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합동조사단 중간조사결과 … "소프트웨어 문제 가능성 열려 있어"
BMW "이미 EGR 밸브 포함 리콜 … 흡기다기관 리콜도 제안한 상태"

▲ 한국교통안전공단이 7일 공개한 BMW 화재원인 시험 과정 모습. 흡기계통의 천공부로부터 배출가스가 발산되고 있다.
▲ 한국교통안전공단이 7일 공개한 BMW 화재원인 시험 과정 모습. 흡기계통의 천공부로부터 배출가스가 발산되고 있다.

BMW 차량의 화재 원인이 애초 회사 측이 발표한 'EGR(엔진 배기가스 재순환장치) 바이패스' 문제가 아닌 'EGR 밸브' 문제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민관합동조사단이 7일 밝혔다.

BMW 측이 화재 발생 조건으로 지목한 것과 다른 원인이 발견되면서 일각에서 제기하는 소프트웨어 문제 등 다른 발화 원인이 있을 가능성도 주목된다.

BMW 측은 이미 리콜을 통해 교체한 'EGR 모듈'에 EGR 밸브가 포함돼 있어 새로운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다만, 화재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확인된 흡기다기관은 리콜을 추진 중이라고 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은 이날 BMW 화재원인 규명을 위해 진행한 차량·엔진 시험의 중간조사 결과를 조사단을 대신해 발표했다.

조사단은 화재 발생 순간을 확인하기 위해 주행거리 8만㎞ 중고차를 구입, 화재 개연성이 있는 조건 세 가지를 차량에 설정한 뒤 시속 90∼150㎞로 주행하며 차량·엔진 상태를 관찰했다.

디젤 차량은 환경 보호를 위해 엔진이 배기가스인 질소산화물 일부를 회수해 다시 태우는 구조로 돼 있다.

이때 EGR 모듈이 엔진에서 배기가스를 받아 냉각시키고서 연결된 흡기다기관에 전달하는 구조다.

세 가지 조건은 △EGR 쿨러(냉각기)에 누수가 발생한 생태 △EGR 밸브가 일부 열림으로 고착된 상태에서 고속주행 △배출가스 후처리시스템(DPF/LNT) 재생 등이다.

이 실험에서 실제로 차량 엔진에 화재가 발생했다.

시속 90∼120㎞ 주행 시 EGR 쿨러 누수로 쌓인 침전물이 EGR 밸브를 통해 들어온 고온의 배기가스와 만나 불티가 발생하고, 이 불티가 엔진룸 흡기시스템(흡기매니폴드)에 붙어 불꽃이 확산하며 화재가 시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불꽃은 고속주행으로 공급되는 공기와 만나 커지며 흡기기관에 구멍(천공)을 냈고, 점차 불꽃이 확산하며 엔진룸으로 옮겨가 화재가 커졌다.

이는 지난 8월 18일 BMW 측이 기자간담회를 통해 발표했던 화재 발생 조건과는 다르다는 게 민관합동조사단의 설명이다.

당시 BMW는 화재 발생 조건으로 EGR 쿨러 누수와 누적 주행거리가 높은 차량, 지속적인 고속주행과 함께 'EGR 바이패스 밸브 열림'을 조건으로 꼽았다.

그러나 조사단은 'EGR 바이패스 밸브 열림'은 현재까지 이번 화재원인과 전혀 상관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고, BMW가 지목하지 않았던 'EGR 밸브'가 화재와 관련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EGR 바이패스 밸브는 EGR의 가스를 EGR 냉각기를 거치지 않고 바로 흡기매니폴드로 보내주는 장치로, '열림·닫힘'(on·off) 개념으로 작동한다.

EGR 밸브는 흡입구로 재순환하는 배기가스의 양을 제어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 밸브는 자동차 소프트웨어가 미세하게 조작한다.

조사단 관계자는 "EGR 바이패스 밸브를 화재원인으로 가정하고 실험을 진행했지만, 발열 등 조건이 화재를 유발할 정도는 아닌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험 차량의 EGR 밸브를 열어둔 상태에서 가속하자 과열로 불티가 발생하면서 흡기다기관에 천공이 챙기며 화재가 시작됐다"며 "DPF가 작동하며 가스를 연소시키는 과정에서 온도가 더 높아진 것도 발화를 도운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조사단은 이런 결과는 EGR 밸브를 제어하는 소프트웨어에 문제가 있어 밸브가 설정보다 더 많이 열려 있는 등 문제가 있을 가능성도 열려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이는 일각에서 제기하는 EGR 소프트웨어 조작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을 키우는 것이기도 하다.

BMW가 우리나라 배기가스 규제를 피해가고자 차량 엔진에 무리가 가도록 배기가스 저감 소프트웨어를 조작했을 수 있다는 설이 제기된 바 있다.

조사단은 일부 민간·언론 등에서 제기된 'EGR 바이패스 오작동' 등에 관한 확인시험 결과 화염이나 발화 가능성은 발견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조사단은 지난 8월 BMW 차량화재피해자모임에서 요청한 차량 스트레스 테스트를 위해 주행시험을 진행했지만, 역시 발화 가능성을 찾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조사단은 "이번 시험을 통해 밝혀진 발화조건 및 화재 경로를 토대로 현재 진행 중인 리콜의 적정성을 검증하고, EGR 쿨러 파손 원인 등을 규명하기 위해 EGR 시스템 제어 관련 프로그램인 전자제어장치(ECU)의 발화 연계성을 확인하는 등 다른 발화 원인이 있는지 시험을 계속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사단은 다음달 중순께 최종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추가 조치가 필요한 경우 관련 조치를 국토교통부에 건의할 계획이라고 했다.

조사단 관계자는 "흡기매니폴드에서 천공이 새롭게 발견된 만큼 이 부품에 대한 추가 리콜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국토부에 리콜을 건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BMW코리아는 이날 조사단 발표와 관련해 EGR 밸브 열림 현상은 새롭게 밝혀진 사실이 아니라 리콜 과정에서 이미 반영돼 개선된 내용이라고 해명했다.

또 EGR 관련 소프트웨어에는 문제가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고, 흡기다기관 천공 현상에 대해선 이미 부품 교체 작업을 국토부에 제안했다고 밝혔다.

▲ 한국교통안전공단은 7일 BMW 화재 관련 중간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사진은 BMW 차량 EGR 모듈. ⓒ 한국교통안전공단
▲ 한국교통안전공단은 7일 BMW 화재 관련 중간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사진은 BMW 차량 EGR 모듈. ⓒ 한국교통안전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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