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4월 필자를 비롯해 동료들이 필리핀 민도로섬에서 당시에는 알려지지 않았던 '잎새뜨기 생존수영' 실전테스트를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지난 6월에는 해양경찰청과 소방청 대변인실이 '잎새뜨기 생존수영'을 소개하는 방송을 제작해 잎새뜨기가 국내 생존수영계의 '핫 아이템'이 됐습니다.

한국안전수영협회(www.safeswim.kr)가 독자 개발하고 보급하고 있는 '잎새뜨기'는 양발끝이 수면에 떠 올라 있는 자세를 말합니다. 머리위 양손끝에서부터 양발까지 길이로 균형(linear balance)을 맞추고, 좌우로도 균형(lateral balance)을 완전하게 맞춘 자세를 말합니다. 이 경우 몸의 어느 부분에도 하중이 쏠리지 않고, 온몸이 마치 무중력상태에서 물위에 떠있는 것과 같아 가장 완벽하게 뜨는 방법이 됩니다. 

제가 발까지 떠서 몸이 무중력 상태와 같이 되는 이 방법을 동료인 안치권 폴코치와 공동개발, '잎새뜨기 (Leaf Float)'라고 이름지은 이유는 물에 떠 있는 모양이 잎새처럼 생긴 것 뿐 아니라 몸의 무게가 마른 나뭇잎처럼 가벼운 무중력 상태가 되기 때문에 그렇게 지은 것입니다.

▲ 완벽하게 성공한 잎새뜨기 자세. ⓒ 한국안전수영협회
▲ 완벽하게 성공한 잎새뜨기 자세. ⓒ 한국안전수영협회

이에 비해 하체가 가라앉은 상태로 뜨는 여타 '배면뜨기' 등은 하중이 물 아래로 쏠려 일어서는 자세가 되기 쉬워 계속 발차기를 하지 않으면 호흡을 할 수 있는 부력을 확보하지 못하게 됩니다.  더구나 파도가 심하고 방향이 일정치 않은 '너울성 파도'에 휩쓸려 버티다 보면 에너지를 다 소모하고 결국 익사하게 됩니다. 

잎새뜨기를 국내에 소개하기 이전에는 아무도 사람이 물에서 이렇게 완벽한 자세로 뜰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고 소개해도 쉽게 믿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저희로부터 잎새뜨기를 처음 배운 분들 가운데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이 많았지만, 잎새뜨기를 배우기 전에 이 '완전한 뜨기'를 할 수 있었던 분은 여지껏 한사람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수영도 못 배운 채로 절대절명의 순간에 잎새뜨기의 완벽한 밸런스를 스스로 찾아내 바다 한복판에서 살아난 중학생이 있습니다.

바로 지난해 8월 3일 인천 대청도에서 물놀이 중 너울성 파도에 휩쓸려 깊은 바다로 순식간에 800여m나 들어 갔지만 침착하게 '잎새뜨기 자세'로 30여분을 버틴 끝에 해양경찰에 의해 무사히 구조된 기적의 주인공 김대원군(인천계산중 3학년) 입니다. 

실제 상황에서 살아남은 김대원군의 사례에 비추어 바다 한복판에서 생존하는 방법을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김대원군이 저를 만나 당시 급박한 상황을 설명해 줬습니다.

"처음에는 하체가 잠겨있는 상태에서 발버둥을 치는 사이에 해변으로부터 수백m나 떠내려간 후에 힘이 부쳐서 죽을 것 같았는데 팔과 다리를 물위에 띄우고 전후좌우 균형을 잡은 뒤로는 떠내려가는 속도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안정을 찾고 30여분간 버티고 있었더니 경비정의 모터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제가 대원군이 구조되기 직전의 모습을 뉴스에서 보는 순간 한눈에 잎새뜨기 자세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비록 겁을 집어먹어 팔다리에 힘을 잔뜩 주고 과도하게 양팔과 다리를 물위로 올리고 있었지만, 그는 전후좌우 균형을 완벽하게 잡고 떠 있었습니다. 어릴 때 아빠로부터 바다 수달(sea otter) 자세를 배웠다는데 바다 수달이 물에 떠있는 모습이 잎새뜨기 자세와 매우 흡사합니다.

