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용 칼럼] 순서 바뀐 대입제도 개편, 학생을 또 '실험쥐'로 만드나
[정찬용 칼럼] 순서 바뀐 대입제도 개편, 학생을 또 '실험쥐'로 만드나
  • 정찬용 논설위원
  • 승인 2018.09.12 17:13
  •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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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우리나라 국민들의 대부분은 '국가교육회의'라는 조직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모를 것이다. 설치 목적을 보면 '교육혁신 및 중장기 교육정책 논의를 주도'하기 위해서란다.

그 구성을 살펴보니 그에 걸맞게 어마어마하다. 의장 1명을 포함해 21명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여기에는 기획재정부, 교육부,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 장관과 대통령비서실의 교육 관련 정책을 보좌하는 수석비서관이 포함된단다. 교육 혁신, 학술 진흥, 인적자원 개발 및 인재 양성 등에 관한 전문적 지식이나 경험이 풍부한 사람으로서 대통령이 위촉하는 사람 등이 추가로 들어간다. 이 정도 규모와 수준이면 우리나라 교육의 대수술도 가능해 보인다.

지난달 7일 이들이 중대한 발표를 하나 했다. 소위 대학입시 제도 개편 권고안이다. 우리나라 교육 현장이 대입제도에 매우 의존적이니 그것을 바꾼다는 것부터 시작한 것은 그 자체로는 옳아 보인다. 문제는 시간이다. 국가교육회의가 출범한 때가 지난해 12월이니 고작 8개월이 지났을 뿐인데 대입제도 개편 권고안을 작성했다는 게 심상찮다는 것이다.

도대체 무슨 안을 만들었기에 수십년간 쌓여온 우리나라 교육의 적폐 나아가서는 대입 제도의 문제를 그렇게 짧은 기간 동안 해결했다는 걸까.

▲ 정찬용 논설위원
▲ 정찬용 논설위원

교육부 공식 블로그에 올려져 있는 권고안을 살펴 보니 경이롭게도 한 페이지 분량이다. 거기에는 그동안 그들이 무슨 일을 했는지부터 대략적으로 묘사돼 있었다.

내부에 대입제도 개편 특별 위원회와 공론화 위원회를 만들고 거기서 학생부위주전형/수능위주전형 간 비율, 수시 수능최저학력기준 활용 여부, 수능평가방법(절대평가/상대평가) 등을 공론화 과제로 정해 온·오프 라인에서 약 두 달 정도의 기간 동안 공론화 과정을 거쳤다.

그리하여 나온 권고안은 이랬다

"정시 비율을 지금보다 높히는 게 좋겠다. 수능 최저 학력 기준 적용은 대학이 자율적으로 한다. 전과목 절대 평가는 하지 않고 다만 제2외국어와 한문에 절대평가를 추가로 도입한다."

국가교육회의라는 이름을 달고 명시적으로 한 일의 수준이 그 정도라는 것은 현 정부의 교육에 대한 인식의 민낯을 보여 준 것이다. 교육 혁신을 이루고 중장기 교육 정책을 수립한다면서 대입 제도를 과제로 선정했다면 고작 수시 정시 비율이나 평가 방법을 조율하는 것부터 시작할 일이 아니다.

현행 대입제도가 야기한 각종 교육 현장의 문제 파악부터 했어야 했다. 우리나라 교육은 현재 유치원 교육서부터 고등학교까지 정상적인 교육이 이루어지는 곳은 단 한 군데도 없다고 해도 딱히 반박할 말이 없을 지경이다.

지난 1월에 있었던 유치원과 어린이 집의 방과후 영어 교육 금지 사태에서부터 학생들의 반 이상이 수면중인 일반 고등학교 3학년 교실들을 보면 누구나 실감할 수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 교육 현장은 확실하게 정상이 아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고위 학력에 대한 집착은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래도 과거엔 중학교 입시에서 한 번, 고등학교 입시에서 두 번 그리고 예비고사 커트라인으로 세 번을 걸러 그 집착이 교육 시스템 전반을 위협할 정도는 전혀 아니었다.

그런데 박정희 정권이 중학교 입시와 고등학교 입시를 없앴고, 전두환 정권이 예비고사를 없애면서 그것은 힘차게 문을 열고 나왔다.

거기에 대학 본고사가 폐지되고 졸업 정원제로 대학 정원 규제가 풀리면서 그 집착은 모두의 욕망으로 비상했다. 그리하여 2005년이 되자 대학 진학률은 80%를 돌파했고 2008년에 83.8%로 그 정점을 찍었다.

지금은 60%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그것 역시 매우 높은 비율이다. 국가 교육에 대한 고민의 시작은 그래서 바로 거기가 돼야 한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청년 실업률 역시 그 뿌리는 지나치게 높은 대학진학률의 결과물인 학력 인플레이고 폐해라 일컬어지는 사교육도 억제되지 못한 대학 진학률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그래서 대입제도 개편의 시작이 수시 정시 비율이니 상대 절대 평가, EBS 반영 비율 조정 같은 문제일 수는 없다. 대학 교육의 의미, 중등 교육의 철학과 목표, 실업계와 인문계의 비율 같은 것이 먼저 논의가 되고 합의가 돼야 하며 그 때 비로소 거기에 걸맞은 방향으로 입시 제도가 어떻게 개편돼야 하는 지 공론화 과정을 거칠 수 있는 것이다.

지금처럼 또다시 그런 지엽말단의 문제 제기에 매달린다면 학생들만 다시 실험쥐를 만들 뿐이다.

■ 정찬용 논설위원 =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도르트문트 대학교 공간계획학 석사, 하노버대학교 환경 및 조경개발학 박사를 받았다. 삼성에버랜드에 근무하던 1999년 <영어공부 절대로 하지마라>를 출간, 통산 140만부를 팔아 영어 학습서 사상 최고의 베스트셀러가 됐다. 그로 인해 영어학습계에 발을 들여 토스에듀케이션, 지엔에듀케이션 등에서 언어연구소장을 역임했다. 2012년 <정찬용 교육>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영문독해 절대로 하지마라>, <대한민국의 미친 엄마들>, <영어성공>, <시리와 함께 영어하자> 등의 책을 냈다. 2018년 그동안의 영어 학습 상담과 컨설팅 완결판인 <사실은 넌 영어바보가 아니야>를 '다스부크'라는 출판사를 설립해 출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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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골 2018-09-14 04:23:23
이제그만들 하시죠!

라벤더 2018-09-13 08:44:31
교육 개편될때마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실험쥐가됐었다
이~제-는 그만해요

윌리엄스 2018-09-13 07:44:18
대학교가 아직도 너~~~무 많다.
기초 수학도 잘 모르는 대학생이 수두룩하다.

정이신 2018-09-13 07:43:13
가려운 곳을 긁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히자인 2018-09-13 07:13:16
우리나라 교육의 새로운 길은 대학을 없애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등골 빨아먹는 코끼리를 일 잘 가르치는 호랑이로 만들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