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돗 편지] 한 해의 끝자락에서
[아나돗 편지] 한 해의 끝자락에서
  • 정이신 논설위원
  • 승인 2018.11.30 14:1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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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상담을 하고 있기에 상담을 통해 알게 된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을 보면 대개 가족들이 기독교상담을 받아야 했던 일에 연루된 사연들이 알려지는 것을 싫어합니다. 그래서 기독교상담을 받아 치유가 된 후 일반 교회에 나가고 있는데, 그곳에서 자신을 어떻게 소개하면 좋겠느냐고 묻곤 합니다.

이는 제가 가르치고 있는 대안학교의 북향민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학교에 가서 학업을 수행하며 남한 학생들과도 잘 어울리고 있는 학생들이 있습니다만, 그러지 못한 학생들도 있습니다. 대학교에서 자신을 소개할 때 꼭 북향민인지 밝혀야 하느냐고 묻기도 합니다.

저는 먼저 북향민이라고 밝히지는 말되, 상대방이 물어보면 숨기지는 말라고 조언합니다. 기독교상담을 받았던 이들에게도 비슷한 말을 합니다. 일부러 상담을 받았다고 밝힐 필요는 없지만, 상대방이 물으면 굳이 숨기지는 말라고 합니다.

▲정이신 아나돗학교 대표간사ㆍ아나돗공동체 위임목사
▲정이신 아나돗학교 대표간사ㆍ아나돗공동체 위임목사

제가 어릴 적에 배웠던 기억에 의하면 북한은 남한을 대적했던 적성국(敵性國), 괴뢰집단(傀儡集團)이었습니다. 지금 그 나라에 살던 우리 동포들이 이 땅에 와서 살고 있습니다. 그럼 저는 어릴 적에 배운 기억으로만 이들을 대해야 할까요. 성경을 보면 바울은 끊임없이 예수님을 핍박했었던 자신의 과거를 고백했습니다. 그러나 바울의 고백을 듣고 그를 폄하하거나 차별했던 초대교회 사람들은 없었습니다.

내가 아닌 그가 성경적인 가치를 따르지 않는다면 궁극적으로 손해는 그에게 갑니다. 성경적인 가치대로 행동한 나에게는 손해가 오지 않습니다. 그리고 어떤 경로를 거치든 하나님 나라의 가치가 아니면 결국 망합니다. 하나님이 살아 계시기에 끝까지 가면 반드시 이렇게 된다고 믿고 따르는 것이 기독교 신앙입니다.

남북관계는 결국 평화를 지향하는 쪽으로 다가가게 될 것입니다. 기독교 사이비ㆍ이단과 성경적이지 않은 교회는 망하게 될 것입니다. 이 둘이 아나돗공동체가 예수님 안에서 본 비전입니다. 그런데 그때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하고 있습니까. 봇물 터지듯 밀려올 북한 동포들을 위해, 사이비·이단에서 잘못된 가르침을 받고 나온 내 아이들의 정신건강을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있습니까.

섣부르게 감성적인 접근을 하거나, 이들을 맹목적인 환상에 계속 기대어 살게 하면 안 됩니다. 이들이 겪게 될 사나운 현실을 넘어설 수 있는 지혜를 알려 주고, 이들과 같이 호흡하며, 스스로의 힘으로 생의 파도를 넘어설 수 있도록 이들과 같이 비를 맞으러 걸어가야 합니다.

하나님 앞에 갈 때까지 물음표를 안고 사는 게 기독교 신앙입니다. 그러므로 물음표를 해결하기 위해 발생하는 화음 일부를 내가 먼저 불협화음이라고 규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 판정은 저 끝에서 하나님이 하십니다. 그때까지는 서로 어울리며 사는 법을 익혀야 합니다.

인간은 자신의 경험과 언어를 통해서 세계를 알아 가고, 자신이 가진 세계관과 인식의 틀로 하나님을 받아들입니다. 이 과정에서 진실하면서도 상호주관적인 종교 체험은 따로 존재합니다. 이것이 따로 실재하기에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가 아무리 하나님이 허상이라고 해도 그의 말이 다다를 수 없는 하나님의 나라는 오늘도 도도히 강을 이뤄 흘러갑니다.

하나님의 나라가 지닌 이런 속성 때문에 도킨스와 제가 만난 하나님이 다릅니다. 그는 영국에서, 저는 한겨레가 남북으로 대치된 상황에서 북향민을 가르치고 기독교상담을 하면서 하나님을 만났습니다. 그래서 그와 저는 서로 얽히지 않는 영역에서 하나님을 이야기합니다. 둘 중 누구의 말이 맞는지는 아직 판명나지 않았습니다. 끝날까지 가야 판명이 날 것입니다.

이제 하나님이 주신 한 해가 또 저물어 갑니다. 여러분에게 남겨진 한 해의 매듭을 잘 지으시길 기도합니다. 미력한 저의 글과 1년 동안 동행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 정이신 논설위원·목사 = 한양대 전기공학과와 백석대학교 신학대학원을 졸업했다. 한국독립교회 및 선교단체연합회에서 목사 안수를 받았다. 아나돗학교 대표간사와 아나돗공동체 위임목사다. 독서와 글쓰기를 주제로 한 <노희(路戱)와 더불어 책(冊)놀이>를 연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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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뚜기 2018-11-30 15:46:17
좋은 글 잘 읽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기다릴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