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어라 와다쓰미의 소리를(일본전몰학생기념회 엮음·한승동 옮김·서커스·436쪽·1만 9000원) = 태평양전쟁에 참전했다가 목숨을 잃은 젊은 일본 학도병들이 쓴 유고를 모은 책. 일본에서 1949년 처음 출간돼 반전·평화 운동에 큰 영향을 미쳤다. 생자들은 대부분 도쿄제국대학, 교토제국대학, 와세다대 같은 명문 대학을 다녔거나 졸업했다. 이들은 죽음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가족과 연인에 대한 사랑, 공포와 체념의 감정, 전쟁과 상사를 향한 증오를 적었다. 학도병은 "정부여, 일본이 지금 수행하는 전쟁은 승산이 있어서 하는 것인가. 언제나 막연한 승리를 꿈꾸며 싸우고 있는 것은 아닌가. 국민에게 일본은 반드시 이긴다고 단언할 수 있는가. 언제나 단언을 위해 무리에 가까운 조건을 붙이고 있는 건 아닌가"라고 묻는다. 다른 필자는 "일본 군대에서는 인간 본성인 자유를 억제하도록 단련하면 군인정신이 생겼다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자유는 무슨 수를 써도 억누를 수 없다. 마음 밑바닥에 강렬한 자유가 흐른다는 것은 의심할 나위가 없다"고 비판한다. 역자는 "제목의 와다쓰미는 바다의 신을 지칭하는 말인데, 책이 출판된 뒤에는 태평양전쟁 때 죽어간 학생을 가리키는 용어로 쓰인다고 한다"며 "이런저런 한계에도 당대 일본 사회의 실상을 생생하게 전하는 명저"라고 평가했다.

■ 한중일 역사인식 무엇이 문제인가(오누마 야스아,에가와 쇼코·조진구,박홍규·섬앤섬·272쪽·1만 6000원) = 일본에서 지한파 지식인으로 분류되는 오누마 야스아키 도쿄대 명예교수가 도쿄 재판, 전쟁책임, 사할린 잔류 한국인, 위안부 문제에 대한 생각을 인터뷰 형식으로 풀어냈다. 그는 동아시아에서 역사인식에 관한 대립이 심화하는 이유로 전쟁과 식민지 지배에 관한 국제사회의 생각이 크게 변화했고 일본은 국교 정상화 과정에서 해결됐다고 본 식민지 지배 문제가 1980년대 이후 수정을 요구받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일본이 경기침체를 겪는 상황에서 큰 폭의 성장을 이룬 한국과 중국이 가해자로 일본을 지목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지적한다. 관심을 끄는 내용은 위안부 문제다. 저자는 "위안부는 한일만의 문제는 아니다"라며 "(일본 정부에) 법적 책임을 묻는 것보다 가해자가 마음으로부터 깊이 반성하고, 죄송했다고 명확히 사죄하고, 피해자에게 배상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라고 말한다. 그는 일본 총리와 단체 아시아여성기금이 여러 차례 사죄했지만 한국에서는 오히려 위안부 문제에 대한 태도가 점점 강경해졌다며 아쉬움을 드러낸다. 저자는 한국 독자들에게 "모든 것은 의심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자신들의 상식까지 의심해보는 지적 용기를 보여 달라"고 부탁한다.

저작권자 © 누구나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언론 세이프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