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장은 마지막 순간에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김희용옮김·위즈덤하우스·596쪽·1만 6000원) = 경제 몰락으로 혼돈에 빠진 근미래를 배경으로 종말론적 디스토피아 속에서 분투하는 인간의 자유와 욕망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작가 특유의 신랄한 냉소와 경쾌함으로 그려냈다. 근미래의 미국, 젊은 부부 스탠과 샤메인은 일자리를 잃고 집도 없이 자동차에서 불안정하고 위험한 삶을 살아간다. 이들은 어느 날 안전하고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다는 포지트론 프로젝트 광고를 본 후 이에 지원하기 위해 컨실리언스 마을로 향한다. 이 프로젝트는 시스템 자체가 완전히 무너져버린 사회에서 감옥을 더 짓는 것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므로 감옥의 개념을 확장해 주민들이 한 달은 컨실리언스 마을에서 감시인으로, 또 한 달은 포지트론 교도소에서 죄수로 생활하는 것이다. 주민들은 살 집과 안락한 생활을 보장받지만 모든 행동과 자유가 철저히 통제된다. 이상적인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시작된 프로젝트는 결국 이윤을 내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하고 장기 밀매, 기억 조작 등의 사업마저 이뤄진다. 프로젝트의 거대한 음모에 빠져 부부의 삶은 파국을 맞는다.

■ 그의 옛 여인 (윌리엄 트레버 지음·민은영 옮김·한겨레출판사·321쪽·1만 4000원) = 작가는 삶과 인간에 대한 통찰력으로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조용히 뒤흔드는 사건과, 선한 본성으로 인해 다른 이들과는 다른 무게의 죄책감을 느끼는 주인공들을 우아하고 섬세하게 그려낸다. 감응성 광기에서 주인공인 40대 남자는 파리의 작은 식당에서 옛 친구와 조우한다. 두 사람은 유년 시절 둘도 없는 친구였지만 같이 저지른 철없는 장난으로 관계가 무너졌다. 그 사건 이후 남자는 적당히 합리화하며 안전하게 자신을 보호했지만, 친구는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방황하며 모든 것을 버리고 사라졌다. 30년이 지나 친구와 마주한 남자는 지워버리려 한 옛 비밀을 다시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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