한국안전수협회로부터 잎새뜨기를 제대로 배워 '잎새뜨기 주니어 홍보대사' 위촉장을 받은 대원군은 "내년에는 지도자 자격을 취득해 국내외 어린이들이 용기와 희망을 갖고 안전한 물놀이를 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합니다. 

대원군이 특히 강조한 점은 물에 빠졌을 때 당황하지 말고 침착하게 생존할 방법을 찾으며 "나는 살 수 있다"는 믿음과 절대 포기하지 않는 정신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했다고 합니다. 

어릴 때 아빠로부터 배운 바다 수달, 즉 잎새뜨기 자세와 강한 '마인드 컨트롤'이 4대 독자를 죽음의 문턱에서 살려낸 것입니다. 

그러면 전후좌우 균형을 잡는 방법인 잎새뜨기를 수영장에서 혼자서 연습하는 방법을 사진 시범으로 알려드릴까 합니다. 혼자서라도 유아풀 등에서 익숙해질 때까지 연습하셨다가 유사시에 깊은 바다에서도 사용해서 대원군처럼 살아서 돌아오시기 바랍니다. 

▲ 잎새뜨기 자세 따라하기. ⓒ한국안전수영협회
▲ 잎새뜨기 자세 따라하기. ⓒ한국안전수영협회

① 엉덩이 뒤로 내민 채 만세자세로 엉거주춤 앉는다. 이때 앞에 반가운 사람이 있어 허그하려는 자세를 잎새뜨기를 하는 동안 유지하는 것이 좋다.

② 물속에 앉은 상태에서 손을 어깨 앞 쇄골 위에 올린 채 호흡을 최대한 들이마시고 천천히 양귀를 물속에 잠근다.

③ 양귀를 잠근 채 숨을 참은 채로 양팔을 머리위로 천천히 뻗으며 양무릎을 굽혀 무릎 끝이 물밖으로 나오게 만든다. 이때 호흡을 대략 90%를 폐속에 갖고 있는 느낌으로 조금씩 내뱉고 빨리 들이 마신다.

④ 관절을 풀어 마치 자신이 꼭두각시가 된 느낌을 갖고 마지막으로 물에 뜬 무릎을 천천히 펴면 완벽한 잎새뜨기 자세가 된다. 가만히 누워 뜬채로 이곳이 깊은 바다라고 상상하고 파도를 견뎌낼 수 있다고 다짐한다. 코로 들어온 물은 입으로 뱉어 내는 기본동작도 꼭 익히도록 한다.

어떻습니까. 도움이 된 것 같습니까. 한 두번 연습을 해서는 실제로 파도가 넘실대는 바다에서 생존해 낼 수 없는 법이니 몇번이고 편안해 질 때까지 스스로 연습해 주시기 바랍니다.

참고로 한국안전수협회의 '잎새뜨기 생존수영지도자' 민간 자격증을 따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구조의 '골든타임'인 60분 이상 물에 떠서 수난사고때 겪을 수 있는 각종 상황을 견뎌내야 합니다. 차에서는 안전벨트, 물에서는 잎새쓰기가 생명벨트입니다.

▲ 김철기 세이프타임즈 논설위원·한국안전수영협회 이사장
▲ 김철기 세이프타임즈 논설위원·한국안전수영협회 이사장

■ 김철기 한국안전수영협회 이사장(cheolghee@gmail.com) △경북 김천 출생(1957) △김천고 졸업(1975)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1982) △서울대 국제경영학 석사(1985) △미 와튼스쿨 MBA(1994) △한국은행(1982~1995) △아시아개발은행(ADB·1995~2014) △파킨슨병 진단(2011) △잎새뜨기 생존수영 입문(2014) △생존수영 코치 자격 획득(2016) △대한파킨슨병협회 체육이사 (2015~현재) △세이프타임즈 논설위원(2015~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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