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운영하는 통신설비 한 곳에서 발생한 화재로 전국이 한동안 떠들썩 했다. 통신망 마비가 우리에게 주는 엄청난 후유증을 체감하게 된 순간이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 사고로 인해 IT강국이라는 허명에 가려져 있던 우리의 껍질이 벗겨진 듯 하다.

일상의 모든 부분을 IT에 심각할 정도로 의존하게 된 우리의 삶에서 "IT가 무너지면 어떻게 될까"라는 의문에 답을 준 듯도 하고, IT가 무너진 경우에 대한 예방훈련을 한 듯한 기분이기도 하다.

▲임홍철 정보안전팀장
▲임홍철 정보안전팀장

보안 측면에서 보면 통신3사가 운영하고 있는 통신설비들은 '정보통신기반 보호법'에 따른 주요정보통신기반시설에 속해 매년 보안현황을 점검한다. 그 결과는 정부기관에 보고해야 하는 대상에 포함돼 있다. 실제로 통신3사는 매년 점검을 수행하고 있으며, 결과를 보고하고 있고, 보안수준도 상당히 높은 편이다.

하지만 사고는 언제 어떻게 발생할 지 알 수 없다. 사고가 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 그곳에서 발생하는 것이 사고다.  KT 통신설비 화재 역시 전문가들이 그 원인을 찾는데 애를 먹고 있다고 한다. 발화를 일으키는 물질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만큼 화재사고의 가능성이 고려되지 않은 장소인 듯 하다.

가장 중요한 점은 이번 화재사고로 인해 무엇을 배웠는가다. 사고 후 과기정통부는 부랴부랴 전국 통신설비를 실태점검하고 통신사들과 협의해 CCTV와 스프링쿨러 설치를 추진하겠다고 하고 있다. 전형적인 관치행정의 모습이다.

통신3사는 수익을 추구하는 일반기업이다. 손해를 보는 장사는 하지 않는 것이 기본이다. 실제 소규모 통신설비에서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은 굉장히 낮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아마 1년에 1건 발생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 미미한 가능성을 예방하기 위해 얼마가 될지 모를 막대한 금액을 투자해 전국의 모든 소규모 통신설비에 CCTV와 스프링클러를 설치하고, 이를 감시할 감시센터를 구성하고, 정기적인 점검도 수행해야 하는 모험을 감행할 지 의문이다.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 되기 싶다.

실제 효과가 있는 대책을 제시해야만 한다. KT통신망 마비로 장사를 못해 큰 피해를 겪고 있는 국민의 입장에서 방안을 생각해야만 한다. 통신3사간 제휴를 통해 유사시 서로 통신망을 지원하는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누구에게 언제 생길지 모를 사고라는 관점에서 통신3사가 서로에게 든든한 대비책이 되어주는 것이다.

사고가 발생해도 통신망 끊김없이 안심하고 통화도 하고 장사도 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 그것이 이번 사고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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