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노부부가 있었다. 노부부에게는 올해 37살이 된 아들이 있다. 아들은 장가를 가는 대신 다른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소방관이 됐다. 노부부는 그런 아들을 보며 소방관 일은 위험하다고 말렸지만 아들이 소방관으로 임용된 날 누구보다 자랑스러워했다.

한 여인이 있었다. 그녀의 품에는 돌이 갓 지난 쌍둥이가 있었다. 남편은 소방관이었다. 그가 살린 수많은 생명에 대한 보답이었는지 아이들은 건강하게 잘 자랐다. 여인은 남편이 지갑 속 아이들 사진을 보며 힘을 얻는 사실을 알기에 오늘도 핸드폰에 쌍둥이 사진을 담았다.

이는 지난 12일 민간 보트가 위험하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하던 중 보트가 전복돼 순직한 오동진(37)소방위와 심문교(37)소방장의 평범했던 어느 날이다. 글에 앞서 두 소방관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들에게 위로를 올린다. 고 오 소방위와 심 소방장은 지난 2012년 6월 임용된 소방관 동기이자 동갑내기 친구였다. 오 소방위는 전문적인 수난구조 대원이었으며, 심 소방장 역시 수난 구조 분야 자격증을 보유한 전문 대원이었다.

▲ 전지선 기자
▲ 전지선 기자

16일 오전 10시 경기 김포 생활실내체육관에서는 이들의 합동 영결식이 경기도청장으로 진행됐다. 이재명 도지사를 장의위원장으로 김희겸 행정 1부지사, 김진흥 행정 2부지사, 이화영 평화부지사가 부위원장을 맡았다. 이 도지사는 "귀한 아들, 하나뿐인 형, 사랑하는 남편과 아버지를 잃은 유족의 슬픔을 가늠할 수조차 없다"며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두 살배기 쌍둥이 아들을 남긴 채 먼 길을 떠난 새내기 아버지를 생각하면 마음이 미어진다"고 추모했다.

영결식에서는 이들과 임용 동기였던 손석중 김포소방서 소방교가 떨리는 목소리로 조사를 읽어 내려갔다. 손 소방교는 "너희가 예전처럼 수난구조대 문을 열고 들어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또 다른 출동을 하며 돌아가는 길에 서로 마주 보며 마감하던 나날을 할 것만 같은데"라며 "동갑내기 친구였지만 늘 형처럼 의젓했던 내 친구 동진이, 현장에서 온 힘을 다 쏟고도 돌아오는 길에 항상 쌍둥이 사진을 보며 미소 짓던 멋진 소방관이자 아빠였던 내 친구 문규"라고 말을 잇던 그는 "나의 소중한 친구 동진아 문규야 사랑한다"며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영결식은 다시 눈물바다가 됐다. 두 소방관은 떠났지만 영결식장은 아직 그들을 보내지 못한 사람들의 간절함과 애틋함이 눈물과 함께 퍼져나갔다.

경기도는 영결식 후 두 소방관을 대전현충원 국립묘지에 안장, 1계급 특별승진과 옥조근정훈장을 추서하고, 국가유공자로 지정할 방침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오늘 내내 소방관 오동진 님과 심문규님이 생존해 오시길 기다렸다. 그러나 안타깝게 우리 곁을 떠나고 말았다. 무사히 돌아오기만을 기다렸을 가족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무너진다"며 자신의 페이스북에 두 소방관에 대한 안타까움과 깊은 애도를 표했다.

김부겸 장관은 "소방관의 처우와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국가직 전환에 대해 힘쓰겠다"며 "화재나 사고 현장에서 생긴 트라우마로 힘들어하는 소방관을 위한 복합치유센터 건립도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두 소방관의 순직은 수많은 소방관들에게 귀감이 됐고 그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게 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왜 좀 더 일찍 그들의 고충을 알지 못했을까. 생명을 위해 뛰어다니며 자신을 돌보지 못한 그들을, 우리는 한번이라도 생각 했었는지 반성하게 된다.

제가 부름을 받을 때는 신이시여
아무리 강력한 화염 속에서도 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힘을 저에게 주소서
너무 늦기 전에 어린아이를 감싸안을 수 있게 하시고
공포에 떠는 노인을 구하게 하소서
저에게는 언제나 안전을 기할 수 있게 하시어
가냘픈 외침까지도 들을 수 있게 하시고

신속하고 효과적인 화재를 진압하게 하소서
그리고
신의 뜻에 따라 저의 목숨을 잃게 되면
신의 은총으로 저의 아내와 가족을 돌보아 주소서

위 글은 2001년 홍제동 참사때 순직한 김철홍 소방관의 책상위에 있던 '어느 소방관의 기도'의 일부다. 홍제동 참사는 6명의 소방관이 순직한 비극적인 사고다. 당시 이 기도의 전문이 올라오며 국민들은 그들을 추모하며 깊은 눈물을 흘렸다. 지난 12일 순직한 두 소방관을 포함한 모든 소방관과 순직한 소방관들은 자신의 죽음보다 한 생명을 살리지 못하는 두려움이 큰 사람들이다. 우리는 이들의 희생에 언제나 감사하며 존경해야 한다. 이번 사건으로 정부가 한 약속 역시 확실히 지켜져야 한다. 다시 한번 순직한 소방관들의 명복을 빌며 글을 마친다.

▲ 16일 오전 10시 경기 김포 생활체육관에서 지난 12일 한강 하류에서 구조활동 중 소방 보트가 전복돼 순직한 고 오동진(37) 소방위와 심문규(37) 소방장의 영결식이 진행되고 있다. ⓒ 전형금 기자
▲ 16일 오전 10시 경기 김포 생활체육관에서 지난 12일 한강 하류에서 구조활동 중 소방 보트가 전복돼 순직한 고 오동진(37) 소방위와 심문규(37) 소방장의 영결식이 진행되고 있다. ⓒ 전형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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