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는 열대야에 혼자 지내다 고열이 발생해 향후 건강과 생명에 심각한 피해가 우려된다는 한 중증장애인에 대해 긴급구제 조치를 결정했다고 10일 밝혔다.

이에 따라 인권위는 혹서기에 충분한 활동지원서비스를 받지 못한 중증장애인 김 모씨에게 24시간 활동지원서비스를 긴급히 제공하고 이와 유사한 형편에 처한 다른 중증장애인에게도 적절한 조처를 할 것을 보건복지부 장관과 서울특별시장, 해당 구청장 등에게 권고했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48조(긴급조치의 권고)에 따르면 인권위는 진정을 접수한 후 인권침해나 차별행위가 계속되고 있다는 개연성이 있고, 이를 방치할 경우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하면 진정에 대한 결정 이전에 피진정인과 소속기관 등의 장에게 조치하도록 권고할 수 있다.

김 씨는 장애인거주시설에서 나와 12년간 자립해온 뇌병변 2급 장애인으로 활동지원사 도움을 받아 생활한다.

활동지원사는 일주일에 월·화·금·토요일 24시간 동안 김 씨를 보살피고 수·목·일요일은 퇴근하는데 이때마다 김 씨는 야간에 홀로 지내야 한다.

김 씨는 한여름에도 야간에 활동지원사가 없으면 문을 닫고, 벽에 설치된 선풍기도 켜지 않고 잠을 잔다. 외부인이 들어올 수 있고 선풍기 과열로 인한 화재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김 씨는 폭염이 극에 달한 지난 2일 한밤중 고열을 앓다가 인근 병원으로부터 24시간 병간호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김 씨와 그의 활동지원사는 진단서를 지참해 주민센터를 찾아가 활동지원서비스 시간 추가지원을 요청했지만 장애가 아닌 고열 증상으로는 추가지원이 어렵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해당 구청도 보건복지부와 서울특별시의 기준에 따라 김 씨가 이미 최대치 지원을 받고 있다는 입장이었다.

인권위 관계자는 "김 씨의 이런 상황이 긴급구제 요건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폭염 속 혼자 지내야만 하는 중증장애인에게 24시간 활동지원서비스가 제공되도록 긴급구제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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