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배 제2대 해양경찰청장 특별인터뷰
해양안전 역량강화·신뢰받는 조직 목표
장비 노후 '심각' 경찰청 예산 '10분의1'
불법조업 '폭력화' 근본 원인 제거 할 것

▲ 조현배 해양경찰청장. ⓒ 해양경찰청
▲ 조현배 해양경찰청장. ⓒ 해양경찰청

조현배 해양경찰청장. 그는 지난 6월 25일 취임했다.

조 청장 취임 한 달 후, 해양경찰청은 세월호 사고 이후 국민안전처로 흡수 됐다가 외청으로 독립한지 1주년을 맞았다. 조 청장은 재출범 1주년 비전 선포식을 통해 '소통과 공감으로 바다를 안전하게'를 비전으로 설정했다.

세이프타임즈가 지난 1일 조 청장을 만나 '안전하고 깨끗한 희망의 바다'의 미래상을 들어 봤다. 조 청장은 "해양경찰의 업무를 단순히 일로만 생각하지 말고, 가치를 부여한다면 개개인 행동이 변화되고 이는 조직문화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해양경찰은 앞으로 문을 활짝 열고 국민과 더불어 소통하고 공감 받으면서 안전한 바다를 만들 것"이라고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소통에 앞서 현재 해양경찰청의 대다수 장비가 노후화 됐다"며 해양경찰청의 턱없이 부족한 예산에 대해 지적했다.

- 재출범 1주년 비전 선포식을 가졌다

"안전한 바다를 만들겠다는 생각에 '소통과 공감으로 바다를 안전하게'를 비전으로 설정했다. 이와 더불어 4가지 핵심가치도 선정했다. 겸손한 마음으로 국민께 봉사하는 존중, 우리 사회의 시대정신 정의, 국민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소통, 국민의 이해와 협력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공감이다. 이같은 4개의 가치를 나침반 삼아 일하며 직원 스스로 보람을 느끼고 국민에게 신뢰받는 해양경찰 조직을 만들겠다."

- 육경 출신으로 해경 업무는 어떤가

"육지경찰로 30년 넘게 근무했기 때문에 임기 초반에는 해양경찰 업무가 생소했다. 하지만 오히려 외부에서 온 만큼 기존 관행에 얽매이지 않고 국민과 동일한 입장에서 냉정한 시각을 가질 수 있었다. 현재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해양경찰을 만들어보겠다는 각오로 임하고 있다. 취임후 현장을 많이 돌았는데 해양경찰이 해양사고 예방과 구조, 해양주권 수호, 불법외국어선 단속, 해양 범죄 예방과 수사, 해양오염 예방과 방재활동 등 해양 관련 많은 일들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 해양경찰이 개선할 점이 있다면

"취임하고 나서 육지보다 넓은 바다에서 임무를 수행하는데 예산이 경찰청의 10분의 1 수준밖에 안 되는 것을 알고 놀랐다. 현재 327척의 함정, 24대의 항공기와 각종 통신장비 등을 보유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장비들이 노후해서 많은 예산이 필요한 실정이다. 실제 보유 함정 5척 가운데 1척은 내구연한을 넘겼다. 또한 적지 않은 직원들은 장기간 함정근무에 소음성 난청도 겪고 있다. 국정감사에서는 겨울용 피복이 육지경찰 피복보다 방한 기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비좁고 낡은 함정에서 심각한 소음을 듣고 탁한 공기를 마시며 수일간의 출동 임무를 수행하는 직원들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이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이를 감수해 주길 바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미 노후화된 장비는 실제상황에서 본래의 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우려가 있어 직원들의 사명감에만 의존해 빈발하는 해양사고를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전반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예산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해양안전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는 만큼 투자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청장 재임기간 동안 장비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더 나은 복지를 위해서라도 지속적으로 예산을 확보해 하나씩 개선해 나가겠다."

- 어떤 부분을 정책에 반영하는가.

"청장으로서 바다현장을 충분히 알고, 구조·안전시스템 현실을 파악하고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장에 나가면 현장직원들에게 모두가 청장이며 서장이라고 강조한다. 그만큼 직원들이 자기주도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위해 노력하고 개선해야 할 부분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의견을 제시토록 하고 있다. 현장 없는 정책은 없고, 모든 답은 현장에서 나온다. 청장으로 있는 동안 현장 중심으로 문제의식을 갖고 고민해 나아가겠다."

▲ 조현배 해양경찰청장이 비전 선포식에서 결의를 다지고 있다. ⓒ 해양경찰청
▲ 조현배 해양경찰청장이 비전 선포식에서 결의를 다지고 있다. ⓒ 해양경찰청

- 영흥도 낚싯배 사고 후 약 1년이 지났다

"영흥도 사고후 각 해경서 구조대로부터 원거리에 위치한 12개 파출소를 구조 거점화했다. 구조요원 71명과 신형 연안구조정을 배치했고 구조정 전용계류시설도 12개 확충했다. 전문구조 인력으로는 지난 7월 85명, 이달에 80명 채용 예정으로 모두 165명을 추가 확보 중에 있다."

