보지 못하면 절름발이가 되고 핑계만 많이 늘어놓게 됩니다.

■ 정이신 논설위원·목사 = 한양대 전기공학과와 백석대학교 신학대학원을 졸업했다. 한국독립교회 및 선교단체연합회에서 목사 안수를 받았다. 아나돗학교 대표간사와 아나돗공동체 위임목사다. 독서와 글쓰기를 주제로 한 <노희(路戱)와 더불어 책(冊)놀이>를 연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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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y1146 2018-12-15 07:40:34
Ksy1146 2018-12-15 07:39:27 더보기
종교는 마음의 양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