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병원 네거리에 설치한 그늘막에 한 학생이 폭염을 피해 잠시 쉬고 있다. ⓒ 배규범 기자
▲ 대구병원 네거리에 설치한 그늘막에 한 학생이 폭염을 피해 잠시 쉬고 있다. ⓒ 배규범 기자

지구가 끓고 있다. 한반도가 온통 붉은색이다. 도시는 더 뜨겁다. 도로는 자동차와 콘크리트 열기로 바람까지 뜨겁다. 끝이 보이지 않는 폭염에 지자체마다 다양한 폭염대책을 세우고 있다.

폭염대책 가운데 하나로 지자체 마다 횡단보도 앞에 그늘막 설치를 늘리고 있다. 도로를 건너기 위해 발걸음을 멈추는 곳이다. 횡단보도앞 신호등. 교차로마다 교통여건을 고려한 신호등은 대기시간이 다르다.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시간이 아님에도 폭염에 느끼는 대기시간은 더 길게 느껴진다. 시민 강모(39)씨는 "같은 시간인데도 요즘 횡단보도 대기시간은 유난히 길게 느껴진다"며 "여름에는 이런 곳에 그늘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횡단보도앞 그늘막을 설치한 지자체 시민들의 반응은 환영일색이다. 시민 김모(49)씨는 "실제 그늘막 속 온도는 2~3도 정도 낮은 것 같다"며 "이런 것이야말로 시민을 위한 정책으로 전국적으로 추진했으면 한다"고 환영했다.

시민 석모(45)씨는 "잠시마나 따가운 햇볕을 피할 수 있어 좋고 갑자기 비가오는 경우도 피할 수 있다"며 "보행자 입장에서는 대만족"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안전을 우려하는 시민도 적지 않다. 운전자 이모(37)씨는 "일반 사각텐트로 낮게 설치한 곳을 지날 때 시야 확보가 어렵다"며 "그늘막을 설치할 때 운전자 입장도 고려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 충북 청주시 청원구 신흥고 후문 네거리에 고정식 그늘막이 설치돼 있다. ⓒ 서동명 기자
▲ 충북 청주시 청원구 신흥고 후문 네거리에 고정식 그늘막이 설치돼 있다. ⓒ 서동명 기자

유모차를 끌고 가던 신모(33)씨는"사각기둥이 있는 경우 유모차가 부딪히거나 장애인 통행에 방해될 것 같다"며 "기둥이 적은 그늘막으로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세이프타임즈가 전국 지자체 횡단보도에 설치된 그늘막 실태를 들여다 봤다.

서울시는 교통섬과 횡단보도 1023곳에 그늘막 설치를 마치고 이달말까지 181곳에 추가로 설치할 예정이다.

울산 남구는 높이 3m, 지름 5m 크기의 접이식 파라솔을 설치했다. 모두 19곳의 횡단보도에 설치했다. 울산시는 지난해 그늘막을 설치해 주민 밀착형 우수정책으로 인정을 받기도 했다. 평상시에는 펴져 있지만 강풍이 불 경우에는 접어서 보관을 한다. 안전을 위한 조치다. 그늘막 안전사고를 대비해 영조물배상보험에도 가입했다.

영조물 배상보험은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는 시설의 관리하자로 타인의 신체나 재물을 훼손시켜 법률상 배상책임이 발생하는 경우 보상하는 제도다.

김진규 울산남구청장은 "올해 유례없는 폭염속에 해피(HAPPY) 그늘막이 신호대기 중인 보행자들에게 조금이나마 따가운 햇볕을 피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대전 동구 신흥동 네거리에 고정식 그늘막이 설치돼 있다. ⓒ 오선이 기자
▲ 대전 동구 신흥동 네거리에 고정식 그늘막이 설치돼 있다. ⓒ 오선이 기자

전남 여수시도 지난달 13일 소라 죽림초등학교 앞등 횡단보도와 교통섬 30곳에 그늘막을 설치했다. 여수시는 그늘막 색상을 도시 미관을 고려해 해양관광도시 이미지에 맞춰 푸른색 계열로 설정했다. 기상악화때 철거하기 쉬운 구조로 제작했다.

여수시 관계자는 "지난해 횡단보도에 설치한 그늘막이 시민들의 높은 호응을 받았다"며 "앞으로도 시민들의 의견을 듣고 그늘막 설치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원 춘천시도 6곳을 추가로 설치했다. 모두 61곳에 그늘막을 설치했다. 높이 3.1m, 지름 3.5m 크기로 성인 20명을 동시 수용할수 있는 크기다.