- 해양사고 대응체계 상황은 어떤가

"출동태세 확립을 위해 세력별로 출동시간 목표제와 도착시간 관리제를 시행하고 있다. 시나리오 없는 현장형 훈련을 확대해 해양사고 발생 때 구조세력이 현장에 신속히 투입되고 실제 상황대응 역량을 높이는데 힘쓰고 있다. 신속하고 효율적인 상황처리를 위해 긴급신고 접수·전파를 지방청으로 통합운영하고 신고내용의 신속한 전파를 위해 지방청·해경서와 현장세력 간 실시간 공동청취시스템도 구축했다. 앞으로도 그간 추진한 정책들을 지속적으로 점검해 미흡한 사항은 개선하고 보완해 내실화해 나갈 것이다. 또한 현장형 훈련도 계속해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 가을철 낚시어선 집중단속을 했다

"가을철은 주꾸미나 갈치 등 낚시 어종 성어기로 이용객 40%가 집중되는 최성수기다. 안전사고 예방으로 위험요소를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필요한 시기다. 이번 단속은 '불법행위는 바다·하늘·육지 등 어디에서든 반드시 단속된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육·해·공 입체적으로 단속활동을 전개해 효과를 극대화했다.

단속결과 구명조끼 미착용, 정원초과, 영업구역 위반, 불법 개축 등 91건의 위반사항이 발견됐다. 지난해 단속 기간 중 구명조끼 미착용이 53건 적발된 것과 비교할 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속적인 구명조끼 착용 홍보를 추진할 필요성을 느끼게 했다. 단속 결과를 분석해 고질적 안전위반행위에 대해서는 제도개선을 추진하고 현장 안전관리에도 반영하겠다."

▲ 조현배 해양경찰청장(가운데)이 해경 관계자들과 소통 회의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해양경찰청
▲ 조현배 해양경찰청장(가운데)이 해경 관계자들과 소통 회의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해양경찰청

- 이국종 교수와 촬영한 KT 재난안전망 광고가 화제다

"선박이나 도서 지역에서 발생한 응급환자는 이송에 장시간이 소요되는 경우가 많다. 현장대원들은 높은 파도와 강풍 등의 위험을 무릅쓰고 환자를 이송해야 한다. 이같은 악조건 속에서도 대원들은 헌신적으로 응급구조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보다 질 높은 해양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해서는 응급구조 전문 인력을 보다 충원해야하고 의료장비들을 성능이 개선된 첨단 장비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응급구조 인력을 지속적으로 충원하고, 예산 확보에 주력할 계획이다. 해상에서 육상으로 도착한 환자를 보다 신속히 병원으로 이송할 수 있도록 소방과 관련 병원과의 협조체계도 더욱 공고히 하겠다."

- 중국어선 불법조업이 크게 감소했다

"2001년 한중 어업협정후 불법 외국어선의 단속 저항 형태는 갈수록 폭력화됐다. 단속 중 경찰관이 순직하고 불법어선이 해양경찰 고속단정을 침몰시키기도 했다. 이에 따라 현장중심 무기사용 매뉴얼과 법령을 개정했다. 또 단속전담 기동전단 운영과 서해5도 특별경비단 창설 등 강력한 단속정책을 시행했다.

지난 1~9월까지 우리 해역에서 나포한 중국어선은 58척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8% 감소했다. 불법침범으로 퇴거한 척수도 749척으로 지난해보다 29% 줄었다. 특히 서해 NLL 해역의 경우 하루 평균 100척 이상 조업하던 중국어선이 지난해부터 크게 감소해 올해는 일평균 33척이 조업했다."

- 불법조업 근절을 위한 대책은

"서해 NLL 해역에 특수진압대와 경비함정을 상시 배치해 감시·단속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기상불량이나 무허가 집단침범 때는 유관기관간 합동 특별단속과 단속전담 기동전단을 운영해 강력히 대응한다. 이를 위해 해군·해수부와 수시로 회의를 개최하고 합동 훈련도 실시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검문검색에 순응하는 합법조업 중국어선을 대상으로 홍보물품을 제공해 준비조업을 유도하고 있다. 불법 외국어선 단속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해역별 특성에 맞는 교육·훈련 체계를 구축해 지방청별 교육·훈련을 수시로 실시하고 있다. 또한 지방청 간 단속 전술과 노하우를 공유하고 역량강화에 대한 동기부여를 위해 '경비함정 단정운용 역량 경연대회'도 매년 개최해 오고 있다.

중국어선 불법조업의 근본적인 원인 제거를 위해서는 중국 정부의 자체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외교적으로 중국정부를 대상으로 불법조업의 심각성을 알리고 자국어선 안전관리와 교육을 강화토록 지속적으로 촉구하겠다.

