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윤수 서울 구로소방서 소방관. ⓒ 전지선 기자
▲ 김윤수 서울 구로소방서 소방관. ⓒ 전지선 기자

그림 그리는 소방관, 디자인에 생명을 담다

잊고 싶지 않은 장면, 문득 떠오르는 감정, 심장을 울리는 말.

우리의 하루는 수많은 사건과 끊임없이 귓가를 두드리는 소리, 다양한 사람을 만난다.

어떤 사람은 글을, 또 어떤 사람은 음악으로 마음에 저장된 그 무엇을 표현하고 공감한다.

심장에 전율이 오는 이유를 밖으로 끌어내는 다양한 방법 중 그가 선택한 방법은 그림이었다.

그는 서울소방재난본부 구로소방서에서 홍보를 담당하고 있는 김윤수 지방소방교다.

지난달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2018 서울안전한마당에서 이병화 소방관과 함께 소방차에 라이브페인팅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아무것도 없던 소방차는 행사가 열린 3일 동안 생명을 구하는 소방관의 역동적인 모습을 담은 소방차로 새 옷을 입었다.

그는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했다. 그러다 문득, 사람의 생명을 살리고 지키는 소방관이라는 직업에 매력을 느꼈다.

오랜 시간동안 구상해온 미래의 스케치에 소방관을 그리기에는 도화지의 여백이 없었다. 17살부터 미술을 전문적으로 배웠고, 미술을 전공했기에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소방관은 위험한 일이라고 만류하던 주변 사람들, 그림에 대한 욕심. 그의 마음에는 혼란이 찾아왔지만 그럴수록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의 생명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은 단단해졌다.

'둘 다 안고 갈 수 있는 길은 없을까?'

그림으로 생명을 지킬 수 있는 방법. 끊임없이 고민한 결과는 '할 수 있다'였다. 소방관이라는 숭고한 직업, 그리고 사명감과 소중한 생명. 그는 소방관에 임용된 후 현장에서 보고 느낀 모든 것을 그의 디자인에 녹였다.

그림은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해가 어려운 문장을 반복해 읽거나 멜로디에서 작곡가가 숨긴 감정을 찾을 수고도 없다. 그림은 눈으로 본 순간 심장으로 직결된다. 김윤수 소방관은 국민들에게 소방관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그의 사명감이다.

▲ 김윤수 소방관의 작품. ⓒ 김윤수 구로소방서 소방관
▲ 김윤수 소방관의 작품. ⓒ 김윤수 구로소방서 소방관

그의 작품은 아날로그 감성이 있다

최근에는 테블릿pc로 스케치부터 채색까지 한 번에 완성할 수 있다. 시간을 내서 화방에 가지 않아도 수채화나 데생 등 거의 모든 범주의 그림을 그릴 수 있다.

하지만 김윤수 소방관의 스케치는 수작업으로 진행된다.

연필로 그리고 지우개로 수정하는 모든 과정이 그의 작품에 스며든 정신을 단단하게 한다.

그는 그림의 주제를 선정할 때 소방관의 사진을 구하거나 직접 찍은 사진들의 도움을 받는다. 그렇게 정해진 사진에 그만의 아이디어를 추가해 전체적인 작품을 구상한다.

국민들에게 소방관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현장에서 소방관들의 사투를 담은 그림이나 현직소방관의 초상화를 주로 그린다. 그가 초상화를 그릴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눈’이다. 사람의 가장 솔직한 곳, 눈에서 느껴지는 그들의 숭고한 정신을 작품에 담아내는 것이 그의 지향점이다.

화려했던 3일간의 여정, 2018서울안전한마당

그를 처음 만난 것은 지난달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2018서울안전한마당에서였다.

서울안전한마당은 다양한 소방체험으로 시민들에게 소방안전의 정보를 공유하고 관련 체험을 할 수 있도록 마련된 행사다. 그는 시민들에게 안전을 담은 그림을 실시간으로 완성하는 퍼포먼스를 이병화 소방관과 함께 기획했다.

결과는 화려했지만 과정은 그렇지 않았다. 행사 2일째 기상 악화로 작업이 일시적으로 중단되기도 했다. 그들은 밤늦게까지 작업을 진행하며 3일째 되는 날 환상적인 작품으로 마무리했다.

빈 도화지였던 소방차에는 소방관 3명이 호스로 진화작업을 하는 생생한 현장으로 탈바꿈했다. 시민들은 작품이 완성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화재현장에서 소방관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었다.

그는 그만의 방법으로 국민들에게 소방관에 대해 알렸다. 소방관으로 임용되기 전, 다짐했던 목표를 짙게 만들어준 물감과도 같은 퍼포먼스였다.

이 외에도 소방안전작품공모전에 2016년 영상부문 대상, 2017년 웹툰부문 대상을 수상하는 등 그림으로 국민들에게 소방관을 알리기 위한 끝없는 임무를 수행중이다.

▲ 김윤수 소방관의 작품. ⓒ 김윤수 구로소방서 소방관
▲ 김윤수 소방관의 작품. ⓒ 김윤수 구로소방서 소방관

그의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소방관은 현장에 나가는 것만이 임무가 아니다. 국민의 안전의식을 깨워주는 일, 안전한 나라로 가는 지름길을 만들어 주는 일 모두 그들이 갖는 사명감이자 임무다.

그림은 미술관과 교과서, 책 등에서만 보는 것이 전부인줄 알았다. 구도, 채색 등에서 느껴지는 작가의 화려한 기교에 대한 감탄을 하며 감동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소방관의 작품을 감상하고 있노라면 나 역시도 어떠한 책임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책임감은 결코 가볍지 않은 것이었다. 안전한 나라를 만드는 일, 그들의 노력만으로 닿을 수 없는 유토피아다. 우리는 소방관에게 손을 내밀어야한다. 소방관의 무언의 외침을 들을 수 있는 귀를 가져야한다. 그들과 같은 보폭으로 걸어야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는 그들과 같은 대한민국 국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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