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물건을 가방에 넣어도 될까?

해외여행을 갈 때 비행기 수하물에 대한 고민을 한번쯤은 하셨을 겁니다. 세계적으로 테러에 대한 위협이 증가하면서 검색이 강화됐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수하물을 맡길 때 데스크에 붙어있는 '위험물 운송 제한 안내(Dangerous Goods Regulations·사진)'를 유심히 살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위험물'은 우리나라 법령과 상관 없이 'Dangerous Goods'를 직역한 것입니다. 미국을 비롯한 캐나다 등 일부 국가는 'HAZMAT'를 지칭하거나 항공기에 적재된 'HAZMAT'를 말합니다.

HAZMAT라는 개념이 미국으로부터 나왔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정확히는 다음에 소개드릴 미국 국가방화협회 표준(NFPA Standards)입니다. 이미 UN도 받아들였을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적용돼 사용되고 있습니다. 국제평화와 안전유지를 위해 설립된 UN은 국제적인 협력과 통일안이 필요한 부분은 표준안이나 지침을 통해 권고하고 있습니다.

한 국가에서 다른 국가로 화물이 운송될 때 모든 화물은 그 내용물이 가진 위험성, 용기(컨테이너) 등은 국제적으로 통일된 기준에 따라서 철저한 검사를 받게 됩니다. 위험성에는 HAZMAT의 개념처럼 '존재하는 모든 위험'이 포함됩니다. 그리고 이같은 위험은 폭발성 물질, 인화성 물질과 같이 분야별로 세분화됩니다.

UN은 HAZMAT를 다시 유형별로 나누고 있습니다. 사람·재산·환경 등에 피해를 줄 수 있는 9개의 위험 유형으로 구분합니다.

각 유형으로 △1종 폭발성 물질 △2종 가스와 기체 △3종 인화성 액체 △4종 인화성 고체, 자연발화성 물질과 물과 접촉시 인화성 기체가 생성되는 금수성 물질로 세분화했습니다.

또 △5종 산화제와 유기과산화물 △6종 독성물질과 전염성 물질 △7종 방사성 물질 △8종 부식성 물질 △9종은 기타 위험물질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위험의 유형에 더해 물질은 온도에 따라서 기체, 액체, 고체로 상태가 달라집니다. 따라서 이같은 물질을 탐지할 때 운용해야 할 장비도 달라집니다. 따라서 HAZMAT 대응을 담당하는 기관은 반드시 다양한 상황에 맞는 장비들을 구비해야 합니다.

보다 특수한 경우로 용기에 매우 높은 압력이 걸려 있거나 극저온의 상태를 유지해야만 할 경우도 있습니다. 이같은 경우에는 아무리 소방관이라 해도 각 상황에 꼭맞는 특수한 보호복을 착용하지 않으면 위험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재난현장은 사고 원인의 물질이 한 가지 화학물질이라고 해도 동시에 여러 가지 위험이 복합적으로 존재할 수 있습니다. 폭발 위험, 인화성 위험, 흡입시 독성의 위험, 물과 반응시 위험 등이 동시에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미국 등에서는 재난·테러때 물질과 그것의 위험성이 식별되지 않는다면 어떠한 조치나 개입도 금지하고 있습니다.

▲ 김흥환 소방장·소방청 중앙119구조본부
▲ 김흥환 소방장·소방청 중앙119구조본부

우리나라는 UN의 구체적인 위험보다는 분야별로 사고 유형을 나누고 있습니다. 화학분야는 환경부, 생물은 보건복지부, 방사능·핵은 원자력안전위원회로 나누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은 지나치게 현실을 단순화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같은 사고 물질이라고 하더라도 산업자원통상부 공공기관인 가스공사를 비롯해 화재·폭발위험은 소방, 흡입이나 노출 위험은 환경부, 장소에 따라 고용노동부 등으로 달라질 수 있습니다.

사고 물질의 다양한 상태와 위험에 따라 사고 유형에 대한 인식, 현장대원이 적용해야 할 개인보호장비(PPE), 해당 사고에 대한 관할 당국 등 수많은 변수가 동시에 존재합니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나라는 권역별로 소방청 중앙119구조본부 화학구조센터(화학재난합동방재센터)에서 현장대응을 하고 있습니다. 소방을 비롯해 환경부, 지자체, 고용노동부, 산업자원통상부 등의 부처가 항상 협업을 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어떠한 한 분야의 부처가 폭넓은 권한을 가진다는 생각보다는 각 고유의 역할이 있는 다수의 기관들이 보다 협업을 잘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인식이 보다 널리 퍼져야 하겠습니다.

앞으로는 화학, 생물, 방사능, 대량살상무기(WMD)의 분야를 비롯해 항공기, 배, 파이프라인 등과 같은 운송수단 등 특수재난에 관련된 모든 분야를 모두 통합해 현장대응에 관한 모든 국가적 역량을 통합할 수 있어야 합니다.

미국의 국토안보부(DHS)와 같은 전 부처에 대한 통합된 현장대응을 주관할 수 있는 기관이 경험과 지식을 모두 갖춘 현장전문가를 중심으로 만들어져야 합니다. 

이때 비로소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빼어난 재난·테러 대응체계를 갖춘 나라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국가가 전반적으로 소방관과 같은 현장전문가가 인정받을 수 있도록 전문성이 가장 우선시돼야 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특수재난 현장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위험과 국제적 기준, 그것이 필요한 배경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특수재난 대응에 관해 국제적 기준인 NFPA 표준을 중심으로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 김흥환 소방관(36) = 1983년생으로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뒤 2006년 화생방 병과 소위로 임관해 2015년에 대위로 전역했다. 2015년 국민안전처 중앙소방본부 중앙119구조본부 화생방 대응분야 경력직 소방관으로 특채(소방장)됐다. 소방청 중앙119구조본부 HAZMAT 분야에서 현장 대응 근무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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