운영기간은 6월부터 9월까지다. 강풍, 태풍주의보 발효때에는 그늘막을 접어 보관할 수 있는 접이식 구조로 제작했다.

충북 청주시는 신호 대기자가 많은 횡단보도에 그늘막 78곳을 운영하고 있다. 농협에서 몽골텐트 22곳 설치 등 일반 기관과 단체의 지원을 받아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다.

청주시는 2015년부터 일반 사각텐트로 횡단보도에 그늘막을 설치했다. 초기에는 사각형 모양의 일반텐트로 설치했지만 강풍에 약하고 통행에 지장을 주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같은 문제를 보완, 고정식과 접이식구조로 새롭게 설치했다.

대구 수성구도 주요 교차로 교통섬과 유동인구가 많은 횡단보도 8곳에 그늘막 쉼터를 설치했다. 이밖에 많은 지자체들이 폭염대책으로 그늘막을 늘리고 있는 추세다.

▲ 충북 청주시 상당구 한 아파트단지앞 횡단보도에 제대로 고정하지 않은 사각형 그늘막이 설치돼 있다. ⓒ 오선이 기자
▲ 충북 청주시 상당구 한 아파트단지앞 횡단보도에 제대로 고정하지 않은 사각형 그늘막이 설치돼 있다. ⓒ 오선이 기자

일부 지자체에서는 불안하게 그늘막을 설치한 곳도 있었다. 시민의 안전을 위한 시설물이 안전을 위협하는 시설물이 된 것이다.

그늘막 도입 초기에는 지자체마다 일반 사각형 천막으로 설치했다. 바닥에 고정이 어려워 마대자루로 고정하기도 했다. 아직도 일부 지자체는 사각형의 텐트로 기둥이 고정되지 않은 곳이 많았다.

이 경우는 도로의 부속물로 보기 어렵다. 텐트 기둥이 고정이 제대로 안돼 강풍이나 폭우시 천막이 넘어지는 경우도 발생했다. 지난해 경기 시흥사거리 횡단보도에 설치한 그늘막이 바람에 넘어져 보행자가 부상을 입는 사고도 있었다.

기둥이 여러개라 도로점용 면적이 넓어 보행에 불편을 초래하고 도시미관을 해치는경우도 있다.

지난 5일 충북 청주시 상당구 한 아파트 단지앞 도로에 사각형 천막. 근처에 있는 금융기관에서 설치했는지 상호도 인쇄돼 있었다.

기둥을 다리에 고정은 했지만 한쪽은 고정이 안돼 있었다. 때마침 바람이 불자 천막이 흔들거렸다. 길을 지나던 시민 서모(46)씨는 "그늘이 좋기는 한데 바람이 불 때 넘어 갈 것 같아 불안하다"며 "상호가 있어 광고를 하는 것 같아 좀 그렇다"고 말했다.

▲서울 양천구 신정동에 그늘막이 설치돼 학생들이 폭염을 피해 쉬고 있다. ⓒ 곽지연 기자
▲서울 양천구 신정동에 그늘막이 설치돼 학생들이 폭염을 피해 쉬고 있다. ⓒ 곽지연 기자

폭염 그늘막은 도로법 2조 도로의 부속물 가운데 하나인 휴게시설로 관리하게 돼 있다. 서울시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진흥에 관한 조례에는 도로부속물인 경우 민간참여를 배제해 광고물 표시를 금지토록 규정하고 있다.

일부 그늘막은 보행자 통행에 불편을 주거나 상가 간판을 가리는 경우도 있었다. 그늘막이 운전자 시야를 가려 안전사고 위험이 커지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횡단보도 그늘막은 2013년 서울 금천구에서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그늘막 가이드라인도 만들었다. 합법적인 구조물로 만들어 시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조치다.

시는 지난해 국토교통부와 협의를 거쳐 자치구에 가이드라인을 배포했다. 가이드라인에는 그늘막 설치 장소와 구조물 형식을 규정했다.

그늘막 설치장소로는 △대기시간이 길고 보행자가 많은 횡단보도 주변 △운전자 시야가 확보된 곳에 설치해야 한다. 설치방법으로는 △바닥에 고정기둥으로 설치 △시민들 보행시 불편함이 없도록 도로점용 최소화 △장애인편의 증진법 등 타법령 장애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구조물 형식은 △강풍을 대비해 접이식 구조 △혹서기외 탈착 가능한 구조야 된다. 제대로 관리위해 관리자 지정은 물론 영조물 배상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주변과 조화를 이루도록 자치구별 디자인심의도 거치도록 가이드라인에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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