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 예능 '진짜사나이' 신병교육대 화생방 훈련편에서 출연자가 훈련을 받고 있다. ⓒ 데일리모션 캡쳐
▲ MBC 예능 '진짜사나이' 신병교육대 화생방 훈련편에서 출연자가 훈련을 받고 있다. ⓒ 데일리모션 캡쳐

한 때 인기를 끌었던 MBC 프로그램 <진짜사나이>. 신병교육대 화생방 훈련편은 군복무를 마친 독자라면 두 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은 악몽을 떠오르게 합니다.

남북 정상회담 후 한반도가 평화의 길로 가는 종전선언도 임박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북한군의 위협적인 도발 가운데 하나가 화생방 공격입니다.

화생방이란 미국과 같은 서양, 특히 군에서 비롯된 'CBRNE'를 말합니다. 화학(Chemical), 생물(Biological), 방사능(Radiological), 핵(Nuclear), 폭발물(Explosives) 등의 용어를 조합한 신조어입니다. 북한의 핵무기와 같은 대량살상무기(WMD)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미국인들에게는 CBRNE 같은 군사적인 용어보다도 훨씬 친숙한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HAZMAT'입니다. 'Hazardous Materials'를 줄인 것으로 '사람·환경·재산에 위험한 모든 물질'을 의미합니다. 화학·생물·핵·방사능·폭발물·대량살상무기를 모두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CBRNE와 HAZMAT는 동등한 개념으로 쓰입니다.

미국이 HAZMAT를 사용하는 배경에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소방관과 같이 사고나 테러가 발생했을 때 초기에 대응해야 하는 대원들의 입장에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실익을 추구하는 미국의 문화 속 그야말로 현장중심적인 사고를 엿볼 수 있는 단어입니다.

테러를 비롯해 CBRNE 등 재난현장에 출동하는 소방관은 단순 화재를 비롯해 폭발·누출사고 등에 직면하게 됩니다. 어느 수준의 개인보호장비를 사용할 것인지 조차 판단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에 노출됩니다. 소방관들은 인명구조를 비롯해 대량피해 확산방지까지 여러가지 임무를 동시에 수행해야 합니다.

분야별로 보면 화학물질은 기본이고 △전염병·바이러스 등 생물분야 △산업용 방사선원·핵발전소 원료 등 방사능 분야 △급조폭발물(IED)과 같은 폭발물 분야에 이르기까지 무한대에 가까운 유형의 위험들이 존재합니다. 이러한 모든 위험요소에 노출되는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HAZMAT 개념이 나오게 됐습니다.

특히 이같은 개념은 자연재난으로부터 테러와 대량살상무기를 포함한 모든 국가적 안보위기상황에 대한 책임을 갖고 있는 미국 국토안보부(DHS)와 같은 조직 개념과도 일맥상통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재난에 테러를 포함시키고 있습니다. 모든 재난의 기본적인 대응절차는 동일하며 무엇보다도 재난이 확대되기 전에 소방관 등의 초동대응요원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는 인식도 가지고 있습니다. 이같은 재난인식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9·11 테러후 세계적으로 가장 큰 위협이 된 '뉴테러리즘'이 대두되면서 세계 각국은 '통합된 재난대응 체계'를 구축에 동참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세계 각국이 재난대응에 대한 통합적인 개념과 조직체계를 정비하는 것에 비해 우리나라는 △화학은 환경부 △생물분야는 보건복지부 △방사능 분야는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주관기관 역할을 맡는 등 분야별로 구분된 체계를 갖추고 있습니다. 

▲ 김흥환 소방장·소방청 중앙119구조본부
▲ 김흥환 소방장·소방청 중앙119구조본부

알고 계신것과 달리 화학물질이라고 해서 모두 환경부 소관은 아닙니다. 화학물질이 갖는 위험에 따라서 관할 당국은 소방 등과 같은 다른 기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재난의 대응단계와 부분별로 기관별로 모든 역할과 책임이 나눠져 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현장에서는 항상 '협업'과 '상호지원'이 필수적입니다.

재난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과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폭발물이나 대량살상무기 등 테러분야에 관한 자료나 전문가가 턱없이 부족합니다. 뉴테러리즘 시대에 대비하기 위한 노력이 많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우리나라는 소방청 중앙119구조본부 6개의 권역별 화학구조센터(화학재난합동방재센터)와 지역 소방본부 특수구조대가 HAZMAT 사고유형에 특화된 전문대응조직입니다. 지역 소방본부와 달리 일반사고가 아닌 특수재난 유형에 특화된 장비와 인력을 보유, 대응력을 향상시키고 있습니다. 지방공무원인 지역 소방본부에 중앙부처와의 연결점이 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역시 미국의 HAZMAT 개념처럼 재난대응에 관해 모든 재난 유형의 대응 절차는 대체로 동일하다는 아래 모든 국가기관이 뜻을 합쳐 통합할 수 있는 것은 과감히 통합해야 합니다.

특히 현장중심적인 생각을 통해 무한할 만큼 다양하고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위험에 국가내 모든 기관의 노력이 합해질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개선, 실질적인 재난 대응이 이뤄질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혁신'과 '노력'은 더욱 더 빨라지는 기술발전과 생활의 향상 속에서 피할 수 없는 것 입니다.

국내에 널리 알려진 화생방으로부터 유사한 의미로서 HAZMAT에 소개해 드렸습니다. 필자는 HAZMAT 대응에 관한 미국과 국제적으로도 가장 권위있는 매뉴얼을 번역해 곧 출간할 예정입니다.

앞으로 몇 차례에 걸쳐 특수재난대응에 있어 HAZMAT를 중심으로 NFPA 표준, 미국 DHS 등과 같은 핵심 개념들과 조직에 알아보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안전정론지 세이프타임즈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바랍니다.

▲필자 김흥환 소방관(36) = 1983년생으로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뒤 2006년 화생방 병과 소위로 임관해 2015년에 대위로 전역했다. 2015년 옛 국민안전처 중앙소방본부 중앙119구조본부 화생방 대응분야 경력직 소방관으로 경력채용(특채)돼 소방관(소방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소방청 중앙119구조본부 HAZMAT 분야에서 현장 대응 근무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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