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뇌가 하는 착한 거짓말 중 하나가 우리가 기다리며 살아가고 있는 존재들임을 잊게 만드는 것입니다. 우리는 분명히 사람, 사건, 기회 심지어 죽음과 영원한 심판 등 무언가를 끊임없이 기다리며 살아갑니다. 기다리지 않고 사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사람이 기다리지 않고 살려면 자족(自足)해 스스로 모든 것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럴 때는 굳이 기다릴 필요가 없고,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하면 됩니다. 그러나 이런 완벽체의 인간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사람은 무언가를 기다리며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기다림을 슬퍼하지 말고 기다릴 때는 기다려야 할 것을 정확히 기다려야 합니다. 기다려야 할 때 제대로 기다리지 못하면 오히려 그것으로 인해 역풍을 맞습니다. 또 기다린다는 것은 단순히 침묵을 지키고 앉아 있는 것이 아닙니다. 칩거(蟄居)하고 있더라도 마음을 움직여 바라볼 곳을 바라봐야 합니다. 그래야 삶에 높은 파도가 몰아쳐도 흔들릴지언정 넘어지거나 엎어지지 않고, 큰 파도 너머에 있는 희망을 향해 노를 저어갈 수 있습니다.

▲ 정이신 아나돗학교 대표간사·아나돗공동체 위임목사
▲ 정이신 아나돗학교 대표간사·아나돗공동체 위임목사

우리 삶에 폭풍우와 같은 천재지변이 닥쳤다고 해서 모든 것이 다 끝난 것은 아닙니다. 폭풍우는 분명히 지나가는 것인데, 기다릴 줄 몰라 지구의 종말이 왔다고 혼자서 설쳐대다가는 폭풍우가 지나가고 난 후 사람들에게 웃음거리가 되거나 스스로의 행동을 후회하게 됩니다.

고린도전서 16:22에는 '마라나 타'라는 말이 나오는데, 성경에서 이곳에 딱 한 번 나옵니다. 이 말은 아람어로 기도문에 쓴 것을 헬라어로 표기한 것입니다. 뜻은 '우리 주님 오소서'입니다. 만약 이것을 '마란 아타'로 읽으면 '우리 주님 오셨다'가 됩니다. 어느 쪽이든 바울은 예수님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바울처럼 예수님을 기다리며 산다는 것은 산에 들어가 기도하면서 그분의 강림을 기다리는 것이 아닙니다. 예수님이 하신 말씀을 믿고 따르면서, 그분이 오셔서 하실 일을 내가 하지 않고 비워두는 것입니다. 내 삶의 주인이 따로 있음을 고백하고, 내가 아닌 나의 주인이 할 일을 그분께 맡기는 것입니다.

물질이 주는 풍요를 넘치도록 가져서 마음이 부자이거나, 권력의 맛에 길들여진 사람들이 예수님을 기다릴까요. 예수님의 말씀대로 살지 않는 사람들이 그분을 기다릴까요. 천만에요. 저들은 예수님을 기다리지 않고 '그냥 이대로 있게 하소서'라고 기도할 뿐입니다.

저들은 자신들이 가진 권력이 좋고, 자기들 마음대로 일을 결정하는 것 자체가 기쁘기에 그 판이 깨어지지 않게 해 달라고 기도할 뿐입니다. 그러나 내가 할 일이 있고, 성령님이 하실 일이 따로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예수님의 강림을 기다립니다. 성령님이 하실 일을 그분께 돌려드리기 위해, 선과 악을 알게 하는 지식 나무의 열매를 하나님의 허락 없이 따 먹지 않기 위해서 그분을 기다립니다.

선악을 판별하는 일에는 내가 주도권을 가지면 안 됩니다. 그때는 지루하더라도 과감하게 성령님의 인도하심을 기다려야 합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예수님이 오시기 전에 자기가 주인이 돼 일을 저질러 버립니다. 순간적일지라도 자기가 선악을 결정하는 일에 스스로 주도권을 가지려고 합니다.

예수님의 강림을 기다리지 않는 것과 성령님의 몫을 기다리지 않고 인간들끼리 모든 것을 다 결정하고 해치우는 것은 성경의 가르침이 아닙니다. 물론 기다리다 보면 이해가 되지 않고, 하나님이 야속하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이 오셔서 처리하실 일은 그분이 와서 하시도록 기다려야 합니다. 그때 기다림이 하나님이 주시는 복으로 변합니다.

■ 정이신 논설실장·목사 = 한양대 전기공학과와 백석대학교 신학대학원을 졸업했다. 한국독립교회 및 선교단체연합회에서 목사 안수를 받았다. 아나돗학교 대표간사와 아나돗공동체 위임목사다. 독서와 글쓰기를 주제로 한 <노희(路戱)와 더불어 책(冊)놀이>를 연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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