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고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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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나 공직유관단체 직원에게 부패방지법과 행동강령을 준수하겠다는 서약서 제출을 강제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부패방지 의무 등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제재할 수 있다는 것과 이를 표현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은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3부(문용선 부장판사)는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직원 A씨가 국가인권위원회를 상대로 "진정 기각 결정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1심과 같이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A씨는 2014년 재단으로부터 임직원 행동강령서약서 제출을 요구받았지만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응하지 않았다.

서약서에는 "알선과 청탁을 근절하고 금품, 향응을 받지 않고 정보 유출이나 재단의 명예를 해치는 일을 하지 않겠다"는 공무원의 일반적 의무사항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서약 사항 뒤에는 "위반한다면 어떠한 처벌이나 불이익 조치도 감수할 것을 다짐한다"는 문구가 적혔다.

다음해 재단에서는 A씨의 공금 횡령이 의심되고 다른 직원들에 대한 허위 고소와 고발을 남발한다는 등의 이유로 징계에 회부해 해임 처분했다.

A씨의 징계 이유에는 서약서 작성 및 제출 지시에 불이행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A씨는 인권위에 "행동강령 서약서 서명을 강요받았고 이행하지 않자 징계 협박을 받고 있다"며 진정을 제기했지만 기각당하자 소송을 냈다.

1·2심 재판부 모두 서약서 제출을 의무화한 것이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공직유관단체 직원으로 부패방지법상 행동강령을 준수할 의무가 있고 이를 어기면 재단이 제재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그러나 "행동강령 준수 의무를 직접 확인하겠다는 목적으로 생각과 의지를 드러내도록 서약서를 작성해 제출할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행동강령에 대한 개인의 판단을 외부로 표현하도록 강제한다는 점에서 양심의 자유에 대한 제약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부패방지법에 근거 규정이 없음에도 서약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것을 징계회부 사유 중 하나로 삼아 이행을 강제한다는 점에서 재단의 서약서 제출 요구는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A씨가 행동강령 서약서 제출 거부 외에도 다른 여러 사유로 징계에 부쳐진 만큼 징계위 회부 자체가 인권침해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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