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용 칼럼] 일단 점수부터 따고 보자 … 국제적 기만행위
[정찬용 칼럼] 일단 점수부터 따고 보자 … 국제적 기만행위
  • 정찬용 논설위원
  • 승인 2018.09.03 17:15
  • 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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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등 그리고 125등. 토익(TOEIC)과 토플(TOEFL) 출제기관인 ETS가 2017년 전세계 토플 성적에 따라 산출한 우리나라 순위다.

▲ 정찬용 논설위원
▲ 정찬용 논설위원

구체적으로 보면 총점 120점 만점에 평균 83점으로 169개국 가운데 82등이다. 스피킹 성적만 보면 30점 만점에 20점으로 125등이라는 얘기다. 토플을 치는 사람들보다 5배 정도 더 많은 사람들이 치는 아이엘츠(IELTS)라는 시험에서 우리나라 응시자들의 스피킹 실력은 더 참담하다. 231개 응시국 가운데 211위란다.

사실 영어 시험 시장에서 우리나라 응시자들의 이런 성적은 게다가 '평가절상'된 면마저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영어 학습에 쏟아 붓는 비용과 시간이 인구 대비 거의 세계 최고 최다 수준이라는데 고작 성적이 그런 것이기 때문이다.

냉정하게 말하면 우리나라 사람들도 다른 나라 사람들이 쓰는 돈과 시간 정도만 들인다고 가정하면 거의 확정적으로 완전 바닥권으로 떨어질 게 뻔한 사정이란 얘기다.

여기에 토플과 IELTS의 시험에 대한 정보를 더하면 어떻게 될까. 이들 시험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치는 공인 영어 시험인 토익과는 좀 다르다.

토플은 미국쪽 대학으로 유학을 가려는 확고한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주로 친다. IELTS는 영국권 나라로 유학이나 취업을 하려는 사람들이 주로 대상이다.

게다가 응시료는 토플이 토익의 4배 정도로 비싸고 IELTS는 그보다 더 비싸서 토익의 5배 수준이다. 즉, 그 두 시험 응시자 중에는 '일단 한 번 쳐보자 족'이 매우 적다는 얘기다. 제대로 준비한 사람들이 응시하는 시험이라는 것이니 이들 시험 성적은 그야말로 영어 실력 평가의 진정한 지표로 삼아 마땅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그 두 시험에서 최하위를 마크하는 데에는 시험 자체의 특성에도 많은 부분 기인한다. 토플과 IELTS 모두 듣기, 읽기 뿐만 아니라 말하기와 쓰기도 측정하기 때문이다. 토익 스피킹이나 오픽(OPIC)과 달리 그 두 시험의 말하기에서는 심지어 토론도 해야 한다. 그 주제도 환경 문제에서부터 각종 IT기기로 인한 사회 변화에 이르기까지 만만찮은 종류가 등장한다.

이 상황을 정확하게 말하면 한국어로도 쉽게 대답하기 어려운 문제가 토론의 화두로 제시된다는 점이다. 이것은 주입식 교육에 찌든 채로 학창시절을 보내는 한국인들에게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영어에다 논리적 사고 능력까지 요구하는 셈이다. 이게 쓰기 문제에서도 공통적으로 적용된 스타일이니 영어로 말을 하거나 글을 쓸 능력이 있다 하더라도 문제 자체에 기가 눌릴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런 와중에 우리나라 사람들은 여전히 전통적인 영어 학습법을 고수하고 있다. 영어 시장의 거의 99%를 차지하는 것이 문법 공부, 단어 암기, 문장 암기 방식의 학습법이다.

자, 여기서 두 가지 현실을 합쳐 보자. 정말 영어가 필요한 사람들이 쳐야 하는 시험은 진정한 영어 실력에다 토론 능력까지 요구하는데 한국의 응시자들이 아는 오로지 한 가지 학습법은 그런 능력을 전혀 키워주지 않는 방식이라는 것이 시장에 반영되면 어떻게 될까.

어떻게 해서든 점수는 일단 올려준다는 학원이 그래서 등장한다. 진정한 영어 실력은 나중에 알아서 키우고 점수 올려주는 비법을 연마하도록해 필요 성적을 확보하는 데에는 지장없게 해 준다는 곳이다.

하긴 그런 학원들은 거기에 대해 죄책감을 가질 이유도 사실 없다. 어차피 수강생들도 그런 줄 알고 돈을 낸다. 가장 큰 문제는 그런 한국인들에게 입학 허가서를 주고 채용증을 발급한 외국의 학교, 기관이 겪는 낭패에 대해서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지적하지 않고 있는 우리나라의 자폐적 대외 인식이다. 

그것이 사실 전세계적으로 기만을 하는 일이라는 것을 전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무신경이 몸서리치게 무서운 이유다.

■ 정찬용 논설위원 = 서울대학교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도르트문트 대학교 공간계획학 석사, 하노버대학교 환경 및 조경개발학 박사를 받았다. 전공을 살려 1994년 삼성에버랜드에 특채돼 근무하던 중 1999년에 <영어공부 절대로 하지마라>를 출간, 통산 140만부를 팔아 영어 학습서 사상 최고의 베스트셀러가 됐다. 그로 인해 영어학습계에 발을 들여 토스에듀케이션, 지엔에듀케이션 등에서 언어연구소장을 역임했다. 2012년 주식회사 정찬용 교육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영문독해 절대로 하지마라>, <대한민국의 미친 엄마들>, <영어성공>, <시리와 함께 영어하자> 등의 책을 냈다. 2018년 그동안의 영어 학습 상담과 컨설팅 완결판인 <사실은 넌 영어바보가 아니야>를 다스부크라는 출판사를 설립해 출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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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y1146 2018-09-13 08:59:20
교육정책을 정치가 바뀔때마다 혼선으로. 학생들은. 혼선을 가져온다

Peter 2018-09-06 07:14:47
영어 교육 바뀌어야 합니다. 주입식 교육도 보완해 스트레스 교육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somainkr 2018-09-04 15:35:32
점수보다는 실력이 중요하죠.. 말하고 듣기가 너무 안되는 교육~ 벌써 십수년째..

벙어리 2018-09-04 13:37:38
미드보면서 반복하고 외우는게 최고.
종이책 백날봐야 실전에선 1도 쓸데없음.

선도 2018-09-04 11:38:01
대입 수능에서 영어과목을 빼면 어떨까요? 엄청난 효과가 있을터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