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HAZMAT 대응 전문가(HAZMAT Technician) 자격인증서.
▲ HAZMAT 대응 전문가(HAZMAT Technician) 자격인증서.

최근 발생한 저유소 사고나 제천 화재와 같은 다중이용시설에서 화재, 폭발, 위험물질 누출과 같은 사고가 발생하였을 때 가장 먼저 그리고 효과적으로 사고를 대처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대부분 소방관을 떠올리시겠지만, 소방관 이전에 평소부터 해당 시설이나 건축물을 관리하고 사고 예방을 담당하고 계신 분들이 있습니다. 바로 안전관리자입니다. 이 분들은 전기나 소방시설과 같은 전문분야에 대한 자격증을 취득하고 있고 또한 대부분 오랜기간 해당 시설을 관리해 왔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취약점들과 사고 발생때 핵심 대응 요소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사고가 발생하면 바로 그곳에서 일하고 가장 세부적인 내용을 알고 있으며 사고의 확대를 축소시킬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키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바로 안전관리자일 수 밖에 없습니다.

세월호 사고 당시 배 안에서의 안전에 관한 모든 결정 권한을 가지고 있는 선장이 누구보다도 먼저 탈출했다는 사실에 전 국민이 분개했던 것과 통하는 부분입니다. 어떠한 장소 또는 시설에서도 사실 해당 안전관리자의 역할은 소방조직과 비교해도 결코 작지 않습니다.

국내법에서도 이러한 실정은 잘 반영돼 있습니다. 즉 시설 등에서의 사고 발생시 최초 상황의 모든 책임은 소방이 도착하기 전에는 소유자·관리자 또는 점유자에게 지우고 있는 것입니다.

이중에서도 안전관리자는 사실상 모든 사고에서 최초의 현장에 있을 확률이 매우 높고, 사고의 주요한 사항들에 대해서 가장 잘 알고 있는 인물이라는 것입니다.

현실적으로 소방관은 단 하나의 시설만 관리하고 있는 관리자에 비해서 관할 내의 수많은 면적과 숫자의 시설, 건물 등의 모든 사고를 담당해야 합니다. 따라서 평소에 주요 사고 우려 시설에 대해서 부단히 현장 확인과 예방조치 등을 확인하고 있지만 부족한 점이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안전관리자와 관련해 NFPA 472, 1072의 내용을 국내와 비교해보면 큰 차이점이 있습니다. 먼저 NFPA에서는 공무원은 아니지만 안전관리자에 대해서도 사고대응에 관한 자격을 반드시 취득하도록 의무로 두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안전관리자는 'HAZMAT 사고대응 자격인증'의 3단계 자격 중에서 가장 낮은 수준인 식별 수준(Awareness Level)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 인증자격(Certification)은 소방관을 포함한 사고대응에 관련된 경찰 등 모든 유관된 대응요원과도 동일한 훈련과 시험을 거쳐서 얻는 것입니다.

▲ 김흥환 소방장(소방청 중앙119구조본부)
▲ 김흥환 소방장(소방청 중앙119구조본부)

사실상 민간기업 소속 직원인 안전관리자, 소방관, 경찰관, 구급대원에 이르기까지 HAZMAT과 같은 특수재난의 대응과 관련된 모든 인원들이 현장에서 있을 수 있는 테러를 포함한 모든 상황에 관한 훈련을 받습니다. 시험에 통과하면 모든 기관에 통용되는 공통된 기준의 '인증자격'을 얻을 수 있고 널리 인정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NFPA에 따른 자격인증을 갖춘 안전관리자는 재난 현장에서 보다 상위의 자격을 갖춘 대응요원(소방, 경찰 등 소속에 관계없음)이 현장에 도착하기 전까지 재난현장의 책임자 겸 지휘관 역할까지 할 수 있게 됩니다. 우리나라와 같이 꼭 공무원 신분이 아니더라도 국가 전체적인 대응체계의 일부로서 가용한 범위 내에서 꼭 필요한 책임과 권한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또한 소방관을 비롯한 각 기관별 대응요원들은 기술의 발달에 따라 매우 세분화된 사고 유형에 따라서 굉장히 세분화된 그리고 보다 수준 높은 인증자격을 계속해서 획득합니다.

이러한 인증자격을 바탕으로 평소부터 수준 높은 훈련과 평가를 계속합니다. 재난현장에서는 사고 유형과 피해 수준별로 사고현장에 접근하는 것조차도 엄격히 제한해 자격을 갖춘 전문 인력만이 현장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합니다. 현장 지휘관은 계속해서 현장과 관련한 수많은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화학, 생물, 방사능, 폭발물 등 모든 위험을 통합한 개념인 HAZMAT과 이를 바탕으로 역시 모든 재난 대응에 관한 국가의 모든 기관들의 노력을 통합할 수 있는 미 국토안보부(DHS) 그리고 사고시 최근접의 안전관리자로부터 최상위 특수재난 전문인증자격인 위험물질 대응 전문가(HAZMAT Technician)를 갖춘 소방관에 이르기까지의 대응전문가에 이르기까지 모든 요소들이 긴밀하게 연결하면 특수재난에 관한 전체 사회의 취약점들을 훌륭하게 보완하고 있습니다.

특수재난은 앞으로 더욱 복잡해지고 계속해서 새로운 유형으로 나타날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러한 특수한 분야에 대한 관심과 전문가의 육성 그리고 투자를 소홀히 한다면 언젠가 최근의 저유소 사고와 같이 우발성이 겹쳐진 미처 돌아보지 못한 생소한 분야의 재난 앞에서 사회전체가 무기력한 모습을 보일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특히 기술과 IT의 발달로 인한 지금의 환경은 우리가 지금까지와 같이 어느 한 부처가 어느 한 분야를 맡아서 해결할 수 없습니다. 오직 유관된 모든 기관들이 힘을 합치고 서로 도울 때에만 가능해지고 있습니다.

늘어만 가는 특별한 위험 속에서 우리는 모든 기관들이 힘을 합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정비하는데 모두가 힘을 모아야할 때입니다.

■ 김흥환 소방장(36) = 1983년생으로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뒤 2006년 화생방 병과 소위로 임관해 2015년에 대위로 전역했다. 2015년 옛 국민안전처 중앙소방본부 중앙119구조본부 화생방 대응분야 경력직 소방관으로 채용됐다. 소방청 중앙119구조본부 HAZMAT 분야에서 현장 대응 근무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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