앞으로도 해양경찰은 외국어선의 불법조업으로 우리 해양주권이 침해되는 일이 없도록 다양한 방법으로 노력할 것이며 우리 어족 자원을 보호하고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바다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 조현배 해양경찰청장이 해양특수구조 체험을 하고 있다.  ⓒ 해양경찰청
▲ 조현배 해양경찰청장이 해양특수구조 체험을 하고 있다. ⓒ 해양경찰청

- 해양환경 보호 임무는 어떻게

"바다는 우리 삶의 터전이다. 육상자원의 고갈과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도 바다에서 그 해답을 찾는 중이다. 이에 따라 해양환경의 중요성도 날로 높아지고 있다. 해경은 바다의 염증을 치료하고 예방접종의 역할을 한다. 대규모 해양오염사고에 대비해 해상교통관제시스템으로 운항선박에 대한 안전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선박사고 때 기름이 바다로 유입되지 않도록 사고선박에 적재된 기름을 다른 선박으로 옮기고 기름이 새는 부위는 쐐기로 막는 등 적극적으로 해양오염을 차단하고 있다. 해양쓰레기에 대해서는 올해 민관 합동 수중정화작업을 벌여 88.1톤의 해양쓰레기를 수거했다.

지난 10월에는 선박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나 어업폐기물을 바다에 몰래 버리는 행위를 집중 단속해 해양종사자는 물론 국민 눈높이에 맞는 예방활동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 해양환경 보전을 위한 국민의 작은 실천과 해양종사자 분들의 오염사고 예방을 위한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 롯데월드와 해양정화활동을 했다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측에서 적극 동참해 주고 있어 감사 드린다. 지난 5월 해양환경 보전활동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후 연안 정화활동에도 같이 참여하고 지난달에는 해양생물 보호를 위한 해양생물구조대 발대식도 가졌다. 전문기관과의 협력으로 보다 신속한 해양생물 구조가 가능하게 됐고 앞으로도 해양환경 보전을 위한 양 기관의 협력이 기대된다."

- 루게릭병 환자를 위한 '아이스버킷'에 동참했다

"지난 9월 12일에 동참했다. 아이스버킷 챌린지가 루게릭병 환자를 위한 캠페인으로 널리 알려져 있고 평소 개인적으로 참여하고 싶었지만 기회가 닿지 않았다.

민갑룡 경찰청장님께서 조종묵 소방청장님과 같이 추천해 주셨고 소방청장님과 합동으로 챌린지에 참여했다. 비록 얼음물이 닿는 순간은 찰나였지만 루게릭병 환자분들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이번 캠페인 참여로 더 많은 분들의 따뜻한 마음이 모이기를 바라고 환자분들의 빠른 쾌유를 기원한다."

- 해경이 가져야할 소명이란

"해양경찰의 가장 중요한 소명은 해양사고 예방과 신속한 구조 활동을 통해 바다에서 국민의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이다. 해양경찰은 직업인 동시에 사명이다. 내가 곧 해양안전에 있어 국가대표라는 생각으로 모든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고 희생과 땀방울로 국민이 원하는 해양안전을 만들어 갈 때 진정한 자긍심과 보람을 느낄 수 있다.

지난 7월 군산 어선 전북사고 현장에서 입구가 협소해 부유물로 진입이 어려움에도 공기통을 선실로 밀어 널고 호흡기만 착용한 채 진입해 4명을 구조한 잠수요원, 얼마전 우도 유조선 충돌사고 현장에서 온 몸에 기름을 뒤집어쓰면서도 잠수해 파공부위 붕쇄 작업을 한 구조대원 등 이들이 보여준 것이 바로 사명감이자 소명이라고 생각한다."

▲ 조현배 해양경찰청장(왼쪽)이 현장 직원에게 소통과 격려를 한 후 기념촬영을 위해 '화이팅' 포즈를 취하고 있다.  ⓒ 해양경찰청
▲ 조현배 해양경찰청장(왼쪽)이 현장 직원에게 소통과 격려를 한 후 기념촬영을 위해 '화이팅' 포즈를 취하고 있다. ⓒ 해양경찰청

- 재임중 꼭 이루고자하는 계획은

"재임 기간 동안 해양안전과 구조 시스템을 공고히 해 국민이 공감하는 수준까지 끌어 올리는 것이 가장 큰 목표다. 이를 위해 끊임없이 고민해 불필요한 부분은 과감히 없애고 부족한 부분은 확실하게 보완할 것이다. 또한 사명감을 바탕으로 국민 눈높이에 맞는 해양경찰을 만들어 나가겠다.

이 과정에서 국민 시각에서 납득할 수 없는 '여건이 안돼서 어렵다' 등의 환경 탓을 하지 않겠다. 아울러 해양주권 수호와 깨끗한 바다, 불법에 대한 수사를 위해서도 해양경찰의 모든 역량을 집중시켜 당당한 해상종합치안기관으로 자리매김 하겠다."

■ 조현배(58) 해양경찰청장 △과천·용산경찰서장 △서울경찰청 정보1과장 △대통령실 101경비단장 △서울경찰청 정보관리부장 △서울경찰청 경무부장 △경찰청 정보심의관 △경찰청 정보국장 △제27대 경남경찰청장 △경찰청 기획조정관 △제28대 부산경찰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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